진짜 예쁘장하고 성격 좋고 공부 잘하고 운동은 못 하지만 그래도 딱히 싫어하는 아이들 없고,
아닌 일엔 무조건 나서서 바로 잡고
좋은 일엔 먼저 나서서 바로 잡고
반 1등인데도 시험기간때 필기 빌려달라고 하면 복사해서 뿌리고
모르는 거 있으면 다 알려주고
반장 부반장도 아닌데, 체육대회때 반티로 소외되는 아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의견 물어보고 오고
조금 노는 아이들도 걔 앞에서는 살갑게 웃으면서 지내고, 자주 양아치들이 지각해서 뭐라 하면 그 뒤로 이 주 정도는 제깍제깍 정상 등교할 정도로 발이 넓었고
친구들이 다 조금 피하는 아이한테도 살갑게 대하고
쉬는시간만 되면 친구들이 모이는
선생님들이 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어
왜 이렇게 자세하냐 싶겠지만
진짜로 친해지고 싶었고 동경하는 아이였거든
아이들이 하는 걔의 유일한 뒷담은,
주말에 엄마랑 있느라 약속 안 잡는거 어이없다
친해진 것 같을 때쯤 벽 세워버리는 거 싫다
두 개 였거든
내가 중 3 때부터 우울증이 심해서
진짜 의기소침했고 인스타에 감성글귀 이런 것만 올리고
모든 게 피해망상처럼 보이고 그랬었는데,
친구들한테까지 튕겨져버린거야
그래서 혼자 체육시간에 구석에 앉아있었는데
걔가 친구들이랑 있다가 농구공 내 쪽으로 굴러가게 해서 무리로 빠져 나오고 나한테 다가와서 이야기 해줬어 ㅠㅠ
힘들지 않냐 괜찮냐 이런 말이 아니라
너 농구잘해? 나도 못한다고 하니까
의왼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고
엄청 이야기 많이 했어
우리 할아버지가 지역 토박이신데, 엄마한테 이야기 들었다 할아버지 왕년에 엄청 무서우셨다더라 이렇게 이야기하다가
걔 친구가 불러서 걔가 일어섰는데, 아 나 또 혼자인가 싶었다가 걔가 손 내밀어서 잡고 건너편 쪽으로 가서 자연스럽게 걔네들이랑 친해졌었어 퓨ㅠㅠㅠ
친해지고 보니까
연락은 잘 안되는 것 같았고 늘 집에만 있고 딱히 공부는 안하는데 성적은 잘 나오고 조금 뭐랄까 나한테는 연예인같이 닮고 싶었었어 .. 완벽해 보였거든
나는 몰랐는데 그때 친해진 무리 속에 한 명이랑 같은 고닥교 배정 받아서 진짜 절친됐거든 걔가 입학식 그 다음 날쯤 말해줬는데
그 나 도와준 친구가 아파서 학교 안 온 날 무리 아이들한테 잘 좀 챙겨줘라, 나 밥은 먹었냐 이렇게 물어봐주고 뒤에서 엄청 챙겨줬대 ㅠㅠ 그래서 지금 절친도 점점 챙겨주는게 습관이 되다가 나랑 친해졌다고 하고.. 어쩐지 아이들이 너무 살갑더라고
솔직히 걔 처음에는 난 .. 가식이라고 생각했거든. 모든 게 피해망상 처럼 난 우울한데, 쟨 모든 아이들한테 살갑게 대하고 그렇다고 얘들이 만만하게 보지도 않고 남자한텐 관심도 전혀 없으면서 공부도 잘하고. 진짜 가식 100% 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니더라.
걘 약간 자기 자신이나 제 사람 일 아니면 신경 안 써. 소문이든, 일이든 전후사정 전부 다. 나 아니면 우리 무리 아이 한 명이 아프거나 고민 있다고 하면 시간관리 철저한 그 친구가 학원 중간에 나와서 내도록 편의점에서 수다 떨면서 기분 풀어주고. 근데 걘 .. 진짜 '아는 사람' 과 '친구' 그리고 '친구' 와 '친한 사람' 의 경계가 확실히 분명해서, 반 친구들이랑 살갑게 대하고 소외 되는 아이 있으면 챙겨주는 건 "누군가에게 예의 정도는 차리는 건 기본이랬어, 우리 엄마가. 그리고 따돌림은 나쁜 거랬고, 교과서가." 라면서 되게 단순한 이유로 도와주는 거고, 도움 받은 친구가 고맙다고 시내 가서 떡볶이라도 먹을래? 하면 딱 선 그어버리고. 그래서 .. 왠지 걔 주변엔 진짜 그 아이를 걱정해주는 사람 뿐이었던 것 같아. 물론 다른 반 아이들도 그 아이를 참 좋아했는데, 선 긋는 걸로 괜히 트집 잡곤 했거든.
뭐 아무튼, 그러다가 걔가 중3 겨울방학 2주전쯤부터 학교에 안나오기 시작했거든 담임은 알 거 없다라고만 하고, 쌤들은 말도 안 해주고
무리 애들은 이상한 소문 나는 거 바로 잡기만 하고 걱정은 안하길래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나 또 튕긴건가..? 이렇게 걱정했는데 무리 애들도 아무 것도 모르지만 그 아이라면 뭐 든 잘 해내겠지 하면서도 계속 꺼진 전화기에 전화걸더라
솔직히 처음에는 엄청 걱정됐다가 졸업식 날까지 안오는 거 보고 얜 날 친구로도 생각 안한건가.. 싶기도 했고 어떻게 전후사정도 말을 안해줄 수가 있지 싶어서 조금 미웠거든 서운한 마음에
그러다가 어제 집 가는 길에 내 집 앞에 누가 앉아서 폰 하길래 동네 주민인가 싶어서 그냥 지나가는데 누가 날 부르는 거야
와 놀래서 굳어있는데 걔가 웃으면서 누가 보면 자기가 나 잡아먹는 줄 알겠다면서 웃는데 진짜 너무 반가워서 굳었어
10초 쯤 지났나? 걔가 계속 그렇게 굳어 있으면 동상된다면서 농담건네길래 순간 울컥해서 어디갔냐고 갈 거면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냐고 화냈는데
앉아있던 의자에 다시 앉더니 옆자리 툭툭 두드리길래 나도 앉았어 .. 그리고 대화 나눴는데 결국 자퇴하고 수능 준비하더라
자기 이야기를 원체 안하는 아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수시 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니까 그러가 싶기도 해
우리 학교가 사립 재단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반항은 절대 안 돼 쌤 말에 말대꾸도 안 돼 .. 그걸 다 하는 아이가 전교 상위권 중에선 그 아이 뿐이었어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돈 다 걷는 건데 왜 필수냐고 얘들이 뒤에서 욕할 때 걘 당당하게 교무실 가서 교감 쌤이랑 일 대 일 상담하고 나오고.. 얘들끼리는 알아도 쉬쉬 하는 편이야 왜냐면 걘 아이들이 관심 주는 걸 별로 안 좋아했거든
고등학교 갔으면 잘했을 꺼야 걘.. 공부도 친화력도 다 좋았으니까 교과 비교과 다 잘 챙겼겠지 그 아이가 싫어했던 건, 수시 한 줄 예쁘게 쓰겠다고 쌤들한테 아양 떠는 거, 그리고 모의고사 학교 시험 성적에 혹시라도 자기가 성적이 떨어 졌을 때 제 친구가 올랐으면, 겉으로 축하하면서 속으로 욕할 것 같은 제 미래의 모습이 너무 역겨워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아
걘 중3때 이미 국어,영어 수학 모든 게 선행이 끝나있었으니까 왠지 걔 선택이 신뢰가 가더라 항상 학원 플랜카드에 외부 수상 예를들면 토익 토플 한국사 등에 고득점으로 걸려있었으니까..
그래도 너무 좋은 친구라서 다시 만난 어제를 잊지 못할것같아 그래서 판에 글 써보는 거고 ㅎㅎ
난 .. 글쎄 다음에 내가 자녀를 낳으면
꼭 걔를 닮았으면 좋겠어
추가) 내가 걜 동경했던 이유는 너무 많지만 진짜 멋있다 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친해지기 전에 전교에 급식줄 새치기가 너무 많아져서 일주일간 전교생 반 번호순으로 먹게 된 날이 있었어 그 날 전교에 한 명이 한부모 가정이라는 게 애들끼리 소문이 나고 정말 뒷말이 붙었거든 엄마가 __다, 콩 심는데 콩나니까 쟤도 저럴꺼다 뭐 등등 점심 때도 다들 그 이야기하는데 그땐 튕기기 전이라서 친구들이랑 나도 그냥 듣고 있었어
근데 옆에 걔가 뒤늦게 급식 받아서 먹기 시작하다가 어떤애가 " 야 너 그거 들었어?" 하면서 소문 쭉 나열하는데 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지 밥만 열심히 먹더라 이야기 해주던 아이가 말 끝났는 지 대박이지 않냐고 물었어 나도 걔가 어떻게 대답할까 궁금해서 쳐다봤는데 다 걔 쳐다보더라 걘 갑자기 다 저를 쳐다봐서 당황하더니 제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는데 진짜 이 때부터 동경했었어
"딱히. 소문은 내 알 바 아닌데 000은 쫌 걱정된다 그치. 난 걔가 이 걸로 엄마를 안 미워했으면 좋겠는데. 어머니가 힘드실 거야 그렇지 않겠어? 걘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그 사실이 자꾸만 싫어하는 마음을 생기게 하니까 힘들 거고, 새 생명을 낳겠다란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선택을 한 어머니의 선택이 그 아이가 싫어하게 되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니까, 기준은 자기가 사랑하고 아끼는 000니까. 너네도 이제 그만해 우린 손가락질 할 자격도 명분도 없어 박수쳐도 모자를 일인데 왜 손가락질을 해? 부모님의 나이가 어떻든 사정이 어떻든 새 생명을 낳고 기른다는 용기는 박수쳐도 모자른데. 우리 반 만큼은 소문 입에 오르게 하지도 말고 박수쳐줄 거 아니면 신경 꺼. 나 분명히 말했다? 우리 반 전부 다 신경 꺼. 안 그러면 진짜 나 화낼꺼야?"
대충 이렇게 말했어 아이들은 벙쪄서 듣고만 있다가 한 아이가 "그래 쫌 소문이 심하긴 했어. 우리만이라도 그러지 말자." 뭐 이런 식으로 말을 꺼내니까 얘들도 그래,그러자 하면서 수긍하고. 너무 .. 멋졌거든 이 이후로 반 한 개에서 소문이 사그라드니까 전교에서도 조용해지고 나중에 친해지고 걔 친구한테서 들었는데, 소문났던 000이 걔한테 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 어머님도 고맙다고 연락 주셨대
그냥.. 이 친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력이라고 해야할까? 전교에서 극상위권 친구들은 쫌 봐주는 권력. 그걸 너무 좋은데에만 써서 너무 좋았어 소문이 나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평소처럼 그 친구 대하고, 한 명도 소외 안 되게 반장보다 먼저 나서서 챙겨주고 겨울쯤에 기부 많이 하잖아 얘들한테 매점 아이스크림 하루만 안먹으면 안되냐? 하면서 애교부리니까 우리반 모금액 전교에서 1등하고 , 씰? 우표 같은 거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고민하더니 나가서 하나에 300원인 걸 세트로 3000원짜리 5개 자기가 먼저 산 뒤에 앞에서 나한테서 우표 살 사람? 싸게 드림! 하면서 얘들한테 팔고 남은 돈은 학급비에 기부하고..
칭찬 투성이네
나한테도 친구들한테도 좋은 친구였어 멋졌고 닮고 싶고
그래서 항상 응원해 친구야
너 덕분에 친구가 뭔지 알았고
사람 대하는 법을 알았고
행복한 게 뭔지 알았어
너 초록창 보다 네이트로 뉴스 보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여기다가 올려봐 혹시라도 볼까 봐.
물론 넌 부끄럽게 그런 걸 왜 올리냐며 웃기만 하겠지만
널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
고맙다 내 친구 너 같은 친구를 .. 내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