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개그도 종합예술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곡도 선곡이지만, 노래 한 곡에서 뽑아내는 탄탄한 플롯의 힘이 크다. 특히 익히 전개가 예상되는 노래 가사에서 색다른 얘기를 뽑아내는 경우가 그렇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에서 속 좁은 남자친구의 오해가 부른 어처구니없는 실수담으로, 연인과의 이별 후 상황을 담은 ‘잔소리’는 죽은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재탄생했다. 가장 크게 사랑받았던 팀의 ‘사랑합니다’ 편은 연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가사에서 아버지 혹은 부모에 대한 사랑으로 변주해냈다. 개그가 만들어낸 힘 있는 플롯이 ‘감동’까지 선사했다는 점에서 ‘뮤지컬’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사랑합니다’편을 보며 눈물 훔치던 객석의 관객들, 방송 직후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시청자 의견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이동윤, 신봉선, 김재욱, 유민상, 노우진 다섯 멤버의 탁월한 노래 실력과 연기를 보면 지금까지 ‘개그’와 ‘개그맨’에 대한 개념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게다가 <개콘>의 최대 강점 ‘라이브 밴드’가 적절한 타이밍에 넣어주는 음악과 무대의 화려한 조명들까지 가세하면 <개콘>의 뮤지컬은 ‘진짜 뮤지컬’이 된다.
극과 현실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뮤지컬’이 사랑받는 건 ‘웃기기’ 때문이다. 노래하려고 옷 속에서 마이크를 꺼내면서도 애써 몰랐단 듯 놀라는 척 하거나, 열창하다 삑사리 내면서 자연스럽게 극으로 다시 녹아드는 경우(팀의 사랑합니다 편), 심각하게 대사 치다가 갑자기 노래 부르는 등 극과 현실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면서 웃음을 유도하는 것도 뮤지컬의 웃음 포인트. 4일자 방송에서 여주인공 신봉선의 “나처럼 예쁜 귀신 봤어요?”는 분명 <뮤지컬 ‘잔소리’>편에 해당하는 대사다. 하지만 김재욱은 “귀신, 거울은 봤어?”라고 받아친다. ‘잔소리’ 편에 집중하고 있는 관객이지만 현실은 또 현실인지라 터져 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다. 극에 진지하게 몰입하면 할수록 뜬금없이 ‘툭’ 치고 나오는 이들의 개그는 그만큼 웃기다.
특히 관객과의 공감을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극 중간 이들은 그들의 이전 캐릭터를 차용해 웃음의 양념을 만든다. 김광석 ‘이등병의 편지’ 편에서 여장교로 분한 신봉선은 말 안듣는 부대원에게 “짜증 지대로다~”라며 본색(?)을 드러내고, 봉숭아 학당의 제니퍼로 알려진 김재욱은 필요할 때 극 사이사이 제니퍼의 면모를 빠트리지 않는다. 바이브의 ‘미워도 다시 한 번’ 편에서 뻔히 남자로 나오다가 막판에 ‘뽀로롱’ 제니퍼를 연기하며 여자 선배라고 박박 우기던 반전(?)이나, ‘잔소리’ 편에서 제니퍼 도사를 연기한 게 그 예다. 관객이 알고 있는 정보를 활용해 오감을 자극하는 영리한 전개를 뮤지컬에선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감동은 웃음을 돋보이기 위한 옵션이었으면 물론 약 6개월에 들어선 시점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특히 ‘사랑합니다’ 편 이후 극이 ‘감동’ 쪽에 포커스가 맞춰있다. 이렇듯 무게 중심을 감동에만 두면 ‘<개콘>’의 뮤지컬이라는 애초의 개그 정신은 실종된다. 감동까지 줘서 환호했던 것이지, 감동만 줘서 호응한 게 아니란 뜻이다. 웃음을 줘야 감동이 증폭된다. 둘의 시너지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또 소품의 활용도가 점점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물론 일주일을 합숙하다시피 할 정도로 창작하느라 시간이 빠듯한 건 알겠지만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무대 구성요소 챙기는 노력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첫회 ‘겁쟁이’편의 무대 장치가 가장 신선했다. 별 기능할 것 같지 않은 무대 위 장치들도 ‘뮤지컬’을 풍성하게 만들고자 관객에게 이야기한다. 시선이 연기자에게만 몰리면 관객은 지루해진다. 관객의 오감을 끊임없이 자극하길.
‘뮤지컬’의 존재가 의미하는 것 뮤지컬은 일단 <개콘>의 다양성에 큰 몫을 한다. <개콘>은 ‘마빡이’의 슬랩스틱부터 ‘왜 사니’처럼 처음 본 시청자가 ‘참 뜬금없다’ 싶은 실험개그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용한다는 게 가장 큰 힘이다. 여기에 뮤지컬은 개그가 더 이상 단순히 웃기기만 한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감동’까지 줄 수 있는 한 편의 드라마 타이즈가 가능한 종합예술임을 보여주면서 <개콘>을 풍성하게 했다. 개그맨들의 생명이 그 어떤 연예인보다 짧다는 건 그들의 연기가 오롯이 그들 자신의 창의력 내공에서 비롯되고, 그만큼 무에서 유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걸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컬’은 개그맨이 오락프로그램 패널이나 드라마의 감초용 조연으로서만이 아니라 종합 예술인으로서, 특히 진짜 뮤지컬 무대 오르기에도 손색없는 탁월한 능력자임을 증명한다. 개그가 ‘웃고 땡’이 아님을 보여준 ‘뮤지컬’, 앞으로 더 많이 진화된 개그를 보며 웃을 수 있길 바란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