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가 삽입’ 영화 실미도 국보법 무혐의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구본민 부장검사)는 28일 전세계 공산주의자들의 혁명 찬양가인 ‘적기가(赤旗歌)’를 부르는 장면을 영화에 삽입한 것과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혐의로 고발된 영화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등에 대해 최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실미도 사건 유족들이 ‘영화에서 실미도 훈련병들을 살인범 또는 사형수 출신 등으로 묘사했다’며 강 감독 등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한 부분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감독 등이 ‘영화의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적기가 장면을 삽입했다’고 설명, 이적(利敵)의 인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자유민주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 또한 인정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감독 등이 제작에 참고한 국회 회의록, 언론보도, 소설 등은 일부 훈련병이 전과자였다고 밝히고 있어 피고소인측이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혐의 취지를 설명했다. 학도의용군동지회는 올 2월 ‘강감독 등이 전혀 실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사실을 날조하면서 영화 속의 실미도 대원들이 적기가를 부르는 장면을 4차례 삽입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강감독과 영화사 관계자들을 고발했다. 실미도 사건 유족 47명은 지난 4월 ‘영화가 훈련병들을 용공주의자이자 살인범, 사형수 출신 등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유족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역시 강감독 등을 고소했다.
「실미도」의 ‘적기가’ 삽입 부분이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유를 한 번 살펴보면 「국보법」이 없어져야 할 이유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적의 인식이 없어서”
“자유민주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없어서”가 무혐의 처분의 이유이다. 검찰에는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x-레이라도 있는 지 묻고 싶다. 강우석 감독이 영화를 만들 당시 이적의 인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무슨 수로 판단한단 말인가? 그야말로 그 사람의 속을 뒤집어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또한, 실미도란 영화가 자유민주 질서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 검찰이 무슨 수로 판단하나? 과거 독재정권 시절이라면 검사가 ‘자유민주 질서를 위태롭게 할 것 같다’고 판단하는 순간, 강우석 감독은 감옥에 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다행히 〈참여정부〉가 정권을 잡고 있고, 냉전화해의 시대 분위기 때문에 공안검사들도 「국보법」 적용을 아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언제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도 있고, 다시 냉전의 사회분위기로 몰고 가면 강우석 감독이 감옥 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국보법」을 폐지하지 않는 한…….
사실 검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영화 「실미도」는 「국보법」 위반으로 입건할 수도 있다. 영화 「실미도」를 천만 관객이 보았고, 실미도의 dvd를 갖고 있는 사람도 아마 꽤 될 거다.
그 천만 관객은 ‘불고지죄’의 적용대상이고, 그 영화를 상영한 극장은 ‘이적표현물 공연’이라는 중죄를 지은 것이고, dvd를 갖고 있는 사람은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범하고 있는 거다.
‘확대해석 아니냐? 어떻게 이런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하겠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철우 의원이 국가기밀 누설로 간첩죄를 적용받아 5년을 감방에 썩게 되고, 이철우의 아버님이 돌아가시게 된 죄목이 ‘자본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의 이른바 불온책자의 목록을 간첩에게 건네준 것’이다. 실제 「국보법」으로 처벌 받은 사람의 ⅔가 ‘이적표현물 소지’ 때문이었다.
소설 『태백산맥』을 읽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태백산맥』이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고, 검사들이 10년 간 「국보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태백산맥』은 아직 무혐의 처분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사회분위기가 바뀌고 지금은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국보법」을 예전처럼 적용해 버리면,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는 감옥에 갈 것이고, 혹시 『태백산맥』이 당신의 서가에 꽂혀 있다면, 당신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감옥 구경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선생” ⓒ 데일리서프 민원기 기자
이런 거다. 「국보법」이. 잡아넣을려면 누구나 잡아넣을 수 있고, 잡아넣기 싫으면 아무도 잡아넣지 않는…….
문명 세상에 이런 법이 존재해서야 되겠는가?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도 「국보법」 위반이다. 「국보법」을 철폐하라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으므로.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에서 주인이라는 국민이 말 한마디, 글 한 구절 마음대로 말하고, 쓰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국보법」 폐지에 관해 얘기하시는 분들이 ‘남북화해’에 대해 많이들 얘기 하시는데, 그것도 중요한 이유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국보법」이 폐지되어야 할 더 중요한 이유는 「국보법」이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게 한다’는 데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게 어디 한 둘인가?
혹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북한이 혹시 주장하는 것 하고 일치하지는 않나 살펴봐야 되고, 혹시 북한을 이롭게 하는 주장은 아닐까 생각해야 되고 이러다 보면 무슨 말을 제대로 하겠는가?
「국보법」 폐지해서 말 좀 하고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