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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떨림은 어디 숨어있었던 걸까

ㅇㅇ |2018.09.27 02:06
조회 308 |추천 0
우리 초등학교 동창들 모두가 안다. 네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그러나 아무도 모르겠지, 나도 너를 좋아했었다는 건... 내가 꽁꽁 숨겼어. 들키기 싫어서. 너를 좋아하는 내 친구들과 멀어지기 싫어서. 숨기다 보니까 무뎌졌어. 아니, 사실 무뎌졌는지는 잘 모르겠어 중학교로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또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고... 남들 사는 대로 살면서 또 이런저런 감정에 치여살았으니까. 솔직히 잊었다고 생각했어. 아 세상에 멋있는 남자 많더라고.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 번 사귀기도 했어.

근데 어떻게 인생이 이렇게 되지. 하필 어제 남친이랑 헤어졌는데, 뭔가 답답해서 그냥 마시고 죽자 하고 폐인처럼 나가고 있었는데. 어떻게 니가 그 골목에서 나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건 알았지. 근데 뭐 같은 동네도 아닌데 이런게 가능해??? 나 그 때 솔직히 너 한 눈에 알아봤고 내 몰골도 알고 있었는데 그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거는 너무 빠르게 뛰는 내 심장이었어. 나 진짜 덜덜 떨었어. 니 연락 계속 피해다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소심하다고 돌던져도 되지만, 얼굴 봐서 너무 좋았다. 매일 밤 상상해. 내가 조금 늦더라도 학창시절에, 그나마 우리가 어렸을 때 너에게 내 맘을 전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말이야. 뭐 별 거 있었겠냐만, 이렇게 오래 질질 끌어서 내가 너를 바보처럼 피해다닐 일은 없었겠지. 그냥 추억이 조금 있는 초등학교 동창 정도로 남을 수 있었겠지. 오늘 감당할 수 없는 떨림을, 그 무더졌다고 생각했던 떨림을 직시하니까 그냥 너무 부끄럽더라. 내가 그냥 너무 멍청하게 느껴져. 이제 더는 맘 놓고 뛰어놀던 아이가 아닌데,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서 이제 회사원이 되는데, 이런 감정으로 이렇게 시간을 막 보내도 되는 걸까? 너한테도 예의가 아니고 이제 잊어야지. 잊어야지. 이 떨림은 진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크기다. 내가 회피하는동안 눈덩이처럼 불었나 봐.

근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해도 돼? 넌 내 첫사랑이었고, 방금 내 입으로 잊어야겠다고 말했지만 아마 잊기 힘들거야. 넌 여전히 따뜻한 사람이더라. 앞으로는 니 눈 앞에 띄지 않도록 할게. 미안했어.. 사랑했다 당사자인 나도 가늠 못 할 정도로 많이.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만수무강 해라 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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