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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만에 정신차리고 마지막 하소연이라 생각하고 글 쓴다

ㅇㅇ |2018.11.27 20:39
조회 163 |추천 5

12일 만이라고 하면 수능 이야긴지는 잘 알겠지

10대 톡이고 수능 끝난 고3니까 반말로 할게

수능끝나고 악쓰고 울었다

수능 끝나고 울었던 기억 밖에 안나

수험장에서 경비 아저씨가 나가라고 할 때까지 교실에 남아 계속 울었다

지금까지 모의고사 보면서 국어 80점 밑으로 내려간 적 단 한번도 없었다

고작 80점 가지고 뭐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수능때는 못봐도 75점 정도 예상했어

나 이번에 국어 55점 나왔다

터무니없이 낮게 나왔어

생각외로 화작 풀때는 침착했던 것 같은데 문법 풀면서 멘탈이 조금씩 부숴지기 시작하더니

31번때는 그냥 집에 갈까 생각했다

어려웠다기 보다는

나 자신에게 한심해서

그냥 나 자신에게 한심해서 그랬어

중학교때 전교 8등으로 졸업하고 장학금도 받고

부모님께 어디 내놔도 안 부끄러웠던 딸이었어

당연히 고등학교때도 이런 페이스 유지 할 거라고 생각했고

난 그게 자만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페이스 다 무너졌지

내 생활패턴을 바꿔야만 했고 나를 바꿔야했고 경쟁을 해야했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됐으니까

새로운 형식에 수행평가

새로운 공부방식

새로운 환경

새로운 경쟁

날 돌아버리게 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던거야

그렇게 1학년때 무너진 페이스는 고3 수능 볼 때 까지도 회복되지 않았다

우습지

고등학교 1학년때는 7등급이 당연했고 단 한번도 5등급 이상을 맞아본 적이 없다

공부를 안했고

공부를 못했으니까

2학년 때는 그나마 3등급이 나왔다

어디서?

한문에서

그것도 1학기에만

나머지 과목은 여전히 5등급 혹은 6등급에 머물러 있었다

3학년 때도 같은 패턴이었다

역시 5등급

결국 수시 쓸 때 쯤 내 손에 쥐어진 성적은

5.1

난 그정도였던거다

전교 8등?

다 필요없고

5.1

그게 나였다

1학년때는 서연고 서성한 난다긴다하는 대학교를 갈 수 있을 줄 알았고

2학년때는 인서울은 하겠지 싶었고

3학년때는 수시를 쓸 수 없다는 좌절감이 하루하루를 괴롭게 했다

그래도 우주상향으로 지원했고 성적이 부족해 무조건 면접을 다녔다

면접가서도 텅 비어있는 생기부때문에 나에겐 공통질문 이외의 질문은 일절 없었다

예상했기에 무덤덤했고 무뎌진 나 자신에게 화가났다

나는 공부했다

어떻게든 대학가보자고

인서울한 친언니와 비교 되지 않게 어떻게든 해보자고

3년째 회복되지 않은 페이스로 억지로 버텼다

낭떠러지에 홀로 떨어져 외롭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일념으로 버텼다

9월 모고 때는 모자라지만 2 4 4 받았고 너무나 뿌듯했다

난 당연히 수능때도 그럴 줄 알았 던 것이다

나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고 오만방자했다

9월 모고 때문이었을 까

헤이해 진 것이 사실이다

놓치는 드라마가 없었고

영화관에서 보지 않은 영화가 없었으며

유X브에는 보지 않은 영상이 없었고

웹툰은 더이상 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수능 2달전에는 나도 여느 고삼처럼 열심히 했다

아니 열심히 하는 척만 했겠지

내 책상위에 수능 디데이를 세고 있는 달력에는 다운받은 드라마가 플레이되고 있는 휴대폰이 기대어져 있었고

교실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샤프 속에 내 샤프는 할 일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교실에서 유일하게 내 귀에만 이어폰이 자리하고 있었고

내 눈은 종이가 아닌 바보상자만 쳐다봤다

그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놓치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돌아간다고 해도 열심히 못 한다 아니 안 한다

그래도 후회는 된다

그게 현실이다

지금

수능 끝났다고 홀가분하다고 염색하고 파마하는 친구들사이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홀가분한 기분은 내게  과분한 기분이다

후회도 내게 과분하다

재수는 안 할것이다

다시 1년이 주어진다고 해도 제대로 해낼 자신이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나는 그 많은 시간을 놓친 인간이고

극복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인간이고

후회밖에 안 하는 멍청한 인간이고

그렇게 놀았던 과거의 나를 원망만 하는 더러운 인간이다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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