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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생각했던 남자친구 핸드폰

|2019.02.27 17:39
조회 1,652 |추천 3
안녕하세요. 5년 만난 연인을 두었던 20대 후반입니다.
정말, 네이트 판 혹은 페이스북 페이지 들에서나 보았던 일이 저한테 실제로 벌어지니, 이 곳에라도 익명의 힘을 빌려 털어놓고 싶어요... 결혼하신 분들의 진짜 경험과 조언을 듣고 싶어 이 카테고리에 글을 올립니다..

요점만 말하자면, 남자친구 핸드폰에서 랜덤채팅 어플을 발견했고, 대화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평소에 서로 폰을 그다지 터치하지는 않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대화내용을 본 이상 이 사람과는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잘 해볼 생각 없고, 다시 만나는게 불가능하다는거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이 사람을 너무 많이 믿고 의지했다는 거에요. 남자친구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저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성격과 가치관을 알았다고 생각했고, 남자친구의 삶을 살아가는 자세와 가치관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근데 그런 남자에게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제가 아는 남자친구라면, 랜덤채팅 어플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본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었을테니까요. 누구보다도 넓고 따뜻한 마음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이 멋졌던 사람이었는데...

5년 동안의 시간이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입니다. 저의 가장 큰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구요. 그 무너진 것에 깔려 숨조차 쉬기 힘드네요. 제가 사랑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아니 제가 멍청했던 걸까요 제 안목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던 걸까요.

다른 것도 아니고 오랜시간 대화와 서로의 행동을 보며 믿었던 사람에게마저 이렇게까지 신뢰를 잃으면, 저는 앞으로 누구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제가 앞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믿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가끔 판을 보면 이십대 후반에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고, 정말 더 나를 아껴주는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는 글들을 본적이 있어요. 정말 그게 가능한 건지, 이렇게까지 가장 믿었던 다른 외적인 조건이 아니라 오로지 그 내면을 믿었던 사람에게서 상처받고 모든 신뢰를 잃었는데 어차피 이 세상 사람들 다 거기서 거기 아닐까요.

한 순간에 오년을 만났던 사람을 옆에서 떼어내려니 매 시간이 지옥같아 지금은 이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뭐든지 다 하겠다는 남자친구에게 저는 제 마음대로 굴고 남자친구는 제 부탁은 뭐든 들어줘야 하며 남자친구의 많은 행동에도 제약을 걸었습니다. 제가 다시 잘 해보려 이러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너라도 괴롭히며 너가 먼저 지치든 내가 지치든 그 끝에 결국 관계를 정리할 거라 말 해두었어요.

저도 알아요 이 행동이 둘 모두에게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근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아주 조금만 이기적이어보려고 합니다. 다시 잘 해보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이 사람이 없이도 살아갈 시간을 조금씩 받아들여보려구요. 이런 제 행동에 지치는 남자친구를 보고, 남자친구에게 괴물처럼 구는 저를 보며 점점 저는 마음을 정리해 갈 수 있지 않을까... 바보같지만 이 선택밖에 지금은 할 수 없더라구요.. 이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얼마든지 질책해 주셔도 좋아요... 어떤 이야기라도 듣고 싶어요..

저 이 사람과 헤어지는게 너무 당연하고 맞다는 거 잘 알아요. 근데 너무너무 정말 매 분 매 초가 죽을 거 같이 힘들어요. 제가 사랑했던 사람도, 그 사람을 믿었던 저도, 우리가 꿈꿨던 미래도 모두 한 순간에 유령이 되었어요. 시간이 약이라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사람은 잊혀져도 제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어느 누구에게도 왜 헤어졌는지를 차마 말할 수 없는 저의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3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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