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좀 어처구니없는? 섬뜩한? 일을 겪어서 판에 글을 써봅니다.
솔직히 저를 특정 가능할까봐 좀 겁나기도 하고 해서 제가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를 온라인 불특정 다수에게 꺼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만, 너무 기분이 불쾌하고 착잡한데 내가 이런 일을 당할 정도로 큰 잘못을 한건가 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글을 써 봅니다.
두서없지만 읽어주시고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는 저랑 사귀기 전에 B와 사귀는 사이였습니다. 저와 A는 동아리 선후배 사이로 알게 된 사이입니다. B와 저는 딱히 접점은 없습니다. 세 사람이 모두 같은 대학의 같은 과이긴 하지만 저희 학교 분위기상 같은 과만 가지고는 그냥 남입니다.
저와 A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해졌습니다. 동아리가 좀 특이해서 고학번들도 활동이 활발한 편이거든요. 딱히 A랑만 친해진 것도 아니고 그 때 열심히 활동했던 많은 동아리원들과 두루 친하게 지냈습니다.
사실 사귀기 한 한달 전까지만 해도 연애감정 같은게 딱히 있었던 건 아닌데, 성격도 비슷하고 말이나 행동을 보면 제가 신입생이던 시절의 모습도 많이 보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호감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A를 아는 사람은 대부분 B라는 사람과 A가 연애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이 다툼이 잦았고 (사귀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거의 사귀는 내내 이런 상태가 지속되었었다고 합니다) 근 한 달 가까이 서로 얼굴을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저를 포함한 친한 사람들 소수가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있고, A와 B가 서로 바빴던 탓도 있습니다. 카톡으로만 연락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알고 A에게 고백을 했고, A는 고백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A는 곧바로 B에게 다른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A와 제가 사귀게 되었고, 몇 년 동안 고난도 있었지만 사랑으로 잘 이겨내왔습니다.
한편 A와 B는 연인관계가 끝났지만, 제가 소속된 동아리 (가칭 광장)가 아닌 다른 동아리 (가칭 아카대미)에서 함께 활동중이었고, 두 사람은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친구관계로 지냈습니다. A가 B를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게 되어서 헤어진 건 아니었고, 또 인간관계에서 서로 얽힌 부분이 매우 많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그 뒤로 광장에서 인간관계 트러블이 발생하여 광장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것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건인데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제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를 떠났는데 저는 혼자 대학원을 다니는 상태에서 동아리와의 관계가 끊어지니 제 주변에는 A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A는 아카대미 활동을 계속 열심히 하고 있었고, 그래서 아카대미에 같이 노는 친구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여가 시간을 A의 친구들, 즉 아카대미의 회원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카대미는 현역 활동 회원만 오십 명이 훌쩍 넘고, 재학 동아리원 숫자는 기백명에 달하는 중대형 학술동아리입니다. 그래서 아카대미 회원들과 논다고 딱히 B와의 접점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가끔 제가 대학원에서 공부한 것들을 가지고 소규모 동아리 세미나를 진행해 주기도 했는데 (딱히 외부인은 세미나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더군요.) 당연히 B와는 마주치는 일이 없게 했습니다. 세미나라고 해봐야 청자가 열 명도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인데, 굉장히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라 열의도 높고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문제는 최근에 제가 아카대미에 가입 신청을 하면서 생겼습니다. B가 마침 휴학한 상태였고, 저도 아카대미 사람들과 교류하는게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A가 권유를 했던 것입니다. 고민이 되긴 했지만 어쨌든 B와 마주칠 일은 없으니 괜찮겠지 하고 가입 신청서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B가 이 사실을 알고는 엄청 화가 나서는 A한테 연락을 해온 겁니다. 어떻게 자기한테 그럴 수가 있냐고요. 아니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데 거기다 얼굴 들이밀겠다는 것도 아닌데 마치 자기 영역을 침범한 것마냥 이성을 상실해서 길길이 날뛰더라고요.
그것도 부족해서 동아리원 면접을 주관하는 동아리 임원들을 단톡방으로 초대해서는 자기가 저랑 사이가 매우 안좋기 때문에 만약에 저를 동아리에 받으면 갈등이 유발될 것이고, 따라서 제가 동아리에 들어오면 본인은 활동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아니 제가 싫은건 지 개인적인 문젠데 왜 공사 구분 못하고 자기보다 후배인 사람들도 많은 임원진한테 뭐하는 짓입니까? B가 이 동아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꽤 크거든요. 임원진들 입장에서도 이 상황이 곤란하다는 걸 알고 저런 진상을 부린겁니다.
어쨌든 임원진 회의 끝에 (회의거리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사적인 문제니 입동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동아리 단톡방에 초대되자 마자 B는 톡방을 나갔습니다. 뭐 여기까진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어떤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저를 미워하는 거야 자유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A한테 카톡으로 계속 제 욕을 하면서 날뛰는겁니다. 안그래도 A와 B가 친구로 지내면서 B가 저를 싫어하는 문제 가지고 많이 싸웠다고 합니다. A도 B가 저를 싫어하는 감정을 이해를 하니까 최대한 제 이야기를 안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아무래도 A와 제가 서로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 이야기가 하나도 안 나오기가 힘들고, 그래서 계속 투닥투닥했다는 모양입니다. 물론 최근에 알게된 얘기는 아니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A의 남자 지인들에 대해서 일체 간섭하지 않습니다. (연인간의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전 남친인 B와의 친구관계도 포함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B가 예전부터 너무 한심했습니다.
저를 싫어하는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A와 친구로 남기로 했다면,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면전에서 함부로 말하는건 삼가야 되는거 아닌가요? 난 니 남자친구 싫어하니까 남자친구 얘기 안했으면 좋겠어 라고 대놓고 말하는데 아무리 전남친이라는 맥락이 있어도 A 입장에서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사실 저를 미워하는 이유도 좀 웃깁니다. A가 B의 미움을 사거나 욕을 먹는걸 바라는건 아니지만, A랑 친구로 계속 지내면서 저에 대해 안좋게 말하면 A는 뭐가 됩니까? 아무리 봐도 지 "몫"이었던 여자를 제가 빼앗아 갔다고 생각한다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제 연인이 부족함을 느끼고 저를 떠난다면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언제라도 보내주어야 한다는 마인드로 항상 연애에 임해 왔습니다. 비록 다른 이의 곁으로 가는 것이 가슴이 아프지만 어떤 상황이 와도 진정으로 연인의 행복을 빌어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요.
물론 생각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한 행동을 나쁜 짓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러면 A랑은 친구로 지내면서 저한테만 증오의 화살이 향하는건 좀 이상해요.
A를 동등한 관계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A랑 저를 같이 미워해야 앞뒤가 맞지 않나요? A를 "공모자"가 아닌 "도둑맞은 물건"이라고 인식하니까 저만 미워할 수 있는것 아닌가요? 그런 결론을 내리고 나니까 너무 한심해 보이더라구요. 아 쟤는 아직도 지가 왜 차였는지 모르는구나 싶어서요.
아니 지는 심지어 사귀던 고등학교 시절에 A한테 찝적대다가 다른 여자 여럿한테도 찝적대던거 들켜놓고는 당사자들한테는 사과도 안하고 지 동성 친구들한테만 사과한 놈이랑 계속 친구로 지냈다던데 너무 염치없지 않나요? A가 그 일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었는데 아직까지도 지가 뭔 잘못했는지도 모르더라구요. 그냥 뭐가 옳고 타당한지보다 제 기분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타입 같아요.
어쨌든 동아리 입동 사건으로 돌아가서 A에게 저에 대한 험담을 카톡으로 퍼붓고 있는 상태에서 A는 상당히 기분이 불쾌해져 있었는데, 제가 문득 B가 트위터 뒷계정으로 제 욕을 한다는 이야기를 A에게 들은적 있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A와 B는 트위터 맞팔인데, B가 본계만 A와 트친을 맺고 뒷계는 비공개로 해 둔 상태였습니다. 사실 A는 그것도 좀 기분이 나빴다고 했어요. 자기한테 못 보여줄 제 욕을 뒷계에서 했다는 얘기니까요. (B가 거의 대놓고 그래서 비공개로 했다고 A한테 말했어요.)
이 사건의 일련을 겪으면서 내가 그렇게까지 싫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B가 저에 대해서 무슨 욕을 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B의 계정을 찾아보았습니다. 참고로 여러분, SNS, 특히 트위터같은 검색 쉬운 플랫폼에 함부로 개인 얘기 올리지 마세요. 저 B의 계정 찾아내는데 5분도 안걸렸습니다. (이 글 쓰면서 이런 얘기 하는것도 좀 웃기긴 하네요.)
중요한건, 거기서 너무 충격적으로 저에게 심한 욕을 퍼붓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겁니다. 자살하라느니, 살 가치가 없다느니, 죽는 것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느니 거의 저주를 퍼붓다시피 했더라고요. 제 이니셜까지 써가면서요. 심지어 알고봤더니 그거 뒷계정 아니고 본계정이었습니다. (A는 입동 사건 직후에 블락당했습니다.)
제가 아카대미에서 알게 된 사람들 중에서도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뭐 B의 지인 내지는 친구들이니까 B의 편 들어주는것 정도야 그러려니 하는데 저렇게 심한 저주를, 그것도 자기들도 아는 사람한테 퍼붓고 있는데 내막도 잘 모르면서 그걸 동조해주고 앉았습니까?
아카대미 욕도 해놨던데, 아카대미 욕은 왜 합니까 대체? 똥오줌 못가리고 날뛰어서 임원진들 곤란하게 해놓고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죠. 아카대미에 꼴아박은게 많아서 그런지 아카대미가 자기 영역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카대미가 자기 기분을 맞춰줘야 된다 이거지요. 이게 정녕 제대로 된 성인의 마인드입니까?
그리고 과거 글도 좀 보니까 몇 년 동안 간간히 제 욕을 트윗하고 있더라고요. A는 말 그대로 트위터 계정만 있는 수준이라 못 봤대요. 본계에 이 정도면 대체 뒷계에서는 얼마나 심한 욕을 하고 있으려나요. 심지어 A를 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듭니다.
솔직히 아무리 제가 없는 자리라지만 이렇게까지 저주를 퍼붓는 것도 불쾌한데, 더 불쾌한건 뒤에서 이짓거리 하면서 A랑은 계속 친구로 지내왔었다는 겁니다. A도 저딴 놈을 그래도 친구라고 계속 만나줬나 하면서 너무 화나고 속상해했어요. A가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서 저랬다는건 거의 대놓고 A의 불행을 빈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보기에는 어떠세요? 제가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란 소리까지 들어야 할 정도로 큰 죄를 지었나요?
P.S. 솔직히 이렇게까지 되고 나니까 아카대미 활동을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어요. 어차피 동아리 안 들어가도 A 친구들이랑 노는건 똑같을 거고, 또 가끔 세미나 해주고 이런 것도 계속 할텐데. 동아리 들어가도 하던거 계속 하는데 좀 더 공식적으로 하게 될 뿐이겠죠.
근데 또 막상 이렇게까지 되고 나니까 저희도 오기가 좀 생기네요. 에이 그냥 양보해주자 하고 물러나면 그놈 뜻대로 되는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저런 입에도 담기 뭣한 욕까지 들어가면서 그 인간 배려를 해줄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