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여자친구와 헤어지기가 너무 힘들다.

ㅇㅇ |2019.03.17 12:53
조회 261 |추천 1
여자친구가 변하기 시작했다고 눈치챈 건

이전엔 한번도 없던 다른 남자랑 비교를 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지금껏 한번도 데이트 비용으로 문제된 적 없었는데 다른 남자들은 데이트 비용 자기가 다 낸다고 한다던가

지금껏 내 직업으로 한번도 뭐라고 한 적 없었는데 다른 남자들은 돈을 더 잘 번다고 한다던가.





나는 대학을 중퇴를 했다.

취업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어문 계열이라

얼른 공무원 준비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9급 공무원 이게 뭐 의사나 변호사도 아니지만

그래도 난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직업인데

내 직업에 대해 못났다는 듯이 구박하는 여자친구를 보니

한없이 기죽고 자존감이 떨어지더라.

내가 정말로 그렇게 못나고 부족한 사람인가 싶고.

내가 애정표현이나 연락이 줄었다던가,

데이트를 더 하고 싶다던가

그런 거라면 나도 더 노력하겠는데.

내가 돈을 못 번다고 하니까

말문이 막히더라.

공무원은 겸업 금지인데 몰래 다른 일이라도 해야하나.





대학 동창회에서 친해진 여자 후배가 있다.

학교 다닐 땐 지나가다 몇번 마주쳐서 서로 얼굴만 알지

이름도 모르던 친구였다.

내가 학교를 중퇴한 뒤로 쭉 본 적 없다가

술자리에서 친해지게 돼서 모임 있을 때마다 몇번 만났는데

성격이 참 따뜻하고 사근사근한 아이다.





일이 힘들다거나

건강 문제라던가

여자친구에 대한 고민이나

무슨 얘기를 해도 잘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좋은 애다.

처음엔 "아, 내 여자친구도 나한테 이렇게 해줬으면 얼마나 좋을까..."였는데.

정신차려보니

"이런 애랑 사귀면 얼마나 좋을까..."로 바뀌어가는 내 머릿속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

어느 순간 여자친구를 만나는 건 또 구박받고 상처받는 말 듣지 않을까 설렘보단 걱정이 앞섰고

객관적으로 여자친구보다 외모든 직업이든 모든 면에서 한참 모자란 후배와의 술자리가 더 기다려지는 내 모습을 보니

여자친구 뿐만 아니라 나도 끝났구나 싶었다.





4년이나 사겼으니 권태기도 올 수도 있고

결혼할 나이도 다가오니 현실적으로 더 나은 조건을 가진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거

나도 알고 있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헤어지자는 말 한 마디가

입에서 정말 안 떨어진다.

난 아직 여자친구가 많이 좋은데.

만난지 꽤 됐지만 난 아직도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레고 떨리는데.

여자친구는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이 든다.





오늘은 꼭 말해야지 하고 다짐하다가도

하루 종일 짜증내고 구박하다가도 잠깐 기분이 풀려서

날 보고 웃어주는 여자친구 얼굴을 보니

꼭 오늘이어야 할 필요가 있나...

내일 말하자 내일...





정작 그 내일이 와서

오늘은 꼭 말해야지 하고 다짐하다가도

폰 배경화면에 여자친구랑 같이 일본 가서 찍은 사진 보고

또 한번 더 미루게 되고.

그렇게 미루고 미루고 미뤄서 벌써 반 년이나 지났다.





나도 이미 우리 관계는 수명이 다 했고

끝내야 하는 게 분명한데도 정 때문에 놓지 못하고 있는건 내 과욕인 걸 아는데도

결국 어제도 말 못했다.

오늘은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 같다.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