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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꿀꿀이 바구미 5장 (02)

마쉬맬로우 |2004.02.07 09:13
조회 470 |추천 0

5-2


머리도 식힐 겸해서 집구경을 해 보기로 했다.


집 뒤쪽으로 가니 앞마당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뒷마당이 있었다.


넓지 않은 대신 아늑한 분위기가 있었다.



‘밤나무네.’



나무의 종류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지만 밤나무만은 잘 알고 있었다.


옛날 우리 집에 있었던 유일한 나무인지라 애착이 갔기 때문이었다.


밤나무 밑에는 장독대들이 있었다.


작은 장독대, 큰 장독대 크기는 제각각이었지만 줄을 맞춰 서있는 모양이 수암 어머니의 성품을 말해주고 있는 듯 했다.



‘역시 사는 집답군. 이정도 크기라면 부모님이랑 함께 살아도 별 지장이 없겠어. 밤나무도 있고 여기가 딱이야. 내 뼈를 묻으리라.’



시건방을 떨며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벤치에 앉았다.


바람을 쐬며 쉬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멍멍”



‘웬 멍멍이?’



하얗고 조그마한 강아지가 뒷마당 한켠에서 끙끙대고 있었다.



“야! 이리 와봐.”



괜히 멍멍이에게 시비를 걸었다.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개에게 줄만한 것은 없었다.




“멍맹아, 이리와. 멍맹아, 이리와.”




줄 것도 없고 해서 하얀 강아지를 위한 노래를 즉흥 작사, 작곡하여 불러주었다.


노래에 감동한 강아지는 조금씩 다가왔다.



‘오! 나의 음악성을 알아주는 강아지군.’



“이름이 뭐니?”



대답은 없었다.


허연 강아지는 올 것 같으면서도 오지 않았다.



‘이게 사람 성질 테스트를 하나. 가뜩이나 기분 안 좋은데.’



“이름이 뭐냐니까?”




대답이 없는 강아지에 화가 난 나는 강아지 머리통을 잡고 확 끌어당겼다.


“아얏.”




성깔있는 개였다.


순간 날 물고 만 것이었다.



‘아니 저런 삶아 먹을 개가 있나. 감히 네가 나를 물어. 너도 한번 물려봐라.’




강아지를 한 손에 움켜준 채 입으로 가져가고 있을 때였다.



“나루야!”



희멀거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같이 수련을 받는 별 특징 없이 내숭만 떠는 재수 없는 여자의 등장으로 강아지 목숨은 구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나는 씩씩대며 강아지만 노려봤다.



“괜찮으세요?”


“본인 꺼에요?”



내가 생각해도 재수가 없었다.



“네. 방안으로 데려갈 수가 없어서.”


“이렇게 사나운 강아지를 풀어놓으시면 어떡해요?”


“죄송해요. 한번 봐요.”



‘그래 한번 봐라. 얼마나 아픈데.’



“어디 물리신거에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깨끗했다.


민망스러웠다.


최소한 이빨 자국이라도 나있어야 덜 민망할텐데 내가 보아도 어딜 물린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나루가 아직 이빨이 다 안 나 있어서 다행이에요.”



졸지에 이빨도 안난 강아지에게 물리고 생쇼를 벌인 꼴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개를 묶어 놓으셔야죠. 사람이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무안한 마음에 괜히 한 소리 더했다.



“삐리삐리 삐리리.”



여자는 어디서 전화가 왔는지 목소리를 변조해서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는 중요한 전화 같지도 않건만 자리를 피해서 어디론가 가버렸다.


여자가 가고 나자 강아지는 내 주변을 빙빙 돌았다.



‘귀여운 것, 나에게 반했구나. 언니 품에 안겨 쉬거라.’



나루가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나루야!”



멀리서 여자가 부르자 강아지는 내게 오던 걸음을 돌려 여자에게로 휭 가버렸다.



‘꼭 누구 같군. 여자가 부르니 쪼르르 달려가는 폼하고는. 너도 임자가 따로 있는 몸이라 이거지? 앞으로 너를 멀대개라 부르겠다.’



강아지의 뒷모습이 자꾸만 생각이 났다.



‘개한테조차 외면을 당하다니. 또 그 여자는 왜 인사도 없이 가버린 거야? 내가 따를 당하는 건가?’



수련이 엉망이 된 것이 사람까지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마음은 자꾸만 추워지고 있었다.



‘이제 그만 들어갈까?’



“혜림양 맞죠?”



일어나려고 하는데 영민씨가 어디선가 나타나서는 인사를 건냈다.




“예.”


“같이 앉아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영민이라는 작자는 민망할 만큼 너무도 가까이 앉았다.




“저는 최영민이라고 해요.”


“알아요. 나이도 많으시던데 말 놓으세요.”


“그럴까?”



말투가 느끼했다.



“혜림이는 남자 친구 있어?”



‘그런 걸 왜 처음 보자마자 물어보는 거야? 설마 나에게 마음이?’



의기소침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요.”



‘뭐지? 저 다행이라는 표정은? 수암 오빠가 날 사모한다고 말해 버릴까? 안돼지. 아직은 관계를 밝히기는 이른데.’



영민씨는 날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내심 떨고 있었다.


기습 뽀뽀라도 한다면 피하기 어려운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질문하면 보통은 여자 친구 있어요 그렇게 물어보지 않나. 대답만 해버리니까 말이 끊긴 것 같아서.”


“혹시 여자 친구 있어요?”


“하하하. 혹시? 혹시 있는걸.”


‘뭐야? 여자 친구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한 질문? 나이에 안 맞게 유치하네. 그냥 얘기하면 되지.’


“진짜 있어요?”



영민씨의 표정을 살폈다.


말이 진실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사진 있는데 볼래?”




영민씨는 사진이 한 장도 아니고 여러장을 내밀었다.




“예쁘네요. 두 분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걸 보라고 보여준 게 아니야. 이 뒤에 이거 뭐 같아 보여?”




‘이게 뭐야?’




영민의 여자 친구 뒤로 희미하지만 뭔가가 보였다.




“분명 찍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거든. 그런데 이거 봐라. 찍은 장소가 틀린데도 사진마다 다 찍혀 있어.”



정말 그랬다.


여자 뒤로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뭔가가 찍혀있었다.




“진짜 뭐가 있네요.”



‘심령사진을 찍는다더니 영의 모습이 잡힌 걸까?’



“내 생각엔 물체는 아닌 것 같아. 심령사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때? 넌 능력이 있으니까 뭔가 보이지 않아?”



집중을 하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음. 이건 사람 같은데요. 여자, 나이든 아줌마?”


“아줌마? 왜 아줌마가 수정이를 쫓아다니는 걸까?”



여자친구 이름은 수정인 모양이었다.



“글쎄요. 수정 언니도 이 사진을 봤나요?”


“아니. 무서워 할까봐 아직 말 못했어. 내가 심령사진 찍는 것도 굉장히 무서워하고 싫어하거든. 믿지도 않으면서 말이야.”


“아무 해를 주지 않는 영이라면 그다지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영민씨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아줌마가 수정 언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따라 다니나 봐요. 장소도 틀린 곳인데 이렇게 찍힌 걸 보면 분명 쫓아다니는 걸꺼에요.”


“나는 사진만 찍을 뿐 이런 것은 잘 몰라서.”


“무슨 꿈은 안 꾸었대요?”


“아직은 그런 말 없었어. 나 좀 도와 주겠니?”


“제가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직은 자신이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수련 받은 일 때문에 그러는 거야? 난 해석이 새로워서 좋던데.”



도움을 받기 위한 칭찬일지도 몰랐지만 기분은 조금 좋아졌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는데 아이들에게 부탁하기는 좀 그렇잖아. 아직 어린 아이들이 알기에는 좋지 않은 일일 수도 있고. 네가 날 좀 도와줘. 도와주면 잊지 않을께.”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볼께요.”


“그래. 고맙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집으로 한번 놀러 오라고 하세요. 그 때 한번 보도록 하죠.”


“시간 잡는 대로 말해줄게.”


“좋아요. 근데 이 목걸이는 뭐죠? 특이하네요.”


“엄마가 주신 선물이라고 하던데. 왜 뭔가 이상해?”


“아니에요. 약속을 잡으면 말씀해 주세요. 사진 한 장만 가져가도 되죠?”


“그래. 여기. 이런, 늦었다. 밥 먹을 시간이야.”



‘밥 먹는 시간은 꿰고 있군.’



“네. 먼저 가세요.”



영민씨와 가버린 후에 사진을 다시 한 번 꺼내 보았다.


사진 속의 수정씨가 걸고 있는 목걸이가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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