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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형 연애를 하는 당신[이기적인 당신의 촉]

잠실역 |2019.05.28 13:36
조회 1,558 |추천 1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립다기 보다는 상처로 남아, 트라우마에 갇힌 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여자친구와 저는 직장인이었으며 지인의 소개로 만났습니다. 첫 눈에 반할 정도로 예뻤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면서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남들이 하는 데이트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물론, 소개로 만나다 보니 안 맞는 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20년 넘게 지녀온 행동 습관을 제 기준에 맞추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린 싸움 없이 지냈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금요일 날, 저희 회사 로비에서 큰 행사가 진행하게 되어 1시간 일찍 퇴근하게 되었습니다. 천안 쪽에서 일하는 저로써는 여자친구를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음에 부랴부랴 퇴근 준비를 했습니다. 보통 금요일엔 미리미리 업무를 마무리하고 6시에 퇴근하고 서울로 올라갔는데 이 날은 전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주기 위해 착한 거짓말로 6시에 퇴근한다고 말했죠. 그 시간에 저는 여자 친구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신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전 여자친구도 이 날 회사 사기 증진을 위해 오전 업무만 끝내고 회사 사람들과 점심과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자 친구와 톡을 주고 받으면서 작은 선물을 하나 사고 집 앞에서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전 여자친구는 이제 출발한다며 전화를 했고, 곧 볼 수 있기에 기대에 부풀었는데 전 여자친구도 저에게 깜짝 이벤트를 해주려고 KTX 도착역인 서울역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화로 들은 저는 당황해서 횡설수설 했고 사실을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전 여자친구의 목소리는 차갑게 변했고 뜸들이지 말고 바로 말하지 왜 거짓말을 했냐면서 저를 다그쳤습니다. 여자친구와 혼자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여전 했습니다.

나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면서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이 날 KTX 기차표도 현장발매를 하는 바람에 어떠한 해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카페에서 만난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한 번 이해해주겠다며 넘어갔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지만 전 여자친구에게 한 없이 잘해주었습니다. 전 여자친구도 제 변한 모습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물론, 저도 전 여자친구에게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퇴근 하고 집에 들어가면 밤 11시까지 연락이 없었고 11시쯤 피곤해서 잤다면서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녁 먹고 침대 누울 때 바로 잠드는 거 아니니까 걱정되니 연락해달라고 했습니다. 2주정도 지나니 또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 가더군요. 솔직히 밤 11시까지 연락 없다가 연락 오면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다른 남자 만나는 건 아닌지 뭘 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고 또 멀리 떨어져 있기에 갈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약속 문제도 일주일에 한 두 번 보는데 매번 짧으면 15분 늦으면 30분씩 지각하기에 부탁하는 말로 얘기하니 그것도 2주정도 유지되다 돌아가더군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더 많이 좋아했기에 차라리 전 여자친구 집에 가서 기다리자. 라고 생각하고 약속 날엔 매번 찾아갔습니다. 데이트 하고 집에 갈 때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집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호구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회의감이 들 때쯤 전 여자친구가 제 집 앞으로 왔습니다. 항상 전 여자친구는 친구들 모임이 있고 난 후에 찾아오곤 합니다. 서프라이즈라는 명목 하에 말이죠. 물론, 이 명목은 제 기준입니다. 이 날도 모임을 갖고 저녁쯤 찾아왔는데 부모님께서 명절 준비로 인해 싸우게 되었고 전 여자친구에게 못나갈 것 같으니 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은 100번 생각해도 모두 제 잘못입니다. 잠깐 얼굴만 비추면 되는 걸 시각이 작아지다 보니 우둔하게 행동한 건 맞습니다. 상황이 정리되고 전 여자친구 집으로 갔지만 만나주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오빠가 회사를 다니는지” “그 집에 사는지” “더 이상 신뢰가 안 간다” 등 여러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왜 말한 것들을 안지키냐”고 하더군요. 그 사람과 저는 매 주 뭘 할지 정하지 보다 거의 한 달 가까이 계획을 미리 짜놓습니다. 그러다 보니 SNS에 사진 찍기 좋은 곳이나 맛집이 있으면 다음에 가자고 말을 했지만 몇 번 실행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치 계획도 모두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로 톡하고 전화하면서 정한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화가 나기보다 당황스러웠습니다. 전 여자친구는 객관적 신뢰를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객관적 신뢰가 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내 이름으로 된 우편물이나 회사 사원증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눈물이 핑 돌더군요.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보수적이었던 전 여자친구를 기다려주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말이 그거 더군요. 제 이야기는 어느 하나 들어보지 않은 채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마음정리까지 끝난 상태 였습니다. 그것도 단 2일만에 말이죠.

전부터 헤어질 것 같은 뉘앙스를 표현하면 저 역시 준비를 하겠지만 우리 집 방문하기 전날이 몇 백일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즐겁게 웃으면서 보내다가 집 앞에 못나간다는 단 3분 남짓 통화에 모든 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과 저는 헤어졌습니다. 서로 20대 후반이기에 가끔은 결혼이야기도 나눴고 매일 매일 행복했던 시간이었지만 모든 게 끝이 났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나는 커다란 풍선에 그 사람을 그리며 담고 있는데 상대방은 바늘로 그 풍선을 터트리면 큰 마음을 어디에 둘 지 모른 채 멍하니 서 있게 되더군요.

이 일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랑도 믿지 못하며, 모든 게 무섭고 떨립니다. 8개월에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여자들의 촉이라는 게 무섭긴 합니다. 제 동생만 보더라도 10에 9은 맞으니까요. 하지만, 그 중 하나는 틀리지 않을까요? 여기서 10에 10 다 맞는다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집니다.

 

제가 화가 나는 건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마음정리까지 했다는 겁니다. 이기적이게 혼자 회피하는 사랑을 택한 그 사람이 너무 밉고 화가 납니다. 지금 일도 하고 잘 지내고 있겠지만 그 사람의 행복을 빌고 싶진 않습니다. 언제나 불행했으면 좋겠고 나와 같은 이별을 겪길 바랄 뿐입니다.

추천수1
반대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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