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 글 뭔 상황인 거 같냐

ㅇㅇ |2019.07.03 01:58
조회 133 |추천 0
242
2019.7.1 월요일 조금 습하고 흐린 날씨

내가 너무 많이 기대했나보다. 애초에 기독교라는 너에게 날 좋아해줄 것을 기대하면 안 됐는데. 너에게 나는 그냥 혼자 있을 때 다가와주는 고마운 친구 정도인가보다. 너에게 나는 그냥 반 친구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안 든다고 꼭 말 해야한다는 너의 그 신념 아래에 속하는 수많은 평범한 주변인 중 하나인가보다.
오늘은 내가 친구와 얘기하다가 어제 전 남자친구를 마주친 얘기를 하는데 네가 다가와서 남자친구 얘기야? 라고 물었다. 장난인 것 같았지만 나는 네 반응이 순간 너무 궁금해져 사실대로 아무렇지 않은 척 전남자친구 라고 말했다.
너는 아 진짜? 라고 하고 네 자리로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네가 나에게 다가오지 않고 자꾸 의식하는 걸로만 보였다. 내가 네 옆자리로 가서 말을 걸었는데 정말 원래와는 다르게 어색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이것만은 착각이 아니었다. 다만 그 이유가 내가 이성애자라는 것을 안 것이 아니었을 뿐일 터이다. 그러나 나는 착각을 했다. 네 그 어색한 미소에 순간 조바심이 들어 너의 마음을 반드시 확인해야겠다는 그런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래서 난 뒤 키높이 책상 앞에 서 널 힐끔힐끔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너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해보자고. 그런데 그런 쪽팔린 짓은 하지 말라는 하늘의 계시였을까, 친구들이 자꾸 미적 수특 문제를 물어봤다. 나는 10분 뿐은 쉬는시간에 너무나도 조급한데 그 애들은 자꾸 문제를 물어서 짜증이 났다. 결국 한 세 교시 뒤에 너에게 급하게 지나가는 척 물었던 것 같다.
있잖아,
막상 내가 지나가면 자세를 항상 바꾸던 네가 내가 널 보자마자 고개를 들고 날 보는 걸 보고 알 수 없는 확신이 생겨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또 오늘 알았는데 넌 코가 너무 예쁘다. 그 콧날의 각도가 비스듬히 있다가 날 향했을 때 나는 말을 잃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더 머뭇거리면 이상한 애로 보일까 봐, 혹시라도 눈치 챌까 봐 서둘러서 말을 꺼냈다.
000, 내가 편지 써달라하면 화 낼 거야?
나는 아마도 네가 만화에 나오는 츤데레 마냥 싫다고 하다가 길게 편지를 써주는 그런 시나리오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냥 나의 꿈이었다. 넌 응 이라고 0.1초만에 대답했고 나는 당황스러워서 왜? 라고 묻자 너는 내가 왜? 라고 답 했다.
나는 네가 내가 왜? 라고 되묻는 그 순간이 싫다. 누가 좋아하겠냐만은 그 주체가 너라서 더욱이 싫다.
물론 얼굴에 평소에 지니고 있지 않던 미소를 계속해서 띄고 있었으나 네 입에서 툭 던져지듯 나온 그 한 마디는 너무 딱딱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가는 척 하다 정말 안 써줄 거야? 라고 물었고 넌 응 이라고 했다. 분명 장난기어린 표정이었지만 나는 네가 진심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너에게 삐진 척을 했다. 너랑 말 안 할거야, 라고 말도 했다. 그러나 그런 것에 반응할 네가 아니었다. 내게는 너무 무서운 그 무표정으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네가 너무 어렵다. 너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가 보충 시간, 내가 키높이 책상에서 공부를 하다가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비어있는 너의 앞자리, 그러니까 ###의 옆자리로 갔다. 가서 공부를 하는데 뒤에 네가 있다는 생각에 집중이 잘 안 됐고 졸기까지 했다. 네게 내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키높이 책상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차피 앞으로까지 온 내게 말도 걸지 않는 네가 너무 야속하다고 느끼고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네가 내 옆으로 왔다. 내 옆 비어있는 키높이 책상으로 왔다. 다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는 그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무서운 무표정 아래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지 너무너무 궁금하다는 생각. 속으로 놀라서 고민도 했다. 너는 내가 뒤로 나왔기 때문에 일부러 나온 것일까? 아니야, 너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의미부여하지 말자. 이렇게.
너를 잠깐 봤다가 공부를 잘 하는, 네 일이 중요한 너를 방해할까봐 서둘러 시선을 뗐다. 그리고 내가 하던 걸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왼쪽에서 날 팍 쳐서 깜짝 놀라서 네 쪽을 봤더니 네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아,
내가 그때 속으로 했던 그 안도. 매우 극미한 기적 같기도 했다. 내가 오늘 신고 온 형광양말이 내가 발을 움직이자 같이 움직여서 눈에 너무 잘 띈다고 너는 말했다. 나는 웃었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으니까. 그러다가 다시 삐진 척을 했다. 널 보면 웃음이 나오는 걸 못 참고 말이다. 그래서 너는 물었다. 나보고, 왜 삐진 척을 하냐고 물었다. 그래서 대답했다. 편지를 안 써줘서라고. 이상한 애로 비칠 게 뻔했다. 그래도 나는 네 편지가 받고 싶었다. 편지 속 무슨 내용을 기대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받고 싶었다. 너의 흔적이 갖고 싶었다.
그러자 네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도대체 왜? 라고 물었다. 나는 되도 않는 변명을 했다. 나만 혼자 쓰는 게 억울하잖아. 똑똑한 너는 당연히 되도 않는 변명인 걸 알았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라고 했다. 그런 말투마저 너는 내 취향이었다.
나는 계속 삐진 척을 하다가 우리 사이 대화가 멎자 공부를 다시 했다. 그러다가 또 시간이 지나자 네가 종이를 북북 찢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널 바라봤다. 편지를 쓴다고는 생각 못 했는데, 너는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분명 내가 바라본 걸 알 것인데 말이다) 난 그것 또한 네 할 일인 줄 알고 널 방해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자 내 키높이책상 위에 작은 종이뭉치가 툭 하고 날아왔다. 네가 날 보며 웃고 있었다. 쪽지였다. 북북 찢은 그 종이가 내게 올 편지였던 것이었다. 나는 기뻤으나 북북 찢어 조그맣게 만든 그 편지에 서운했다. 그래서 서운한 티를 막 냈다. 그러다가 말을 좀 심하게 했다. 너한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라고.. 그러자 네 표정이 다시 정색에 가까워지더니 그래 잘못이야,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난 왜 이럴까 난. 너에게 난 아무것도 아닌데.
그리고 급식실에서 널 만났는데 넌 내 바로 앞이었다. 널 툭 건드렸는데 너는 내가 아직도 너에게 삐진 척 하는 줄 알았는지 이제 그만하라고 했다. 넌 분명 웃는 표정이었지만 그건 네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못 했다. 그러다가 네가 뒤에서 앞으로 친구들 사이로 새치기를 했다가 쫓겨나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그리도 부담스러웠니.

---------------------
뭔 내용인지 알 거 같음? ㅇㄸ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