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고 손가락질 받을 걸 알지만 익명의 힘을 빌려 도움을 청합니다.
저는 29살 여자이고 저에게는 32살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만난지 200여일이 된 사이지만 이제까지 만났던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을 남자친구에게 느끼고 있습니다.
남자친구와 처음 알게 된 것은 회사에서 였고,
우리가 만났던 회사는 삼성, 현대같은 대기업은 아니여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기업으로 나름 대기업의 범위안에 있는 기업입니다.
저는 대학졸업 후 바로 입사해서 계속 일을 하고 있고,
남자친구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쫒아 29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번화가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알고 지내기는 회사를 다닐때부터 알고 지냈지만, 사귀게 된 것은 200여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네.. 욕먹을 것 알고, 잘못한 거 알아서 익명으로 글을 올립니다..
저는 아이를 책임지려고 했고
남자친구는 아이를 지우는 일은 별일 아니라고(주변에 아이 지운 여자친구들이 많다고 하며) 하면서도
선택은 제가 하고, 자기는 그에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책임을 전가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자신의 부모님한테까지 제 임신사실을 알린 것을 보면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했는데
의사선생님이 예상 관계일도 말씀을 해주시더라구요
진료를 받을땐 별 말없던 남자친구가 진료 후 병원을 나서면서
"근데 우리 그때 피임하지 않았나?"라고 말을 했습니다.
참.. 비참했어요
저는 남자친구랑 사귄 이후로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적은 한번도 없었고
다른 사람이랑 술을 마신 적 조차 없습니다
지금 내가 다른남자 애를 임신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묻는 제게
남자친구는 그런건 아니고 그냥 궁금하잖아,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기분이 무척 불쾌했지만
이제 아이때문이라도 이 남자와 평생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더이상 싸우지 말자는 생각으로 저도 그냥 넘겼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제 생일날이자 200일이었던 날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기념일을 챙기는 것을 안좋아합니다.
100일날도 그냥 술한잔 하는 것으로 기념일을 보냈고
본인 입으로도 그런 기념일을 챙기는거 싫어한다고 말을 하곤 했었어요.
사실 저는 다른 사람이랑 연애할땐 기념일을 챙겼지만
남자친구한테 잘보이고 싶어 나도 사실 기념일 챙기는거 싫어해, 라고 말해버렸어요 ㅠㅠ
그래도 아이도 가졌고, 서로 양가부모님께 아이가 생긴 사실을 알리기도 했고, 제 생일에다 200일이니 조금 기대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기념일 선물로 남자친구가 가지고 싶어하던 운동화를 사줬고(서프라이즈 선물이었어요)
대신 남자친구는 밥을 샀는데..
생일밥을 먹은 곳이 초밥뷔페였어요. 워낙 유명한 브랜드라 다들 알고 계실만한.. 대학생때 자주가던.. 런치는 한명에 2만원도 안하는..
전 남자친구 말 처럼 개념있는 여자가 아니었나봐요.
사실 많이 실망했었어요
주변에 있는 어린 커플들 사이에서
자기는 이곳 초밥이 제일 맛있다며 맛있게 먹는 남자친구가 더이상 예뻐보이지 않더라고요.
아이때문이 돈이 많이 들어서 아끼려고 그곳에 간 것이 아니라,
그 곳은 그가 가끔 비싼 밥을 사줄때 생색내며 데리고 가던 곳이었거든요.
평소에는 항상 밥이 무한리필 되는 곳에만 갔었어요.
혹 분위기 좋은 파스타 집이라도 갔다간 한접시에 만오천원도 안하는 그곳에서
가성비가 아깝다고 투덜거리는 그 였어서
항상 비싼 카페, 비싼 음식점은 제가 내는게 당연한 법칙처럼 되어버렸거든요.
노점상에서 야식을 먹어도 꼭 흥정을 해서 가격을 낮출때는
저도 부끄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남자친구가 저보다 돈을 적게 내는 편은 아니예요.
모텔값만 하더라도 5-8만원 하니까, 제가 밥을 사고 커피를 사도 많이 비싼것을 먹는게 아니면 모텔값이랑 비슷하게 나오거든요.
물론 모텔값이 비싼 날이나(크리스마스 등), 데이트비용을 자신이 많이 부담하게 된 날 같은 경우는 저에게 돈이 너무 많이 든다고 얘기하기도 했었습니다.
200일 만나면서 선물은 딱 한번,
겨울날 목도리를 사다 준 것 하나밖에 없었어요.
친구들은 너보다 3살 많은 사람 만나면서 왜 더치페이를 하냐, 주는 연애를 하냐 말하지만
저는 글쎄요.
가끔 그의 검소함이 답답하고 숨막히긴 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에 부합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요즘같은 세상에 데이트비용이 남자의 몫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요...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클럽을 가면 테이블 비용을 그가 내어도,
즐겨 하는 게임에 현질을 하고 출퇴근을 택시로 해도
제가 사는 원룸에 놀러와 자고 가는 날이면
자기는 지방출신이라 가부장적이라며 손하나 까딱안하면서
데이트 비용은 신세대를 주장하는 그에게 순간순간 서운하면서도
그래도 그가 좋았어요.
서운하면서도 마음이 줄어들지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결국, 본격적결혼얘기가 나오면서 크게 한번 싸우게 되었습니다.
알아본 바로는 대관료를 제외한 스드메가 400만원 정도 였고
결혼식 날 사진이나, 야외촬영이나 드레스 등급 등등에 따라 추가 비용이 있었어요.
예전부터 신혼여행은 꼭 유럽으로 가고 싶었는데, 유럽으로 가려 하니 최소 600-700만원은 들겠더라구요.
생각보다 비싼 결혼비용에 놀란 남자친구는
우리끼리 스몰웨딩으로, 신혼여행은 일본으로 갈것을 제의했고
저는 거절하는 상황에서 서로 마음이 상했습니다.
제가 모아둔 돈은 7000만원 남짓이고
연봉은 4700정도,
매달 본가에 들어가는 돈도 전혀 없습니다(부모님께 사학연금이 나옴)
그에비해 남자친구는 모아둔 돈이 8000이고
가게를 하는 사람이라 매달 들어오는 돈이 다르긴 하지만
한달 200만원 정도 하는 카드값 +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는 합니다.
모셔야 할 홀어머니도 계시고요..
문제는 그 돈 8000만원이 가게 보증금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인데
남자친구는 나름 대기업에 다녔다는 자부심때문에 중소기업에 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회사를 포함, 대기업에 가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고 스펙도 딸리는 편이라
계속 가게를 해야 한다는 말인데...
3평 남짓의 옷가게에 8000만원이면 동일 지역 다른 업종을 하면 돈이 남긴 커녕 더 들어갈테고
일을 계속 하려면 가게를 계속 한다 = 8000만원은 직업유지비?같이 항상 고정되어 있는 돈이다
라는 계산이 섭니다.
물론 남자친구는 언젠가 받을 돈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신혼여행과 스드메, 집장만등을 제가 모아둔 돈으로 해결하려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다 보니 남자친구랑 더 자주 충돌하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급전 100만원이 필요할때 준비해둔 월세에서 빼 쓰는걸 보니
다른 여유자금은 없는 것 같았어요
남자친구는 우리엄마가 해줄거라고 하지만...
저는 그 돈을 받으면 평생 시댁에 끌려다닐 것 같아서 내키지가 않습니다.
저희 엄마는 애를 낳아 키워도 자기가 키워줄 테니 갈라서라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래도 애한테 아빠는 있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남자친구 어머님은 결혼을 강력하게 원하고 계시고
남자친구도 결혼을 원하는 눈치입니다.
그리고 제가 서운해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니
만약 제가 헤어지자고 하면...
아마 뱃속의 아이 아빠가 자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죠.
남자친구가 너무 좋고 행복한데
돈생각만 하면 너무 힘이들고
뱃속에 애기한테도 너무 미안합니다..
사실 아이만 없었어도 결정이 쉬웠겠지만
저도 아이를 아빠없는 애로 키우는 게 영 마음에 걸려서 내가 못버는 편도 아닌데 꾹 참고 살까,
그러다가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헤어져야 할까,
하면서도 남자친구 얼굴을 보면 또 좋고.
하루에도 몇번씩 힘을 내었다가 우울해졌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욕먹을 것을 알면서도 용기내어 글씁니다.
다른 말은 괜찮은데 애기 욕만 안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