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중반은 스킨 로션만 바르면 끝인 줄 알았다.어릴때 부터 꽤나 잘생겼다, 훈훈하다는 소리때문에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그렇게 28살이 되었다.
근데 어느날 거래업체에 들어가기전 엘레베이터 거울에서 살짝 미소연습을 하고 있었다.
"어 이게뭐지?"
눈 끝에 나도 모르던 자그마한 잔주름이 생겼다.평소 거울을 안본건 아니지만, 그 거울은 유난히 나의 디테일 한 부분까지 비춰주었다.지금 생각하면 티도 나지 않을 그런 잔주름은, 물론 잇몸이 내려 앉았으며, 치아는 누랬다피부가 하얀편이었던 나의 두눈 밑에는 청색 다크서클이 생겨있었다. 모공 하나하나가 디테일하게 나있었고, 코 주변에는 블랙헤드 같은 작은 점들이 있었다.오히려 피부가 하애서 이런 부분이 엄청나게 도드라져 보였다. 특히 치아는 말을 못했다.
깜짝 놀라 엘레베이터를 내린 뒤 세안을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이상하다..분명 그 거울에서는 내 피부가 굉장히 더러워 보였는데, 그 거울에선 내가 평소 알던 그 얼굴이 맞았단 거다.
이 한번의 위기의식이 나를 바꾸었다.
처음 시작은 아이패치와 아이크림을 시작으로 나의 화장품은 점점 늘어만 갔다.화장품을 사다보니 이제는 기능성 세면도구들과 각종 피부관리 기기들을 사기 시작했다.
이 후로 나는 비누를 사지 않았다. 비누로 대충 매끄럽게 묻힌 뒤 면도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상처와 저자극을 위한 셰이빙 폼으로 교체해주었으며, 오직 폼 종류로만 내 몸을 닦았다.씻고 난 뒤 수분 날라가서 늙을까봐 강박관념 가지고 건조해지기 전에 토너 스킨 로션 아이크림 콜라겐 젤등을 발라주어야 안심이 되었다.
자기 전에 매일 아이패치나 마스크팩, 20분, 차후에 출시된 큰 마음 먹고 산 90만원짜리 LED마스크를 꼭 하고 시간설정 뒤 잠들었다.
선크림을 4시간마다 수시로 발라주었다. 차 유리에도 UV코팅률이 높은 필름으로 교체하였다.야근 하든말든 무조건 11시에 잠들었다.
주마다 1번씩 워터필링기로 피부를 정리해주었다.하루에 한번씩 리프팅 교정 밴드를 사용하였다.
10년 동안 핀 담배를 끊었다.바로 스케일링을 받고 치아미백 과정을 거쳤다. 미백과정은 한번에 되는게 아니었다 주마다 내방하여 치료를 받았다. 교정도 하였다. 치아가 이제 막 무너지기 시작할때 오셧다고 생각보다 교정은 1년이면 충분했다.
치아를 제외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청소년기 외에 가본적 없던 피부과를 내방했다.달마다 3~4번씩 레이저 시술을 받았다. 이름이 기억이 안나지만 V레이저였나 IPL레이저를 받았던 것 같다. 리프팅도 받아보았다.확실히 집에서 관리하는것보다 효과가 훨씬 빠르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원래부터 하얀피부라 피부톤만 보정해주는 BB크림을 발라보았다. 드라마틱했다. 이게 나 맞나 싶을 정도로...컨실러란걸 써보았다. 점과 각종 모공들을 가려주었다. 눈밑 다크서클을 가려주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눈썹도 그리기 시작했다. 숱이 훨씬 많아 보였다. 한층 남자다워진 모습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근데 또 마음에 안든다. 얼굴 밑이 너무 밋밋했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거북목교정도 같이 시작했다. 근육량을 표준 이상까지 늘리고 체지방 15%를 찍었다. 난생 처음 PT란걸 시작했고, 각종 운동 영상을 참고하며 몸만들기에 전념했다.다소 밋밋했던 몸에 근육이 붙었다. 어깨는 넓어졌고, 발달한 광배로 인한 등빨이란걸 얻었다. 길고 비실해 보이기만 하던 다리는 어느새 적당한 근육과 단련된 육체미를 자랑했다.엄청난 근육은 아니었지만, 말그대로 역삼각형의 패션근육이라는 걸 얻었다.
몸이 만들어지니 옷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신발굽 포함 7cm 신발을 신어 보았다. 181에서 188으로 올라가니 마치 TV에서나 보던 그 사람들의 몸을 보는듯 했다. 잡지 정기구독하면서 눈여겨 보던 옷들을 하나 둘 서치해서 사입고, 어느새 옷장에는 수많은 브랜드 옷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33살이 되었다. 회사가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권고사직 되었다.이직자리를 생각하며 돌아보니, 내가 모아 놓은 돈이 없었다.3000부터 시작해서 5000+@를 받는 순간까지 말이다.각종 브랜드 의류, 피부과, 화장품, 각 종 성형비용, 공과금 등 말이다. 말그대로 남는게 없었다.이제 돈 나올데도 없는데, 슬슬 빠져가는 코필러 걱정하는 내가 참 이상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다...
결국 최근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월급은 반토막이 났다...돈도 없는데 차랑 키 외모만 들이밀고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 정말 쉬웠다.결혼만 안하면 되는것이다. 중소기업 월급으로도 여자를 빠뜨리기엔 충분했다. 그녀들이 원하는건 그냥 허우대 좋은 남자일 뿐이었던 거다.그렇게 어린 여자들과 놀다 소개팅 어플을 시작했다.거기서 만난 누나들에게 없는 월세핑계 대면서 돈을 조금씩 빌렸다.중간 중간 결혼얘기를 꺼내서 누나들을 안심시켰다. 그렇게 빌린돈과 급여를 합쳐서 난 또 저짓거리를 했다.
누나들이 슬슬 돈얘기를 시작했다.나는 동호회에서 알게된 친구들이 하는 인터넷 사다리,경마게임에 빠져들기 시작했다.한번에 확 벌어서 누나들에게 다 갚을 생각이었다. 근데 잘안됐다.그나마 조금이라도 모아놓은 돈마저 다 날렸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나도 이게 한량이란걸 알지만, 사람 쉽게 고쳐쓰는거 아니란걸 내 자신한테 깨달았다
곧 남은 보증금마저 다 까여서 쫒겨날 판이다...죽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