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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수 있는 연상이 좋다는 연하 남자친구

ㅇㅇ |2019.09.13 01:23
조회 1,255 |추천 0
30대 중반 여자사람입니다.답답하게 살아온 인생이라 내 흠이 될 이런 이야기는 주변 사람에게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에 털어놓습니다.
우선 소개를 해야 판단하시는데 수월할 것 같아서 저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할게요.좀 기니 양해를 미리 구합니다.
신상 관련된 건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여자고, 30대 중반 장녀입니다.멀티가 안 되는 단순한 사람이라 사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눈치와 융통성을 찾은 지는 얼마 안 됩니다.10대에는 대학에 목숨을 걸고 살았습니다. 목표한 대학교 못 가면 인생 끝나는줄 알았어요.이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서 약도 복용했었지만 결국 목표 한 대학에는 진학했습니다.20대에는 커리어, 연봉, 진급만 알고 살았습니다. 자발적으로 부서나 회사에 유효한 프로젝트 있으면 무조건 참여했고 야근, 철야는 기본이었고 필요하면 주말에 집에서도 업무 잡고 있었습니다. 화장하고 옷 고민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항상 선크림에 립밤이나 틴트 정도만 바르고 다녔고 옷은 슬랙스랑 기본 셔츠, 자켓, 코트 깔별로 많이 사서 돌려입고 매칭해서 입었습니다. 머리 꾸밀 시간도 아까워서 무작정 기른 머리를 묶고만 다니기도 하고 짧게 쳐본 적도 있습니다.이 시기에 생리가 끊겼다가 돌아왔다가, 살이 빠졌다가 쪘다가, 탈모가 왔다가 철분 먹고 회복했다가, 면역력이 바닥이었다가 겨우 올랐다가 이 패턴을 계속 반복했던 거 같네요. 정말 누구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항상 작년보다는 더 나은 커리어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았어요.그렇게 좋은 대학, 좋은 직장 퀘스트를 모두 완료하고 나니 30대가 되었어요.저 외에는 별 거 없는 사람으로 말이죠.
연애 경험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아르바이트를 할 때, 직장에 있을 때, 대학에 다닐 때, 운동을 다녔을 때 등등 뭔가 무리에 속했을 때 그래도 저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두셋씩은 다가와줬던 것 같아요. 외모를 떠나, 아무래도 사람을 아예 안 만나고 사는 게 아니니 기회야 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였죠. 제가 눈치도 없고 융통성도 없어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잘 몰랐습니다. 끝나고 밥 먹자고 그러면 야근 있다고 했고, 술 먹자고 그러면 술 취한 남자 뒤처리 해주는 거 부담스럽다고 대놓고 거절했습니다. (어지간한 남자보다 제 주량이 셉니다.) 핑계 아니고 진짜 야근이 있고, 제가 부축할 수 있는 체격의 동성도 아니고 대부분 친하지 않은 남자들이다 보니 술자리도 별로였어요. 직장에서는 그런 일 몇 번 있고나니 성격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별 이상한 소문도 다 돌아서 포기했습니다.
20대 초반에 만난 첫 남자친구는 동갑이었고, 키와 체격이 저와 비슷했습니다. 어릴 때 만났으니 그저 친구 같았고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동갑이니 편했죠. 세대도 같고요. 하지만 아는 누나와 저 몰래 연락을 하던 걸 들켜서 헤어졌습니다. 
20대 중후반에 만난 두 번째 남자친구는 연상이었고, 얼굴 하나 보고 혹해서 만났습니다. 배우 데뷔를 했었다가 전공 살려서 일반 회사에 취업한 사람이었는데, 처음부터 저와 성향이 모두 다른 사람인 걸 알았는데도 얼굴이 너무 잘생기고 몸도 좋아서 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성향이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헤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연상임에도 제가 기댈 수 없겠더라고요. 맏이 성격, 막내 성격 이런 거 구분하는 걸 신뢰하진 않지만 이 분 같은 경우는 실제로 집안의 막내인 데다가 흔히들 정형화시켜서 말하는 막내의 성격 그대로여서 사귀는 내내 제가 누나처럼 챙기고 수습하는 연애를 했어요. 
그 이후로 한동안은 연애를 할 일이 없었습니다.30대 초반에 이직에 성공했는데, 그 전후로는 정말 이 이직을 위한 공부와 헤드헌팅 미팅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렇게 같은 분야 이직에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2년 쯤 살다가 커리어와 연봉을 기준으로 안정기에 들어섰습니다. 
그 즈음에 최근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삶이 드디어 좀 평탄해지니 숨을 좀 돌리고 여유를 찾다가 인연이 된 사람인데, 남자친구는 20대입니다. 연상을 만날 때도, 동감을 만날 때도 제가 기댈 수 있는 어른스러운 멘탈의 남자는 못 만나봤어서 저에게 연애는 피곤하고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게다가 어린 친구라 수 차례 거절을 했으나, 앞서 만났던 두 경우의 남자 분들 보다는 성숙한 멘탈을 가진 것 같아 결국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전형적인 연하 남자친구입니다.유행을 잘 알고, 애교도 있고, 자유분방하고, 기운도 넘치고, 귀엽습니다.금전적인 부분은 제가 거의 부담하지만 문제 될 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20대 때는 돈이 없었으니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전 남자친구들을 만나면서도 돈은 그 때 그 때 있는 사람이 내면 되지, 하고 일일이 계산하거나 따지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최근에 들었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데이트를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대화를 하는데 남자친구가 그러더라고요.자기는 원래 연상이 좋다고. 연상은 이해심이 많고, 의지할 수 있고, 자기가 상대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어서 좋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연상을 만날 때도, 연하를 만날 때도 제가 의지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금전적으로든, 멘탈적으로든) '이해 좀 해줘.'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요. 제가 기대거나 뭔가를 털어놓기 전에 자기 힘든걸 자연스럽게 먼저 말하면서 위로를 구하는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럼 저는 입을 다물고 어느샌가 상대방을 위로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 상태의 상대에게 제 이야기까지 하면 혹시나 징징댄다는 인상을 줄까봐 무서웠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위에 장황하게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거나 제 이야기를 쓴 이유도 이겁니다.연상을 만나든 동갑을 만나든 제가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은 없었어요. 사람을 다양하게 안 만나봐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제가 겪어본 베이스 표본이 많지 않아 저에게는 저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겁이 나요. 전 결혼이 급한 사람도 아니고 지금 남자친구 역시 결혼을 말하기에는 이른 나이입니다. 그럼에도 저 말을 듣는 순간 들었던 생각은, 아 나는 앞으로 이 애의 버팀목이 되겠구나라는 것과 이 애가 덜어낸 부담감은 앞으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겠구나 였습니다.
대단한 걸 바라는 건 아닌데이미 저에게 남자친구는 '나에게 기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된 것 같아요.단적인 예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 저는 남자친구를 찾지 않습니다. 남자친구를 만나서 털어 놓을 생각은 감히 하지도 않아요. 그냥 혼자 방에 불 끄고 앉아서 멍하니 노래를 들으며 삭히거나 조용히 잡니다. 아플 때도 마찬가지고요. 반면 남자친구는 속상할 일이 있을 때 저에게 상담도 하고 이야기도 해줍니다.
남자친구 문제라기 보다는 제 문제가 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자존감 문제라고 생각해서 유료상담도 받아보았으나 상담 선생님께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뿐이지 자존감은 높은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이거 혹시 제 성향에는 제가 연하가 안 맞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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