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 본 서유럽과 한국의 인종차별
흠
|2019.10.31 01:01
조회 1,285 |추천 7
유럽에서 인종차별 당했다는 유튜버와 거기 댓글들에 유럽 무서워서 못 간다는 반응들 보고 씀. 음슴체로 쓰겠음.
1 나는 런던 유학생인데,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당한 적은 없음 (인종차별적 발언 및 위협, 서비스 불이익 등). 다만 인종차별인지 그냥 얘가 누구한테나 무례하고 불친절한 건지 애매한 케이스들은 몇 개 있었음. 한국에서 무례한 택시 기사 만났을 때 내가 여자라 만만해서 그런 건지 이 양반이 원래 누구에게나 불친절한 건지 애매한 그런 정도 케이스 말임. 그리고 한국에서 무례한 만나는 사람 만나는 빈도와 비슷한 빈도였음.
2 나의 경우는 아직 오래 있지 않아서 단정하기 힘든데, 여기 7-8년 거주하신 분들도 말했음. 처음 왔을 때는 인종차별인 줄 알았는데 그냥 오해인 것도 많았다고. 그렇다고 인종차별 또라이들이 없다는 얘기는 아님. 그런 경우에는 강하게 항의하고 인종차별하냐고 펄펄 뛰면 대부분 저쪽에서 쫄기 마련이라고 그분들이 알려주었음. 그들은 인종차별주의자 딱지 붙는 걸 매우 부끄러워하기 때문임.
3 그리고 런던은 뉴욕 못지 않게 다인종 도시인데, 오히려 정통 영국인 아닌 애들 특히 동유럽에서 온 것 같은 서비스업종 애들이 더 불친절한 경우를 봄. 이 경우도 인종차별을 하는 건지, 아니면 걔들 일이 고되니까 신경질적인 건지는 모르겠음. 다만 여러 여행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동유럽 쪽이 서유럽 쪽보다 자격지심에서 아시아 여행자 적대하고 그런 경우는 있는 것 같음.
4 그렇다고 서유럽이 인종차별이 없다는 얘기는 아님. 오히려 서유럽인은 타인종들에 비해 기본적으로 우월감이 깔려 있다고 보면 됨.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그걸 스스로 고치려고, 설령 고칠 생각이 없는 인간이라도 적어도 겉으로는 티를 절대 안 내지만. 못 배우고 루저인 애들일수록 서양인인 것밖에 자랑할 게 없어서 인종차별 행태를 보이는데 사실 대학이나 대학원으로 유학 가거나 여행 가서 그런 애들을 만날 확률은 적음. 재수 없으면 만나겠지만. 그거 때문에 유럽 못 감?
5 그리고 서양인의 우월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님. 우리가 지금 입는 옷부터 정치사회 제도까지 이건 전부 서양인들이 근대의 탄생과 함께 만든 건데, 우월감 안 솟겠음? 그렇다고 서양인들한테 알아서 기자는 소리가 절대 아님. 지금 세계 패권을 쥔 앵글로색슨 족은 우리가 찬란한 삼국시대 이룩했을 때 거의 원시인 수준이었음. 문명의 흐름과 패권은 늘 변한다는 말임. 얘들의 우월감이 재수 없지만, 그럴수록 얘들이 이룩한 제도 바탕으로 우리 것을 더해서 우리가 문명의 패권을 쥐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오히려 얘네를 잘 알아야지, ‘인종차별 무서워서 유럽 못 가~’할 거임? 아 물론 오로지 인스타 사진 찍으러 가는 거면 안 가도 됨. (뒷배경 합성하셈)
6 그리고 한국이 인종차별이 더 심하냐 서양이 더 심하냐 논란에 대해서 말하겠음. 일단 우리 한국인은 처음 보는 외국인들에게 아주 친절함. 서유럽인들이 외국인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 친절함. 그리고 인종증오범죄 하러 떼지어 다니는 양아치들도 없음. 이것은 분명히 한국의 장점임.
그러나 우리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친절한 가장 큰 이유는 애국심과 ‘국위선양’을 위해서임. ‘우리 한국이 외국에 좋은 이미지로 보이는데 일조해야겠다’라는 생각에서 외국인에게 친절하다는 것임. 물론 이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님. 하지만 외국인의 인권 배려나 함께 더불어 살 생각은 별로 하지 않음. 우리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외국인 – 삼성 LG 사고 관광 와서 돈 쓰고 BTS 좋아하는 외국인 – 만 좋아함. 조금이라도 내 이익을 침해하는 이방인(심지어 완전 외국인이 아닌 탈북자까지도)는 배제하고 배척함.
7 서유럽은 지들이 제국주의 시절 저지른 원죄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방인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야겠다는 인식이 한국보다는 훨씬 강함. 인종차별 증오범죄 또라이들도 분명 있지만 전체적인 마인드가 훨씬 열려 있음.
아마 ‘우리가 우리에게 이익 주는 외국인만 챙기는 게 뭐가 문젠데?’라고 할 사람 많을 것임. 그만큼 우리는 철저히 민족주의적 국가주의적으로 사고하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 받았음. 그런데 이건 알아두시기 바람. 외국과 교류가 활발했고 “회회아비(아랍인)가 와서 만두 팔던” 삼국-신라-고려시대에는 경제 문화가 융성했음. “우리민족끼리” 꽁꽁 폐쇄돼서 살았던 조선에서는 경제 문화가 폭망했고 자원도 없어 인구 30%를 노비로 인력 갈아 먹었음. 한국처럼 자원 없는 나라는 오로지 외국과 교류해야 번성하고, 그러면 언제나 개방의 꿀만 빨 수 없고 개방의 부작용도 이방인도 끌어안아야함. 우리는 그런 마인드가 전혀 장착돼 있지 않음. 그래서 한국이 넓은 의미로 ‘인종차별적’이라고 하는 것임. 증오범죄를 저지르고 불친절해서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