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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능 공부를 시작합니다.

ㅇㅇ |2019.11.30 22:38
조회 68 |추천 0

안녕하세요, 한달 있으면 30으로 꺽이는 여자입니다.

 

부모님이 계신지 안계신지 모르겠지만 저는 태어날 때 부터 

 

보육원에서 자라왔습니다.

 

초등학교 들어갈 때 되서야,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라는 사실이 어렴풋이 깨달았고,

 

커가면서 언니 친구들이 하나 둘 원을 나서는 것을 바라보며

 

막연하지만 언제가는 떠나야 했기에,

 

두렵고 앞이 보이지 않는 독립을 홀로 준비했습니다.

 

대학갈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남들 수시 원서 쓸 때

 

저는 머리 행구는 것을 먼저 배웠습니다.

 

보조에서 가위를 잡기 까지 앞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기다림이 있었지만,

 

맡은 자리에서 인내하며 더 나은 미래를  간절히 갈구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디자이너라는 명찰,  정직원 신분으로  받아낸 월급내역서를  보고

 

그날 하루 펑펑 울었습니다.

 

대학교 다니는 친구처럼 빛나지는 않지만 사회구성원으로 작게 내밀을 수 있는

 

작은 이정표가 생겼고, 조금이나마 괜찮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아

 

너무나 기뻤고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근무력증이랍니다.

 

이제야 내 힘으로  반지하가 아닌 햇살이 드는 집으로 옮기고,  짧지만 강렬했던 해외여행 갈 수 있는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 되었는데...

 

저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저를 지탱해주던 모든 것을 앗아간 그 병이 지금도 너무나도 증오스럽고 끔직합니다.

 

하루종일 거뜬했던 두 다리는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게되고,

 

섬세했던 가위질은 둔탁해지다 못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마저 힘들어졌습니다.

 

힘들게 얻어 낸 나의 조그만한  결실는 불과 1년만에 바닥을 쳤고,

 

그 1년동안 죽은 듯이 방안에 있었습니다.

 

끝없은 망각 속에서 제가 깨달은 것은 이대로 주져않기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호흡이 가빠질 앞으로의 저에게 의미있는 무언가를 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수능 공부를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얼마나 더 할 수 있을 지 모르겠고.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이번 년도는 4~6등급을 얻어냈습니다.

 

이 점수로 원서를 낼 수 있는 대학교는 아마도 없겠지만,  그래도 다른 친구들의 발목만큼은

 

따라잡은 것만 같고, 근무력증이라는 병 앞에서 조금이나마 의연해 질 수 있었던 같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오늘의 마음가짐이 지속될 수 있도록 모두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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