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고3입니다. 제게는 무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같은 동네 살던 남사친이 있어요. 그런데 뭐 드라마에 나오는것처럼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얘기하고, 맨날 같이 영화보고 이러는 친구사이가 아니라 그냥 같은 학교에서 몇번 같은반 되고 친구 몇번 곂치는 정도? 서로의 존재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친하지는 않은 사이있잖아요, 저희가 딱 그런 사이였어요. 그런데 이번에 고3들어서 같은반이 되면서 친해지게 되었어요. 막 서로 고민상담도 하고 정말 웹드라마에 나오는것처럼 바나나우유 하나 들고 집 앞으로 찾아갈정도로 말예요. 그래도 별 느낌없었어요 그냥 친한 남사친이 한명 더 생겼구나 하는 정도였어요.
원래 제 성격이 남자든 여자든 좀 잘챙겨주는 성격이라서 막 할머니 이모 이런 별명으로 불리거든요? 그래서 그냥 밖에 춥다 옷 입어라, 머리에 뭐 묻었다 좀 닦아라, 이러면서 그 아이를 자주 챙겨줬어요. 공부를 막 못하는 편은 아닌데 사소한걸 잘 놓치는 사람이라서, 제가 생각보다 덜렁거리는 걔를 잘 도와줬거든요. 그냥 오늘도 그렇게 평소같다고 생각했어요. 그아이랑, 제 여자인 친구, 그리고 제 남자인 친구까지해서 4명이 같이 근처에 영화를 보러갔는데, 음식점에서 저의 물컵을 본인 물컵인줄 알고 마시고 심지어는 옆에 있는 수저통까지 엎는 극한의 덜렁거림을 표하며 평소같이 전 또 걔를 챙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보니까 걔가 같이 간 제 여자인친구의 숟가락을 놓아주고 있더래요? 걔 음식은 쉽게 뺏어먹지도 못하면서 제가 시켜놓은 음식은 남은것까지 싹싹 긁어먹더라구요. 전 알아요, 걔는 그다지 상대방을 배려할수있는 애가 아녜요. 욕하는게 아니라 정말 걔는 그냥 제가 먹던 햄버거도, 음료수도 서스럼 없이 먹어버려요. 뒤에 사람이 지나가던, 내가 있던간에 문 따위는 잡아주는 애가 아니에요. 전 너무 잘 아니까 그아이가 제친구가 지나갈때 신경써서 문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고 저건 좀 특별한거구나 라는것을 괜히 느낄수가 있었어요.
결정적으로는 방금 잠깐 나와보래요. 나갔더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는 말이 좋아하는것같대요. 그래서 아까전에 영화볼때 그렇게도 그 여자애의 옆자리를 사수했구나 싶더군요.
한두번이 아녜요. 몇년동안 얘가 좋아했던 사람, 얘를 좋아했던 사람 사귀었던 사람까지 전 거의 다 알고 있어요.알고도 그때는 그냥 한심한 새키 라고밖에 생각이 안들었는데 오늘은 왜 이럴까요
수능이 끝나서 잡 생각이 없어졌나봅니다. 뭔가 신경쓰이고, 기분도 이상해요. 전 항상 편한 상대이고 챙겨줄수있는 사람이기만 하고, 걔는 같이 있으면 챙겨주고 싶은 상대라는 사실이 좀 짜증이 나요. 한편으로는 제 친구들이 항상 말하는것처럼 제가 그냥 걔를 남동생처럼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정말요.
마음같아서는 한두번 있다가 사라지는것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