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쪽에서 일해본 사람임.
긴 글 싫은 사람은 맨 밑 결론 보면 됨.
예능같이 미리 촬영한 프로그램은 카메라감독들 여러 명이 찍어놓은 것을, 제작진들이 재밌어 보이는 걸 골라서 구성하고 편집해서 방송하는 건 잘 알 것임!
내가 말하는 건 중계생방송이나 스튜디오 안에서 촬영하는 프로그램임.
중계생방송에는 중계차가 있고 스튜디오에는 부조정실이 있는데, 이 곳에서 방송이 실시간으로 나가서 우리가 보는 TV 속 장면이 됨. 중계차나 부조정실이 없으면 카메라, 출연자들이 있어도 방송이 불가능한 곳일 정도로 제일 중요한 곳임.
중계차와 부조정실에 오디오감독, 영상감독 등등 여러 제작진들이 있지만, TV에 나오는 장면을 결정하는 사람은 담당PD와 기술감독임.
방송이 시작되면 각 카메라감독들이 찍는 장면들이 cam1, cam2, cam3 등등 여러 대의 모니터로 동시에 나오는데 담당PD는 그 모니터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cam2 컷' 이라고 말하면, 기술감독이 PD 말을 듣고 'cam2'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2번 감독이 찍은 장면이 방송에 실시간으로 나가는 것임.
TV에서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은 담당PD의 선택과 기술감독의 진행, 그리고 그 선택된(?) 카메라감독이 찍은 장면인 것임.
'레전드 무대영상' 이런 것은 카메라감독의 노력과 피디의 연출력, 기술감독의 집중력이 합쳐져서 나온 결과물임.
이런 시스템은 진짜 방송 쪽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너무 카메라감독만 욕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이 글을 쓰게 됨.
나도 방송 쪽 일하기 전에 생방송 중 이상한 장면이 나오면 '카메라감독이 잘 못 찍었구나'란 생각을 했는데, 일하고 보니 사실은 이런 것이었단 걸 알고 난 다음 보니까, 이상한 장면이 나오면 '수많은 장면들이 있어도 담당PD가 진짜 쓸 장면이 없었구나' '기술감독이 실수하셨구나' 라고 느끼게 됨.
알고 보는 것이랑 모르고 보는 것이랑 다르니깐! ㅎ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이런 사실을 알고 TV를 재밌게 봤으면 좋겠음ㅎ
*결론*
우리가 '발캠'이라고 욕하는 이유
1. 카메라감독들은 각자 열심히 잘 찍었으나 거기서 좋은 장면을 선택하지 못 한 담당PD의 무능력한 연출
2. 담당PD는 누구나 만족하는 좋은 방송을 만들고 싶은데 카메라감독들이 각자 너무 못 찍어서, 쓸 만한 장면이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면전환이 좋은 풀샷이나 관객석을 선택함
3. 생방송 때 방송의 흐름과 어긋난 장면(예.카메라 흔들림. 엉뚱한 출연자 얼굴 등등) 이 잠깐 나왔다가 다시 원래 장면으로 돌아오는 것은 기술감독이 엉뚱한 카메라 버튼 눌렀다가 다시 올바른 카메라 버튼을 누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