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 이경란.임현동]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여리고 착해만 보이는 이 여자. 술을 마시며 얘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꽤 수준급니다.
오늘 취중토크엔 <하늘이시여>(sbs tv 주말극)의 헤로인 윤정희(26)가 자리했다. 지난 6월 드라마 촬영을 끝마치고 휴식기를 가진 그는 “일을 안해서 오히려 불안해요. 인터뷰라도 오랜만에 하니 반갑다”며 자리에 앉았다.
기자의 사전 취재에 따르면 윤정희는 여성스럽고 조용하기만 한 성격. 그런데 이게 웬일. 술도 잘 받아 마시고. 생글거리며 얘기도 잘한다. 의외로 괜찮은 술솜씨를 칭찬했더니 “오늘 취중토크 하려고 며칠 동안 술도 안마시고 좋은 것 먹고 몸까지 만들어 왔어요”라며 한 술 더뜬다.
가녀린 몸매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달리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윤정희는 외유내강이란 네 자를 새삼 되새기게 한다. 그의 폭탄주 제조 솜씨도 제법 훌륭했다.
●“술은 소주 밖에 못마셔요”
약속장소인 서울 원효로 3가 대청마루. 한동안 쉬어서인지 표정이 한결 밝아보인다.
“소주랑 삼겹살만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 어디있겠어요? 우리 삼겹살로 해요.” 메뉴를 놓고 고민을 하자 그가 시원스레 해결해준다. 소주를 따르고 잔을 부딪혔다. 홀짝 들이키는 자세가 어색하지 않다. 평소 즐기는 모습이다. 주량을 묻자 “소주 한병”이라고 답한다.
“술을 많이 마셔도 표가 안나요. 얼굴이 늘 멀쩡하니 안취한 줄 알죠. 그런데 가끔 기억이 안나고 필름이 끊기기도 해요. 술마시면 많이 웃고 기분이 좋아져서 말도 많아져요.”
가무는 싫어하는 편이다. “웬만큼 취해서는 노래방에 가서도 그냥 쳐다만 보고 있어요. 노래를 하면 그날은 완전히 취한거죠.”
윤정희는 소주 마니아. “대학 입학 후 친구에게 술을 배웠어요. 그 친구가 술은 꼭 소주만 마셔서 저도 그렇게 됐어요. 지금도 학교 때 편한 친구들과 가끔 마셔요.”
술도 고기 안주도 맛있게 먹는 그가 이렇게 날씬한 비결이 궁금하다.
“전 오히려 마른 몸이 싫어요. 드라마 할때 너무 말라 보기 싫다는 지적이 많아서 살을 찌우기 위해 일부러 밤마다 음식도 챙겨먹었어요. 그땐 53㎏까지 나갔어요. 이런말 하면 안티 생길지 모르는데요.
고교시절에는 허리 25인치를 입어도 커서 줄여 입었을 정도로 말랐죠. 당시 38㎏밖에 안돼 ‘38’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였어요. 너무 말라 뼈가 도드라져 콤플렉스였죠.”(그는 키 169㎝. 몸무게 45~48㎏을 유지한다)
이때 옆에 앉은 사진기자가 혹시 “윤정희씨 폭탄주는 마실줄 아냐”고 묻자 “제가 만들어 드린다”며 냉큼 맥주를 주문한다.
“<하늘이시여> 할 때 임채무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박해미·이보희·임채무 선생님 하고 술을 자주 마셨는데 그 중 최고의 술 실력은 임 선생님이었죠.”
●눈물로 범벅된 <하늘이시여>
윤정희는 <하늘이시여>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가 이 기회를 잡는데는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2000년 미스 경기 미 출신이다.
“처음엔 화려한 면만 보고 들어갔다가 제대로 사회경험했어요. 환상에 젖어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힌거죠. 실력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죠.”
간혹 광고 촬영을 했지만 연기자로 윤정희를 찾아주는 곳은 없었다. 2002년 kbs 2tv <장미의 전쟁> ‘산장미팅’에 출연한 후 드라마에 캐스팅 되기까지 2년 이상 공백이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서 일어 공부를 했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뭐라도 해야했죠. 간혹 cf가 들어오면 일을 해서 유학자금을 마련했고요.”
<하늘이시여>를 찍기 전 아침드라마 단역에 캐스팅 되기도 했다. “연기가 안된다는 걸 느끼면서 연기는 내 길이 아니라고 포기했어요. 그리고 일본 유학을 준비했죠. 한국에 있으면 미련 때문에 연기자가 되려고 기웃거릴까봐 나가야 겠다는 생각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터질듯 힘든 이 시기에 찾아온 기회가 바로 <하늘이시여>였다. 하지만 캐스팅이 된 후 문제는 더 컸다.
선배 연기자 한혜숙은 “너 하나 때문에 드라마 전체가 망할수도 있으니 안될 것 같으면 시작전에 포기하라”고 충고했다. 윤정희 스스로 부족한 연기력에 대한 자책 때문에 가슴에 퍼렇게 멍이 들었다. 눈물이 쏙 빠지게 혼나며 개인교습을 받았고. 쉬는 날이 있으면 연기 선생님을 찾아 수업을 들었다.
“처음엔 인터넷 글들을 봤는데 견딜수가 없어서 안보기 시작했어요. 그런 비난을 감내할 만한 그릇이 못 됐던 것이죠.” 결국은 성공한 지난날을 얘기하면서도 속이 타는지 그가 소주잔을 홀짝 비웠다.
“극이 안정돼 가면서 인기가 높아졌지만 연기말고도 외적인 것에 더 힘들었어요.” 윤정희가 말을 잇기가 힘든지 속으로 삼킨다.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성격이에요. 애교도 부리고 사교적이어야 하는데…. 어느날 정말 속이 상해서 촬영장 뒤에서 펑펑 울고 있다가 박해미·이보희 선배님께 들켰어요.
두 분이 ‘나도 너같은 성격이라서 잘 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하니 걱정말라’며 위로 해주시더라고요. 성격을 고쳐보려고 일부러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그런데 안되더라구요.”
기자도 그의 고민이 이해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속을 한번 털어놓은 윤정희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실망할 때도 많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엔 너는 안될것 같다고 상처만 주던 사람들이 요즘 와서 갑자기 ‘너 될줄 알았다’고 하데요. 난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정말 사랑한 단 한사람
네티즌들의 글에 상처를 많이 입은 그인지라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 성형에 대해서도 물었다.
“(성형)했어요. 그런데 모두 다 뜯어 고쳤다고 하는데 그것은 정말 아니예요. 조금 했지만 말을 할때마다 논란이 되니까 어디를 했다는 얘기는 안하고 있어요. 단 한번도 성형 안했다고 한적은 없어요. 말하면 오해만 자꾸 커지니 겁나서 말을 못하겠어요.”
주변의 취객들이 ‘자경이 아냐’라며 등돌린 윤정희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보고 간다. 윤정희는 편안하게 팬들을 웃음으로 맞았다.
얘기가 깊어지며 그의 술 마시는 속도가 빨라진다. 옆에 앉은 후배기자가 “윤정희씨 주법이 소리 없이 강한 스타일같다”고 평한다.
한참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많을 나이. 남자친구를 마지막으로 사귄지는 2년이 훌쩍 넘었다. “음 한번은 풋사랑이었고. 진짜 사랑은 딱 한번이었어요. 풋사랑은 고교시절부터 2년정도 짝사랑어요.
그리고 진실한 딱 한번의 사랑은 어릴적부터 알았던 친구였는데. 2년전 한참 일이 안돼 인생에 대해 고민할때 헤어졌죠. 그땐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어요.”
요즘 재벌가와의 결혼이 한참 화제다. “친구들도 ‘재벌한테 중매들어온 적 없냐’고 묻는데 전 정말 없어요. 그리고 조건보다는 정말 좋은 사람이어야죠.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니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죠.”
로맨틱한 연애를 꿈꾸기도 하지만 당장은 일에 욕심이 많아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앞에 떨어진 불을 꺼야한다. 바로 연기력이다.
“전지현·김태희씨 처럼 예쁘게 생겼으면 좋겠지만…. 전 여성스럽고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연기자예요. 연기가 안되면 아무런 소용도 없어요. 발음·발성에 대한 지적을 너무 많이 받아서 고민이에요. 연기를 잘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 밖에 다른 목표는 지금 제게 없어요.”
쉬는 것이 불안해서 요즘도 학원서 피아노·연기 공부를 한다는 그는 참 욕심이 많아 보인다. 기자는 몇 년 후 그가 분명히 지금보다 좋은 연기자가 돼 있으리란 확신한다.
윤정희가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을 그날을 위해 모두 소주잔을 마지막으로 부딪혔다.
이경란 기자 [ran@jesnews.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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