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라를 죽여 주세요.
- 소원이 겨우 그것이냐?
- 예.제게는 중요합니다.그것만 이룬다면 소원이 없겠어요.아니면,아주 나락으로 떨어뜨려 주세요.
- 모주 네가 완전히 돌았구나.
- 이모님,도와 주세요.부탁드립니다.
모주와 화라는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모주는 화라가 좋아 친해지며 자주 붙어 다녔다.허나 두 사람은 성격이 맞지 않아 자주 다투었다.그러면서도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갔는데,모주가 관심을 갖고 있고 또한 그녀에게 마음이 있었던 남자를 화라가 채갔다.이 일로 모주는 크게 배신감을 느껴 남자와도 연락을 끊고 화라와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대판 싸운 날 이후로 그들은 말 한마디 섞지 않았는데,둘 다 수녀 간택에서 뽑혀 황제의 비빈이 되었다.
당시 청나라의 황제는 제이였다.그는 스물일곱으로 즉위한 지 얼마 안 되어 내실을 다지는 중이었다.그는 수녀간택을 원치 않았지만,모후황태후에 의해 반 강제로 하게 되었다.모주는 제이에게 승은을 입고 그 뒤로 그의 얼굴을 몇 번 못 보았다.헌데 화라는 계속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본래 그녀는 어느 왕야의 측복진이 될 예정이었는데 한눈에 반한 황제가 그녀를 데려온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모주는 화라가 끼 넘치고 춤을 잘 추긴 하지만 자신도 악기를 잘 다루고 귀여운데 본인을 봐주지 않는 제이에 화가 났다.그래서 몰래 이모 마하를 부른 것이었다.
모주: 이모님은 주술에 능하시잖아요.그렇담 사람도 죽이실 수 있죠?
마하: 불가능해.
모주: 이모님도 아시잖아요,제가 언제까지 그 계집 때문에 힘들어야 해요.
마하: 그 계집에게 매달리는 건 너야.화라가 아름답고 재주 많은 건 사실이야.그러니 측복진이 될 뻔했지.
모주: 그 애 신분에 측복진이라니 가당치도 않아요.
마하: 똑같이 상재였는데 화라만 귀인이라서 그러냐?황제의 총애가 다가 아냐.
모주: 전 폐하가 좋아요.단순히 가문 때문만은 아니에요.
마하: 더더욱 위험하다.사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구나.
모주: 한번 사는 인생이니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조금이라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마하: (주머니를 툭 던져주며)남을 해치면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말 난 믿지 않아.너도 개의치 않는다니 받으렴.
모주: 이게 뭐예요?
마하: 이걸 연희궁 화귀인 처소 뒷마당에 묻으면 점차 그녀의 건강이 시들 것이야.다만 죽지는 않는다.
모주: 감사해요,그치만 이왕이면 죽었으면 좋겠는데...
마하: 욕심 그만 부리거라.
모주는 밤에 태감을 시켜 연희궁 뒷편에 부적이 든 주머니를 묻게 했다.그날은 시위도 적어서 어렵지 않았다.헌데 어린 태감은 빠져나오다가 소리를 크게 냈고 잡힌 뒤 겁을 먹어 줄줄 불었다.화라의 측근태감 뿔거북이 그를 패려고 하는데 화라가 막았다.화라는 그 태감을 돌려보내며 모상재에게 내가 좀 보잔다고 전하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모주는 식은땀이 줄줄 났다.실패했으니 황제만 알면 큰일나는 것이었다.본인뿐만 아니라 가문도...그러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왜 황제나 황후에게 알려 처벌하지 않고 따로 부르는지...그녀는 성질을 내며 태감을 쫓아 버렸다.그러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곤 연희궁으로 향했다.
가향: 가지 마세요.분명 술수예요!
모주: 술수여도 어쩔 수 없다.그것과 나는 한번은 봐야 하니까.
가향: 발뺌하세요.아랫것이 뭘 알겠냐고요.
모주: 가향,자꾸 막을 거면 돌아가.
가향: 소주!
오랜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했다.그동안 한 공간에 있어도 서로 눈길도 주지 않았었다.모주는 최대한 당당히 보이려 애썼다.그녀가 들어오자 화라는 그 주머니를 보여 줬다.모주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았다.화라는 코웃음을 쳤다.화라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질투하고 유치한 술수까지 부리는 그녀가 우습고 어이가 없었다.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이 참 가치 없는 일이라고 느껴졌다.모주는 모주대로 그동안의 설움을 참기가 힘들었다.자격지심일지라도,그저 억울할지라도 그녀는 많이 참아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