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번 겨울동안 나를 깨끗하게 지우고
잊기로 마음먹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나는 거기서 더 비참해지는 게 또 무서워졌었어요
나를 생각하면서도 나를 잊으려는 당신의 모습들에서
나는 매일을 또 이별하는 새로운 아픔을
함께 지녀야 했어요
단 한번도 끝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끝이라는 단어를 쉽게 내뱉지 않았어요
끝이 나지는 게 두려웠고 한편으론
끝을 내지 않을 순간도 무서웠어요
나만 홀로 남겨질 게 너무 무서웠어요
이미 혼자인 것 같은데
앞으로의 다가올 시간들에서 무참히 공격당하며
비참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게 뻔해 보였어요
나만 죽을 것 같이 불행해 보였어요
나는 이러이러한데 너는 아직도 날 못 잊었냐는 식의
말이 돌아올까 싫었어요
그저 당신께는 그때 그때의 놀이같은
감정들이었을까 미웠어요 다만
서로가 동시에 상처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진실은
애정의 문제 그 이상의 것이, 다른 것에 있었어요
이 모든 게 없던 일이 되는 것
그냥 각자의 일이 되고 마는 것
서로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것
이 모든 게 각자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어떠한 것
그게 가장 큰 상처가 되었어요 늘
존재의 부정, 정의 자체가 없었던 것
그게 늘 제게 너무 무시무시한
불안의 그림자를 만들었어요
작년 여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신이 만든 공간으로부터 몇번의 오류를 겪으면서
너무 긴장됐고, 내가 믿고 있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게 더 무서웠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닐까봐, 그 만의 하나 당신이 아닐까봐
그 때 비번도 포기했었어요
후회라면 그 지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면서 그냥 당신에게 미움받을 방법을 선택했죠
그때 당시에도, 그리고 얼마전에도. 이유는 다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