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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때 나 좋아했어?

고3 때 좋아했던 그 애한테 묻고싶은 말이야
오랜만에 조용히 음악 듣는데 기억조작곡이라 불리는 오마이걸 아판럽 들으니까 갑자기 생각나더라.
걔가 나 엄청 헷갈리게 했거든.



그 애랑 같은 반 되고 짝꿍이 되었을 때 이미 직감했던 거 같아 아 좋아하겠구나. 그래서 절대 좋아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애랑 잘 된 적이 없었거든. 근데 그게 맘처럼 쉽나? 너무 다정했어. 내가 낯 엄청 가려서 말도 못 걸고 우물쭈물하니까 먼저 작년에 몇 반이었는지, 밥은 누구랑 먹는지, 집은 어디인지, 중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하나하나 웃으면서 너무 다정하게 물어봤어. 알고 보니까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가리에서 살더라 걸어서 3분 거리? 그땐 그렇구나 했지. 집에 같이 가는 친구가 각자 있었으니까.



근데 내가 좀 늦게 하교하면 집 가다 중간에 만나더라고. 걔도 나도 같이 가던 친구랑 헤어진 뒤에. 근데 한두 번 그렇게 같이 가니까 그 시간이, 온전히 둘만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어. 그래서 일부러 늦게 하교했어. 친구한테 한소리 듣더라고 어기적거리면서 괜히 빙빙 돌다가 그 지점에서 만나기를 몇 번, 그 애가 우리 운명인가 봐! 하면서 활짝 웃더라. 좀 찔려서 그냥 같이 웃었어. 아무렴 어때 ㅎㅎ



원래 나랑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랑 그 애 친구들이랑 다 친해져서 같이 점심 먹었었거든? 인원이 좀 많아서 우연과 내 노력이 합해 그애 옆에서 먹거나 앞에서 먹거나 어쨌든 자리 붙어서 먹었었는데, 처음으로 완전 분단이 갈린 적이 있었어. 급식지도 쌤이 갈라놔서 ㅜㅠ 속으로 너무 아쉬워서 내일은 꼭 같이 먹어야지!! 다짐하면서 다 먹고 교살에 갔단말이야. 자리에 앉는데 갑자기 그 애가 쿵쿵쿵 거리면서 내 자리로 오더니 손을 탁 잡고 데리고 나가는 거야. 옆에 앉아있던 내 친구들은 오 박력~~ 뭐야뭐야? 이러고. 내 심장은 막 막...달리기 시작하고. 걔가 나 데리고 가면서 나지막이 그러더라고.
우리 너무 떨어져 있었어.
그러고 화장실감 ㅋㅋㅋㅋㅋ 지금 쓰면서 보니까 쪼끔 오글거리는데 그때는 너무 떨렸다 진짜..



어느 날은 나 머리 푸르고 다녔었거든? 그런 날 빤히 보더니 머리 묶은 거 궁금해 예쁠 거 같아. 하는 거야. 나는 그걸 듣고 바보같이 냉큼 다음날 머리를 묶은 거 있지... 지금 생각해도 진짜 ㅋㅋㅋㅋ 그날 집 가는 길에 (그날은 반 애들이랑 가서 애초에 같이 하교했어) 둘이 좀 뒤처져 걸었는데 걔가 그러더라고.
머리 묶은 거 예쁘다 근데 너 내 말 듣고 머리 묶은 거지?
내가 너무 당황해서 어버버하니까 웃으면서 한마디 툭 던지더라고

너 나 좋아하지?

그때 좋아한다고 할걸. 아니 그냥 묶고 싶어서 묶은 거야.. 이랬어. 속마음을 너무 정통으로 찔려서 헛소리를... 걔는 아, 그래? 이랬던 거 같은데 표정이나 이런 건 기억이 안 난다.



걔는 1분단 통로 자리, 나는 그 맞은편 2분단 자리. 굳이 그 통로를 가로질러 손을 맞잡고 꼬물거리면서 얘기하기도 하고, 다른 친구가 장난으로 가르려고 해도 그 애가 꼭 잡고 놓지 않았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던 점심시간에 정자에 갇힌 친구들 우산 주러 갔다가 우산 하나 그 좁은 공간에서 마주친 얼굴을 보고 왠지 모를 간질거림에 푸스스 웃기도 하고, 둘이 영화 찍냐며 친구들한테 놀림당해도 개의치 않았는데.

독서실 갔다가 공부 안 된다고 일찍 나와서 노래방 갔던 날 처음으로 노래하던 그 애 옆모습을 보고 뜨거워진 얼굴에 괜히 덥다고 투정 부리기도 하고, 그 애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거 처음이라 엄청 떨었는데 반했다는 얼굴로 봐서 나 너무 떨렸는데.


있잖아, 우리 가끔 같이 가던 구립 도서관 독서실 기억나? 나 거기 가본적 있다는 거 뻥이었어. 네가 얘기하기 전까지 거기에 독서실 있는 줄도 몰랐다? 독서실 원래 안 다니는데 네가 가자고 해서 갔어. 엄마가 맨날 집에서 하던 애가 왜 자꾸 나가서 하냐고 타박해도, 너랑 같이 가기로 약속하지 않은 날에도, 거의 매일을. 우연히 마주쳤던 날들은 사실 내가 간절히 바라며 만든 날들이었어.


넌 그때 나 좋아했어? 궁금하다. 평생 알 수 없겠지만ㅎㅎ



2년 전인데도 생생하네. 갑자기 생각은 나는데~ 얘기할 데가 없어서 여따 그냥 살포시 풀어봄~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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