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금 엄마랑 통화하다 울컥해서 글써요.
저는 20대 초반 대학생입니다. 엄마 입에서도 저는 사춘기가 없었다는 말이 나올만큼 평생을 큰 말썽없이 살아왔고, 상위권 대학에 진학해서도 하라는대로 살았어요. 등록금도 내주시고, 저는 아직 독립하지 못했으니까 통금같은 결정들에 있어서도 군말없이 따랐고요. 그런데 집안 분위기가 좀 이상한것 같은데, 제가 문제인건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조언 부탁드리려 글써봐요. 글이 조금 길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옛날부터 집에서 항상 못된아이 취급을 받아왔어요. 밑에 동생이 두 명 있는데 가장 막내는 뭘해도 귀여운 애기로만 보시고, 남동생은 순해 빠져서 두 자매 사이에서 기도 못 펴고 사는 애로 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만 보면 못된 첫째로 보이시는지 엄마한테 혼날 때 아빠 닮아서 성질머리가 글러먹었다는 말 참 많이 듣고 살았네요. 생각해보면 어렸을때부터 제가 떼쓰거나 하면 할머니가 아빠 닮아서 성질머리가 못됐다는 말을 하셨어요. 할머니랑 같이 살지도 않았는데 얼굴 뵐때마다 이런 말을 하셔서 지금은 그런 기억밖에 안나네요.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서요. 제가 못된 첫째 딸이었어도 엄마가 가장 의지하는 딸이기도 했거든요. 저희 아빠가 많이 권위적이고 화를 잘 내는 성격이셔서 엄마가 힘들때마다 저한테 털어놓고 의지하셨던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도 아빠는 말 자체가 안통해요. 남의 말을 안 들으려고 하고, 대화도 안되고, 어떤 느낌이냐면 같이 밥먹다가 체할것같은 느낌이 드는 분이세요. 어느 순간부터인지 아빠가 속으로 기침하면서 분위기 잡을때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숨이 잘 안쉬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엄마가 저한테 올 때마다 무슨 감정인지 알 것 같아 같이 욕해주고, 위로해드리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이게 이상한 집착으로 변질되더라고요.
이걸 성인이 되고 처음 느낀게 대학교 1학년 중간고사 기간인데, 저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었어요. 중간고사 기간이니까 공부하고 간다고 카톡을 보내곤 했었는데 꼭 언제까지 들어오는지 확답을 드려야 했었고, 안보낼때면 연락 받을때까지 카톡이나 전화, 문자를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항상 엄마 연락은 의심받는 느낌으로 연락이 와서 참 마음이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저는 대학교 들어오고 남자친구 한 번 안사귀고 꼬박꼬박 통금 맞춰 들어오면서 굉장히 건전하게 살았는데 왜 저러실까 그러면서 굉장히 속상했었어요. 결국 어느날 한 번 크게 싸웠는데 엄마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그냥 제가 연락 더 많이 하겠다고 하면서 종결됐어요.
그러다가 다시 문제가 터진게 이번 여름인데, 원래 친구랑 해외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어요. 경비는 제가 대학교 들어와서 모은 돈으로 갈 예정이었고요 비행기표, 숙소 모두 예약을 해 둔 상황이었어요. 여기서 깊게 들어가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동생이 제 물건을 상습적으로 훔치는걸 알게 되고, 엄마 아빠에게 중재를 부탁했지만 눈감아주는게 너무 억울해서 하루는 친구랑 대학교 축제에 갔다가 일부러 연락도 안받고 2시 정도에 집에 들어갔네요. 다음날 부모님이 이제는 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시더니 아빠가 여행 못간다고 하고 거기서 끝나버렸어요. 사실 혼자가는 여행이었으면 그러려니 했을텐데 친구가 껴 있어서 굉장히 난감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시간은 흘러 최근에 부모님이 멀리 가시게 되며 제가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물론 이것도 쉽게 결정된게 아니라 원래는 저보고 휴학하거나 학교 자퇴하고 여기있는 학교로 재입학해라 이런 말이 오갔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부모님이 내가 안되라고 그러시는건 아니겠지 싶어 휴학 신청하고, 새로 편입이나 재입학을 알아봤는데 시간이 촉박하기도 하고, 아무리 알아봐도 너무 비현실적인거 같아 겨우겨우 휴학 철회하고 그냥 다니게 되었어요. 이 과정에서 온갖 욕을 들었는데 그건 그냥 잊기로 했어요. 문제는 엄마 아빠가 걱정이 굉장히 심하세요. 한 번 자취방에 짐을 나르고 앉아서 치킨을 먹고 있는데 아빠가 방에 씨씨티비를 설치해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는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좋다고 맞장구치고 둘이 씨씨티비 계획 구상하는거 듣고 있다가 이건 진짜 제가 미쳐버릴 것 같아서 겨우겨우 말렸네요.
오늘은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대뜸 미래 계획이 뭐녜요. 사실 저는 졸업 계획을 따로 세워놨는데 지금 물어보시는 어투가 엄마 아빠가 생각해놓은 계획이 있으니까 그거에 따라라 이런 느낌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문제는, 여기서 부모님 말대로 했다가는 제 계획이 밀려버려요. 그런데 부모님 말 안따르고 제 계획대로 그냥 밀고나갔다가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것봐 너가 엄마아빠말 안듣더니 이렇게 됐네 하면서 저를 굉장한 실패작으로 여기실게 뻔하거든요. 제가 중학생때도 아빠 회사 동료 아들이 들어간 캠프 같은거에 선발 안됐다고 한동안 밥그릇 던져주시고 말도 안거시고 그랬었어요. 그런데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게 너무 끔찍해요. 그렇다고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제가 경제적으로 독립이 될지도 모르겠고, 한 마디로 제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어요.
마음이 너무 지치네요. 힘들어서 그냥 다 때려치고 싶은데, 제가 엄살 부리는건가 싶기도 해요. 가정폭력을 당한것도 아니고, 지원받을만큼 지원받고 징징거리는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싶고 그래서 주저리 주저리 써봤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