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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학기초 설렘 썰

ㅇㅇ |2020.02.27 03:14
조회 363 |추천 0

그냥 새벽감성에 혼자 주접 떠는거야ㅎㅎㅎ 할일 없고 지루한 사람들 심심풀이로 읽어도 나쁘지 않을 듯


난 그 애를 작년 고등학교 입학하고 개학식 날 처음 봤어. 첫 영어 시간이었는데, 영어 선생님이 유학파셔서 등장부터 프리토킹을 하면서 들어오시길래 반 전체 일동 묵념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애들 서로 다 안 친하고 영어로 대답까지 하라니 쌤도 많이 답답하셨는지 모둠을 6개 만들더니 처음보는 애들끼리 영어로 막 서로 묻고 싶은 거 묻고 알아가라는거야. 그래도 내가 친화력이 심하게 나쁜 편은 아니고, 또 어차피 서로 다 처음 보는 사이일테니까 굳이 부끄러워하면서 이 어색한 정적을 유지할 순 없다 해서 내가 먼저 말문을 텄지, 모둠원들이랑. 네명인 모둠원 중에서 그 애가 내 앞에 앉아있었어. 책상 돌려앉으니까 뭐 사실상 옆에 앉은거지. 나도 얼타긴 또 얼타서 개 횡설수설하며 영어로 어디 중학교 나왔고 뭐 어쩌고저쩌고.... 하다가 좋아하는 거로 초콜릿! 좋아한다고 얘기했어. 보통 다른 애들은 그냥 핸드폰하기 영화보기 노래듣기....등등 얘기하는데 난 좋아하는 거 하면 딱 초콜릿 밖에 생각이 안나서 그냥 던졌지. 그랬더니 날 빤히 보고있던 그애가 풉하고 웃더라. 약간, 참던 웃음 터뜨리듯이. 그래도 뭐 굴하지 않고 얘기 이어나가고 애들끼리도 얘기 나눴지. 그때부터 그앤 내가 그렇게 웃겼나봐.

뭔가 나만 보면 실실 웃기도 했고. 또, 학기초면 국어부장, 영어부장, 무슨 부장.... 막 엄청 뽑잖아. 그러다가 국어부장을 뽑는데 보통 부장 가위바위보로 뽑잖아? 역시나 다수의 경쟁자들이 있었기에 하겠다고 손 든 애들끼리 나와서 둘둘씩 가위바위보를 하고 또 이긴 사람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하게끔 하셨어 쌤이. 난 그애랑 하게됐지. 근데 나 여태껏 부장 뽑는데 다 떨어졌거든? 가위바위보 지지리도 못해서. 근데 걔랑 가위바위보 했는데 또 진거야... 너무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홧김에 우리 삼세판 하면 안되냐고 물어봤어. 걘 역시나 또 웃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같아도 개웃을듯. 뭔 이거 가지고 삼세판이야. 근데도 걘 군말없이 해줬어. 근데도 또 짐. 결국 한숨 푹 쉬고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가니까 걔가 미안하다고 또 웃으면서 말하더라.



정신 없던 새학기 첫날을 보내고 집에 왔는데 걔한테서 페북 친신이 와있었어. 아, 아까 그 삼세판 해준 애구나 싶어서 뭐 냉큼 받았지. 그랬더니 씻고 이제 누워서 폰하고 있을 즈음에 페메가 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누가봐도 고민, 또 고민해서 보낸듯한 귀여운 안녕! 이었어. 실제론 그렇게 상큼하진 않은데 괜히 안 어울리게ㅋㅋㅋㅋ 그리곤 나도 페메를 이어갔어. 걔가 그러더라 오늘 그 삼세판 너무 기억에 남아서 연락했다고. 애가 또 친화력도 꽤 괜찮고 성격도 착해보여서 원래 이렇게 친구 잘 사귀겠거니 하고 아무 생각없이 연락을 하고 다음 날 학교에 갔지.



학교에서 보면 꼭 인사하기로 해서 내가 먼저 가서 인사했다! 친구랑 있었는데 그 친구는 내가 아직 안 친했던 애라서 걘 좀 떨떠름해하고 그 애는 받아줬어. 그러니까 내 옆에서 친구가 벌써 친목질 시작이냐고 괜히 뭐라 그러는거야. 그래서 난 또 억울하니까 아니라고, 얘가 먼저 친신도 오고 페메도 왔다고 얘기했더니 당연히 이상한 눈으로 흘기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너네 막 그런 식으로 가는거냐고 엮고 난리 났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얘가 날 정말 웃긴 애로서 친해지고 싶어하는 줄 알았었어. 근데, 얜 나한테만 먼저 친신 걸고 선펨 한 거였더라. 애들끼리 다 친해진 후에도.



그렇게 몇일 보내다가, 학교에 야자실이 따로 있으니 방과후에 자율적으로 야자실 가서 공부해도 된다는 안내문을 받았어. 별 생각없이 가방에 넣고 집에 갔더니 걔한테 페메가 와있었어. 야자 할거냐고. 그래서 잘 모르겠다고 그러니까 자긴 할거라고. 같이 하자는 거야, 친구 없다고. 그래서 뭐 요일 되는 날 같이 하기로 하고. 약속을 잡았지.

그리구 그렇게 페메 하다가 또 이번엔 뭐 영화도 보러가자고 걔가 얘기가 나왔어. 난 원래 뭐 하자! 하면 좋으면 바로 날 잡고 시간 잡아야하는 성격이란 말이야. 그래서 걔가 먼저 얘길 꺼내고 날짜도 그날 정했지. 그때가 아직 3월 둘째주였으니 아마 셋째주쯤에 보기로 했었을거야.



3월 14일. 화이트 데이인건 당연한 거고, 그날은 학교 각반 학급회장 선거날이었어. 난 출마했었고, 그애한테 공약이나 선거하기 직전에 하는 그 짧은 연설? 그걸 뭐라하더라 할튼 그런것까지 꽤 많은 도움 받았었어ㅎㅎㅎ 막 우유로 이행시하고 이상한 드립 같은 거 연구하고. 걔가 나 꼭 뽑아줄 거라고 나 꼭 회장 될거라고 굉장히 응원 많이 해주고 불안해 하는 나 달래줬어. 그리고 선거날. 그날은 우리가 처음으로 야자를 같이 하기로 한 날이었고, 난 선거를 앞두고 있었어. 끽해봐야 학급회장인데 그게 뭐라고 그렇게 떨었는지 모르겠다ㅋㅋㅋㅋㅋ 그래도 그애 도움(?) 덕분에 선거 나가서 압도적인 표차로 회장 됐지 뭐야ㅎㅎ 근데 복병이 있었어. 각반 학급 회장부회장들은 방과후에 시청각실에 모여서 시덥잖은 리더십 캠프를 한다는거야. 막 그런거. 둥그렇게 의자 모아서 앉고 막 캠프파이어때 할만한 그런 협동심? 게임 같은거. 그런거를 1시간 넘게 하고 있는데, 속이 타 죽겠더라. 그애랑 같이 야자하기로 했는데. 미리 종례 때 그 캠프 땜이 좀 늦을 거 같다고 먼저 가 있으라고 얘기해놓긴 했지만 그래도 맘에 많이 걸렸어. 그래서 그 캠프 중간 쉬는 시간에 1층에서 야자실 있는 4층까지 뛰어올라가서 졸던 걔 깨워서 금방 끝날 거 같다고 좀만 기다리라고 또 한번 말해주고 또 뛰어내려가서 마무리했어. 그 생쇼를 했던 거 보면 아마 나도 못지 않게 좋아했나보네.

무튼 10시간 같던 1시간이 지나고, 끝나고 쌤들아 나눠주신 샌드위치랑 음료수 들고 잽싸게 야자실로 튀어올라갔어. 가자마자 또 졸고 있는 걔한테 음료수 건네주면서 미안하다고 했지. 그때가 한 6시쯤었을거야. 야자실은 8시까지만 열려있기 때문에 우린 그때까지만 공부하기로 했어. 걘 5시부터, 난 6시부터 공부를 시작하는데. 집중이 될리가 있나. 괜히 안경쓰고 공부하는 그애 힐끔힐끔 쳐다보고, 거울 보고 얼굴 매만지고. 한시간 동안 되지도 않는 공부 잘 붙들고 있지도 않다가 결국 내가 나가자고 했어, 7시에. 그냥 집중도 잘 안 되는데 8시까지 운동장이나 좀 돌자고 그랬지. 군말없이 따라 나오더라. 내가 덩치에 비해 가방을 좀 무겁게, 크게 메고 다니는데 끙끙대는 날 언제 봤는지 내꺼까지 대신 들어줬어. 어두운데도 전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던 복도랑 계단을 지나서 1층 밖으로 나섰지. 운동장 스탠드에 가방이랑 짐 다 놓고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얘기 참 많이 했다. 이렇게 얘기하는 게 불편하지 않고 재밌고 편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적은 처음이었어. 그러다가 날도 저물고 아직은 초봄이라 쌀쌀해서 스탠드에 앉아서 얘기했어. 나 앉은 거 보더니 교복 자켓 벗어서 덮으라고 주더라. 두껍지도 않은 자켓이 왠지 너무 따뜻했어. 또 앉아서 한참 얘기하다보니까 어느새 8시였어. 각자 부모님이 데리러 오시기로 하셨는데 우리 엄마가 좀 일찍 오셨지. 걔가 가방 무거우니까 또 대신 들어준 채로 엄마 차로 가는데 내가 인사라두 하고 가라고 그랬어. 잔뜩 긴장한 채로 내 가방까지 가방 앞뒤로 두개 메고 차로 같이 가서 결국 인사시켰다ㅋㅋㅋㅋㅋ 그리고 고맙다고 하고 갔지. 8시까지 학원에 갔다가 10시에 마쳐서 가방 싸고 학원 엘레베이터 기다리는데 카톡이 와있는거야, 그애한테. 걔랑은 페메만 했거든. 그래서 엥 뭐지 이러고 미리보기를 보는데, 'ㅇㅇㅇ님이 메세지와 선물을 보냈습니다.' 라고 뜨는거야. 놀래서 톡방 들어가보니까 페레로로쉐 보내놨더라고. 회장 당선 된 거 축하한다는 메세지 써놓은 채로. 전날 밤인가, 내가 내일 화이트 데이래 ^^ 하고 장난삼아 얘기하긴 했었는데..... 너무 좋았어. 화이트 데이에 남자한테 초콜릿 받은 거 처음이라ㅎㅎ




아직 시작도 안 하긴 했는데 너무 늦어서 오늘은 이것까지만 적어야징 뭐 아무도 안 읽겠지만, 그래서 맘 놓고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다 적고 있다ㅎㅎㅎ 그냥 내가 기억하고 간직하려는 용도로 적어놓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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