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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덕의 개인적인 샤프 사용기

ㅇㅇ |2020.03.03 23:56
조회 3,105 |추천 7
(주의) 이 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후기입니다. 너에게 좋은 샤프가 제일 좋은 샤프입니다. 이 후기가 자기가 좋아하는 샤프를 까거나 자기가 싫어하는 샤프를 지켜세우더라도 그러려니 넘어갑시다. 표시한 가격은 쿠팡 가격 시세를 표준으로 하였으며,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1. 2020학년도 수능샤프(700원)
수능 일주일 전에 기존의 샤프를 뒤집고 올라왔음에도 기존보다 뒤떨어진 성능으로 수험생들을 엿먹여 화제가 된 그 샤프다. 수능날 연필을 챙겨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이 샤프는 노크소리가 정말 우렁차다. 하지만 노크소리가 크다는 건 니가 수능날 이 샤프를 버려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어차피 너 혼자 안 써봤자 시험장에 있는 다른 모든 학생들의 우렁찬 노크소리가 네 귓가를 간지럽힐 것이기 때문이다.

천원도 되지 않는 샤프주제에 오토메틱 기능과 쿠션기능이 있다. 게다가 잘 굴러간다. 오토메틱 기능이란, 필기 중 알아서 샤프심이 나오는 기능이다. 자동샤프의 메커니즘이 궁금한 사람은 다이소에서 구해보도록 하자. 쿠션기능은, 개인적으로 쿠션이 과도하다 생각해 쓰지 않는 델가드와 쿠루토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샤프심이 나오는 맨 앞 대가리 부분이 신발이다. 샤프를 쓰다가 손가락이 대가리 부분으로 내려가기라도 하면 굳은살을 갈라버리는 고통이 느껴진다. 이 사프의 대가리를 디자인한 사람을 데려와 대가리 부분을 잡고 깜지 10장을 쓰게 하고 싶은 심정이다. 본인은 올해 수능에도 이 샤프를 준다면 수능장에 연필 20자루를 들고 가서 치험을 칠 예정이다.

2. 그래프1000(10,000원)
샤프계의 카사딘, 3분카레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프1000이다. 카레는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 요리인데,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그래프1000은 매우 무난한 샤프로서 그 누가 잡더라도 평타 이상은 가는 범용성과 대중성을 보여준다. 저중심 설계에, 유격도 없고, 그립감도 상당하며, 뛰어난 노크감과 디자인을 뽐낸다. 모든 스펙이 균형잡혀 적당히 뛰어나서 특색이 없다. 완벽한 사람은 재미가 없지 않은가. 샤프에 관심이 없는데 고급 샤프 하나 쯤은 마련해두고 싶은 사람은 이 샤프를 사면 잃어버리기 직전까지 만족스럽게 굴릴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몸통 부분에 그래프1000이라고 쓰인 글씨가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새겨져 사용하다 보면 지워진단 것이다.

3. 스메쉬(약 9,000원)
그래프1000의 배다른 형제 스매쉬다. 그래프1000에 버금가는, 굉장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 스매쉬 특유의 그립부 고무처리는 호불호가 갈린다. 크기가 생각보다 작고 아담하여 귀엽다. 여자애들이 좋아할 거 같았는데 여자애들은 쿠루토가 델가드 쓰더라. 최근 생산된 스메쉬는 사용 시 고무부분이 기둥 부분에 눌러붙어 떨어질 때 이상한 느낌과 소리가 난다. 그리고 샤프를 세게 쥐면 알 수 없는, 뚝뚝 끊기는 느낌이 난다. 그 비싼 돈을 주고 스메쉬를 샀으나 손이 잘 가지 않게 된 이유이다.

4.P205(5,000원)
국산 몇백원짜리 싸구려 제도샤프의 대부분은 이 샤프를 따라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하지만 P205와 다른 짝퉁을 놓고 성능을 비교해보면 원조답게 P205가 압승이다. 샤프를 잘 모르는 내 친구는 어느 짝퉁샤프와 이 샤프를 같이 들고 다녔는데, 알게모르게 P205에만 손이 간다고 했다. 펜텔치고 매우 싼 가격과 탄탄한 기본기가 특징이다. 그리고 매우 가볍다. 묵직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싫어할 수도 있겠다. 싸구려샤프같이 보이지만, 딱히 샤프에 큰 돈 쓰기 싫은데 델가드와 쿠르토가가 싫다면 한번 사보길 바란다.

5. 그래프기어1000(10,000원)
촉 부분을 숨기는 특유의 방식이 매우 인상깊은 제품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개인적으로 그립갑, 노크감, 등등 기타 성능이 그래프1000에 밀린다고 느꼈다. 굉장히 무겁다는 평가가 많다. 본인은 뚝뚝 끊기는 느낌과 유격때문에 친구에게 팔아버렸다.

6. 델가드(4,000원~8000원)
쿠션기능있더라. 친구 꺼 빌려 써보다가, 난 필압 세고 쿠션기능 싫어해서 그만뒀다. 쿠션기능은 샤프를 바닥에 대고 누르면 샤프심이 안으로 들어가는 기능이다. 그립감은 2020수능샤프와 비슷했는데, 클립부분이 상당히 거슬렸다. 쓰다가 편마모현상 때문에 돌릴 때 불편할 거 같았다. 샤프심이 안 부러지게 한다는 특유의 기능은 신기했다. 그런데 걔넨 샤프심이 절대 안 부러진다고 광고하던데, 샤프심이 그렇게 푹푹 눌러 꺼지는데 부러지기도 힘들겠다... 그리고 유격도 있는데, 샤프심이 그렇게 자유분방해지는 건 처음 봤다. 참고로 유격은 샤프심이 흔들리는 현상이다. 자기는 유격이 상관없더거나, 쿠션기능 있어도 괜찮고 필압이 약하다면 추천한다.

7. 쿠루토가(4,000원~8,000원)
샤프심 돌아가는 건 신박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유격 있고 쿠션기능 있어서 난 안 쓴다. 거 좀 샤프 돌리고 말지 애초에 샤프심 돌리는 장치보다 내 손이 더 정밀하다.

8. 로트링 500(11,000원)
로트링 제품과 로켓그랩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특색 있는 로켓그립은 로트링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까글까글한 느낌이 호불호가 갈린다. 본인은 처음에 만져 봤을 때 까글까글해서 필기에 방해될 거 같다고 느꼈으나, 막상 필기해보니 까글한 느낌이 사라져서 매우 신기했던 경험이 있다.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은 이 샤프를 쓰면 샤프가 미끌거리지 않을 것이다. 그립 부분에 뭐가 묻으면 제거하기 어려워 짜증난다.

9. 로트링 600(35,000원)
로트링 500보다 2만원이 더 비싼데 달라진 것이라고는 디자인밖에 없다. 묵직한 그립감은 칭찬하지만, 이것 때문에 600을 사느니 차라리 S20을 산다. 그냥 로트링은 500을 쓰자.

10. 스테들러 925 35(9,000원)
쓰는 친구가 있길래 신기해서 뺏어 써본 기억이 있다. 디자인이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다. 이것도 로트링과 마찬가지로 로켓그립이다. 로켓그립이 좋다면 로트링500과 같이 두고 고민할 가치가 있다. 참고로 내구성이 좋지 않다는 말이 있다.

11. 당근샤프(1,600원)
귀엽다

12. S20(20,000원)
굉장히 좋은 샤프이다. 이 샤프의 가장 큰 특징을 뽑자면 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져보면 알겠지만, 나무 특유의 느낌이 손끝에 그대로 전해진다. 본인이 이 샤프를 구입했을 땐 원목을 가공하여 만든 샤프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나무를 갈아 압축하여 만든 것이었고,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자연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물아일체의 마음으로 샤프를 사용하던 본인은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성능은 굉장히 뛰어난 편에 속한다. 개인적으로는 S20이 그래프1000에 비비는 게 아니라, 그래프1000이 S20에 비빈다고 생각한다. 내 두 친구가 S20을 시필해본 그 길로 집에 가서 S20을 주문했던 적이 있었다. 흠이라면 몸통 부분에 S20으로 적힌 글씨와 노크 부분에 적힌 심 두께는 음각이 아닌 양각으로 새겨져 사용하다 보면 글씨가 벗겨진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흠은 떨어뜨렸을 때 굉장히 촉이 잘 휘어진다는 것이다. 본인은 1년동안 이 샤프를 쓰며 촉을 3번 갈았다.

13. 오렌즈네로(30,000원)
그래프1000과 스메쉬, P205 등의 명작을 탄생시킨 샤프회사 펜텔에서 만든 고급형 샤프이다. 이 녀석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인데, 진실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샤프는 영원히 듣보여야 한다. 그래야 이 샤프로 고통받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시세는 3만원, 비싸면 3만원대 중후반대지만, 자기 부모도 팔아먹을 양심터진 새끼들은 7~8만에 팔기도 한다.10만원 후반대에 파는 사탄새끼들도 있는데, 길을 가다 본다면 꼭 뺨을 후려주도록 하자. 본인은 아마존 직구를 통해 2.6에 구입했다. 하지만 이 샤프는 2.6도 아까운 개쓰레기 똥작이다.

기본적으로 이 샤프는 수능샤프와 같은 오토메틱 기능이 있는데, 떨어지는 필기감은 오토메틱 샤프의 고직적인 문제이다. 이 글을 정독했다면, 난 샤프를 평가하면서 '필기감'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 샤프의 필기감은 샤프가 아니라 샤프심이 결정한다. 뭔 샤프를 써도 어차피 필기의 감촉을 결정하는 건 종이랑 직접 부대끼는 샤프심이니깐. 혹여나 주변 친구가 샤프의 '필기감'에 대해 운운한다면 그 친구는 샤프와 필기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다면, 그 친구는 양심과 지능 중 하나가 결부됐을 가능성이 높으니 가까이하지 않도록 하자.

오토메틱 샤프의 특성상 샤프의 촉이 종이와 만나서 질질 긋는 느낌이 난다. 많이 쓰면 나아지지만, 적응기간 동안 돈 주고 샤프 촉이 종이게 갈리는 느낌을 산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오의 심정으로 존버를 타다 보면, 그나마 ''쓸만한 샤프''가 된다. 게다가 메커니즘이 굉장히 복잡해 고장도 잦다. 본인은 뽑기운이 좋았는지 1년 쓰며 한 번도 고장이 없었으나, 인터넷에 쓰인 모든 오렌즈네로 고장 후기를 하루를 잡아도 다 읽지 못할 정도로 고장 사례가 많다.

게다가 귀하신 몸이라 아무 종이에나 대고 쓰면 고장이 나거나 매우 불량한 필기감을 보여준다. 이 신발새끼는 지가 만년필인 줄 안다. 따라서 시험지 갱지에다가는 오토메틱 기능을 쓸 수 없다. 물론 샤프심을 내놓고 써도 되긴 하지만, 이 똥쓰레기를 사용하는 유일한 이유인 오토메틱 기능을 쓰지 못한다. 그럼 왜 쓰나? 차라리 위에 있는 샤프 중 하나만 사서 들고다니지. 이런 해로운 물건은 법적으로 금지해야 옳다.

2020학년도 수능샤프와 오렌즈네로는 똑같은 오토메틱 기능이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오렌즈네로가 더 좋다. 그런데 가격차이를 보자. 이게 용납되나? 심지어 시험지에서의 필기감은 수능샤프가 더 좋다. 사실 난 오렌즈네로를 까려고 이 글을 썼다.

샤프 수집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혈압을 낮출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도 하지 마라. 하지 마라면 좀 하지 마
추천수7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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