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전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전시수준'을 방불케 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사실상 전시상황으로 간주한 것이다. 보건과 전혀 관계가 없는 민간 기업들이 의료물자 생산에 가세하고 있고 민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을 '3차 세계대전'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나는 전시 대통령"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중국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우리의 전쟁"이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상황을 전시에 준하는 사태로 보고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대통령에게 주요 물품의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외국인 입국금지 대상에서 제외됐던 캐나다와의 국경도 한시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가 중국을 넘어선 유럽에서도 각국 지도자들이 전시 상황임을 강조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가 직면한 최대 도전"이라며 상점운영금지, 이동금지 등 전례없는 제한조치에 대해 "생명을 구해야 하는 지금 순간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며 제한조치를 준수해줄 것을 호소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지금은 전쟁 중이며 전국민은 필수적 사유 아니면 이동을 금하고 자택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인력 10만명을 동원해 이동조치를 어긴 시민들을 단속할 것"이라고 발언해 선전포고와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지 포천은 전시에 총기와 탱크를 생산했던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가 이제는 중국 류저우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GM이 셧다운되는 북미공장에서 인공호흡기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각국 지도자들이 전시수준의 강력한 조치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코로나19 피해 속도가 여전히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각국 발표를 취합한 전세계 코로나19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21만4894명을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3만5713명, 스페인 1만3910명 등 누적 확진자가 1000명 이상인 국가가 11개국에 달한다. 이들 국가 확진자 숫자는 8만5804명으로, 중국(8만894명)을 넘었다.
미국도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CNN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주ㆍ시 보건당국 등을 인용해 이날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수가 하루새 2700여명이 늘어 8525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서는 7769명으로 집계됐다.
경제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전시대응에 보다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해일이 밀려오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해변에서 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소 한달간 국가 전체에 강력한 폐쇄조치를 내려야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고,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그룹 회장도 "현 상황은 90일간 이어지는 3차 세계대전과 같다"며 "트럼프 정부는 이 전쟁이 5일, 10일 내 단기간에 끝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밝힌 1조달러(약 1258조원) 규모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책도 현재 상황에 비해 한참 모자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앤드류 로스 소킨 뉴욕타임스(NYT) 재무 칼럼리스트는 이날 NYT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트럼프 정부는 1조달러 규모 부양책으로 전국민에게 1000달러씩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으로는 아무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최소 10조달러 이상 자금을 동원해 정부보증으로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을 가리지 않고 5년한도의 무이자 브리지론(단기자금대출)을 시행해야 경제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