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4주의 임신부에게 불법 낙태수술을 했으나 살아서 울음을 터뜨리는 신생아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부장 김선희)는 10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산부인과 전문의 윤모(65)씨에게 징역 3년 6월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윤씨는 16세 산모와 그 어머니로부터 2,800만원을 받고 태아를 제왕절개술로 산모의 몸에서 떼어낸 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낙태수술 전 진단을 통해 태아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 낙태 수술을 했고, 그 결과 건강하게 출산한 아이가 존엄하고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수사 과정에서 병원 직원들에게 ‘출산 당시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았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자신은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한 점, 여러 차례 임신 22주가 넘은 태아를 낙태한 적이 있다고 자인한 점도 감안했다”고 지적했다.
윤씨 측은 낙태 여성, 낙태 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형법 제269조 1항과 270조 1항에 대해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근거로 무죄를 주장해 왔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 시 당장 생길 법적 공백을 우려해 법이 개정될 때까지 효력을 인정하는 변형 위헌 결정의 한 방법이다. 해당 형법 조항(낙태죄)의 개정 시한은 올해 말까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헌재에서 정한 입법 시한이 경과하지 않아 낙태죄의 효력이 여전하고, ‘임신 22주의 기간이 넘는 산모의 낙태 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는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태아가 모체를 떠나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기(임신 22주) 이전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ㆍ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