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비용이 너무 비싸. 화장이나 예식복 입는 것도 예식장에서 해야 하고." "게다가 어찌나 빨리 진행하는지, 떠밀려서 결혼하는 것 같다니까." 예식장 결혼식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누구나 예식장 결혼식을 비판하며 문제점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대부분 예식장 결혼식을 한다. 파격을 시도하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격으로 똘똘 뭉친 '메가쇼킹' 만화가 고필헌씨라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한때 에로배우였던 하소연을 좋아한다고 밝히고, 괴수가 나오는 구닥다리 호러 sf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으며, '아방가르드포스트샤머니즘' 형제 액션 코미디 <감격브라다쓰>와 우주적 변태환상개그를 선보인 <애욕전선 이상없다> 등의 작품을 연재한 그의 이력에 비춰보면 평범한 결혼식은 고필헌씨와 어울리지 않는다. 14일 그의 결혼식에 나름의 기대를 하고 참가한 이유다.
역시,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전쟁기념관 별관 궁중대례청에 도착하자 가마행렬이 수많은 무수리(?)와 문무백관들을 이끌고 마당을 돌고 있었다. 가마에 타고 있는 인물은 틀림없는 왕의 복장. 고필헌씨였다. 그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왕족체험 왕과 비'가 고필헌씨가 선택한 결혼 이벤트였다. 문무백관, 제조상궁, 대령상궁, 궁녀, 내관, 장군 등 대부분의 출연진은 바로 고필헌씨의 지인들. 각종 소도구를 든 신하들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한 신하는 들고 있는 깃발이 얼굴을 때리자 연방 걷어내고 있었고, 한 신하는 근엄한 척 무게를 잡고 있었다. 주위에 늘어선 지인들은 디카와 폰카를 꺼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머리에 눈이 내린 어르신들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결혼식 막바지엔 문무백관과 궁녀들이 절을 올리는 국궁4배와 만세 삼창이 마련됐다. 흔히 결혼식에서 사회자가 신랑에게 '만세 삼창'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화가 조선시대에도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행사엔 약 30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됐다. 내금위 감사 부장을 비롯 호위 내금위장 장군, 가마꾼, 중전마마를 보필하는 부제조상궁과 대령상궁, 전하를 보필하는 제조상궁 등. 주최 측에 맡기면 1인당 7만원이 들지만 고필헌씨는 지인들을 동원해 결혼비용을 줄이면서 재미를 높였다. 이날 왕실 결혼식은 대한제국의 황실 궁중혼례 의식을 바탕으로 성균관 유림인 명재 원재식 선생이 혼례를 집필했다. 1시에 시작한 결혼식은 정확히 1시 57분에 끝났다. 거의 1시간 동안 결혼식이 열렸지만 하객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게다가 이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였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하객들은 왕과 왕후와 함께 사진 한 장이라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결국 2시 30분까지 사진을 촬영한 뒤에야 하객들의 사진 찍기는 끝났다. 한편 고필헌씨는 신부인 윤혜영씨와 함께 결혼식보다 훨씬 '쇼킹'한 신혼여행을 떠난다. 15일부터 두 달간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 신혼여행을 할 계획. 제대로 자전거의 맛을 느끼기 위해 노숙을 제안했지만, 신부의 완강한 반대 끝에 찜질방과 여관방으로 타협을 봤다는 게 고씨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서해안을 끼고 전라남도 완도까지 간 뒤, 제주도로 갔다 다시 동해안을 타고 북상하는 시계방향 여행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