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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

CRUSH |2020.04.26 22:29
조회 3,083 |추천 5

처음엔 몰랐다.
당신말고 당신 옆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당신을 볼때마다 난 그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당신은 그저 인간 대 인간으로 좋은 사람 그뿐인줄 알았다.

내가 진짜 너무나도 힘들었던 날이었다.
남자친구가 내 제일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는 모습을 목격한 날.
난 처음으로 아는 오빠에게 부탁하여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야자가 끝나 지친 몸을 이끌고 달이 밝게 뜬 놀이터 벤치에 앉았다.
한여름이라 후덥지근하면서도 습한 공기가 날 감쌌다.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마시려는 그 순간
집으로 향하던 당신은 내 모습을 보게 되었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맥주와 내 지친 어깨를 번갈아보던 당신은 나지막하게 닭꼬치를 먹으러가자고 했다.
당신은 내 오른손에 콜라를, 내 왼손엔 닭꼬치를 쥐어주며 맥주 한 캔과 맞바꿨다.
놀이터에서 난 당신에게 내 힘듦을 토로했다.
당신은 아무말 않고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줬다.
당신도 피곤하고 힘들었을텐데 1시간동안 내 옆을 지켜줬다.

그때부터 난 무의식적으로 당신을 찾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혹시나 당신을 또 마주칠까 같은 길을 1시간동안 서성였다.
친구와 전화하는 척하면서 당신과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갈구했다.
당신과 있는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다.
1시간이 10분과 같았다.
난 당신에게는 거의 비밀이 없었다.
누굴 좋아하고 누굴 싫어하는지, 누가 날 힘들게 하는지
그때그때 당신에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끝까지 말 못했던 비밀
내가 당신을 그저 인간이 아닌, 남자로서 좋아한다는 것

솔직히 저때까지는 내 마음을 몰랐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나와 당신은 정확히 21살 차이. 사제관계였으니깐
그런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내 마음은 커져갔고 나도 내 감정을 부인하기 힘들어졌다.
주위에서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난 그때부터 당신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복도를 지나다 당신을 마주쳐도 인사만 하고 피했다.
당신이 항상 있던 2학년실 근처도 가지 않았다.
당신이 수업을 하던 영어실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당신 수업을 들을 때마다 앞자리에 앉아서 그저 대답만 할 뿐 당신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친구와 다이어트 얘기를 하고 있을 때
당신은 슬그머니 내 옆으로 와 다이어트를 왜 하냐고
어짜피 또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 가지 않을 거냐며 놀렸다.
나는 아니라며 당신에게 쏘아붙였고
당신은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순간 내 마음의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환청이 들렸다.
심장은 미친듯이 쿵쿵거리고 볼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불이 꺼져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마음 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생각보다 훨씬 좋아한다고
당신을 선생님 이상으로 좋아한다고.

지금은 졸업한지 1년이 지났다.
하지만 난 지금도 시도때도없이 당신이 떠오른다.
그 여름날의 후덥지근했던 공기가 나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어디에선가 당신이 나타나 내게 안녕이라 인사할 것만 같다.
아직도 당신과 연락할 때면 기분이 붕 뜬다.
당신의 연락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너무나도 불안해진다.
난 당신 앞에서 나의 모든 걸 털어놨지만
마지막 비밀은 평생 안고 가겠다.
이 비밀이 밝혀지면 당신과 나, 둘다 안전할 수 없기에,
주변에서 손가락질 할 게 뻔하기에
나는 이 비밀 하나만큼은 당신이 찾지 못하도록 꼭꼭 숨겨두겠다.
이것이 당신과 내가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고
당신이 다치지 않는 방법이기에.
당신이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고 하면
난 기꺼이 당신에게 행복을 빌어주겠다.
나는 그자리에 있을 수 없기에
다른 누군가가 나대신 그 자리를 성실히 매워주길 빌겠다.
당신이 꼭 행복했으면 좋겠다.

추천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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