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배종옥만이 할 수 있는 것

내남자의 여자 |2007.06.28 00:00
조회 2,803 |추천 0
font{line-height:150%} table,td{font:normal 12px 돋움;color:#384353;line-height:20px} p{padding:0px; margin:0px; border:0px; font:normal 12px 돋움;color:#384353;line-height:20px}
 

요즘 배종옥은 액션영화를 찍고 싶어 한다. 아니, 다이안 키튼과 잭 니콜슨이 노익장을 과시한 <사랑할 때 버려야할 몇 가지 것들>같은 멜로 영화를 찍는 게 꿈이라고 한다. 어쩌면 마음속에는 <매트릭스>의 캐리앤 모스처럼 몸에 딱 달라붙는 검정색 옷을 입고 시공을 초월하는 sf액션 영화를 찍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가 스릴러 영화의 연쇄 살인범을 연기하고 싶다고 한다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못할 게 뭔가. 배종옥은 영화 <질투는 나의 힘>에서는 노처녀 성연이었고, kbs <거짓말>과 <바보 같은 사랑>, 그리고 mbc <위기의 남자>에서는 유부남의 불륜 상대였으며, sbs <내 남자의 여자>에서 남편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다가 남편의 불륜으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는 지수를 연기했다. 그리고 심지어는 <내 남자의 여자>를 찍는 동안 짬을 내 참여한 도네이션 드라마 kbs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가지 질문>에서는 '키 180cm이상에 대머리는 안 되고, 경제적 능력도 적당히 있는' 남자를 찾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불평불만인 노처녀 나연을 연기했다.   40대 여성, 아내, 어머니, 여자에 관한 새로운 정의
 
그는 자신에게 허락된 모든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영화와 드라마를, 노희경 작가와 김수현 작가를 오가며 그의 연기 인생 중 가장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단지 다작이나 연기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배종옥은 4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동시에 그 모든 캐릭터가 가진 어떤 전형성에도 속하지 않는다. 성연은 잘 씻지도 않는 여자였지만 연하의 남자와 유부남의 사랑과 집착을 동시에 받았고,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위기의 남자>에서는 불륜을 저지르지만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여성이 됐으며,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완벽한 전업주부였다가 남편의 불륜을 계기로 자기 삶을 찾는 여성이 된다. kbs <굿바이 솔로>에서 거짓말로 주변 사람을 속이고, 누구에게든 한마디로 지지 않으려는 태도로 나서서 사람들의 비호감을 사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진실을 털어놓고 위로받고 싶던 영숙처럼, 배종옥은 다른 이들이 겉모습만 보고 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캐릭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캐릭터를 보여줬다. 그녀는 40대 여성이 필요한 모든 작품에 쓰일 수 있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40대 여성, 혹은 아내와 어머니, 혹은 미혼 여성에 관한 새로운 정의를 보여준다. 그래서 mbc <떨리는 가슴>은 배종옥이 보여준 가장 멋진 '전복'이다. <떨리는 가슴>의 종옥은 모두 안정적인 삶을 사는 중산층 주부지만, 6개의 다른 에피소드 속에서 자신의 가족들과 얽힌 문제를 처리하며 그 전업주부가 얼마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동생 두나에게는 좋은 언니가 되고, 남편 창완과 트랜스젠더인 그의 동생 사이에서는 좋은 중재자가 되며, 육체적인 불륜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젊은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 남편에게는 질투를 하면서도 최대한 쿨하려고 노력하며, 그 남편과 똑같이 젊은 남자에게 끌리기 시작하면서는 말 그대로 가슴이 떨리는 '여자'가 된다. 그리고 인정옥 작가가 집필한 마지막 편 '행복'에서 종옥은 사실 가사뿐만 아니라 유치원까지 경영하는 직장 여성이었고, '행복'의 마지막 장면은 그가 중심이 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배종옥은 이 작품에서 가장 전형적일 수 있는 '밥하고 빨래하며 가족들 뒷바라지하는' 주부 속에서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자신이 '가장'이 되는 새로운 여성이자 아내이자 어머니의 모습을 끄집어냈다.     고민은 배종옥의 힘
 

<내 남자의 여자>의 지수가 그 흔한 불륜 드라마처럼 남편의 불륜에 괴로워하고, 어렵게 살면서 상처 받은 뒤 연하의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대신 자신이 경제적 자립을 시도하고, 새로 나타난 남자와는 우정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가장 전형적인 형식을 가졌던 불륜 드라마에서 전형성을 벗어날 수 있었던 배종옥이 가진 힘이다. 그리고 그것은 배종옥이라는 배우가 20여 년 동안 꾸준히 해온 '고민의 힘'이기도 하다. <거짓말>이후, 배종옥이 연기한 캐릭터들은 언제나 자신의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배종옥의 말처럼 "단 두 세가지 사건"들로 꾸며진 <거짓말>에서는 과연 남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인가를 두고 고민했고, <내 남자의 여자>에서는 자기 남편을 저지른 불륜 상대이자 친구 화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에 대해 고민했으며,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는 세상 편하게 사는 것 같지만 남편과 이혼해 딸과 함께 살면서 자신이 과연 새로운 사랑을 선택해야 하는가, 혹은 좋은 엄마로서만 살아가야하는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저 쉽게 전업주부를, 혹은 노처녀나 이혼 여성을 연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배종옥은 각각의 캐릭터가 실제의 사람이 됐을 때 가질 수 있는 고민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쉽게 누구 어머니, 누구 이모가 되는 대신 '배종옥' 자기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택한 연기자 배종옥의 고민과 연결된다. 쉽게 잊혀지는 히트작 대신 <거짓말>, <바보 같은 사랑>, <떨리는 가슴>, <질투는 나의 힘>, <러브 토크> 등을 선택하고, 드라마를 찍으면서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에 출연한 그의 필모그래피는 곧 대중성과 작품성 양쪽의 경계선에 절묘하게 선 한 배우의 성취이자,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성'과 '작가주의' 양쪽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다.   '배종옥' 이란 타이틀
 
 



<내 남자의 여자>는 불륜을 저지른 여자, 그리고 그 피해자인 여성이 모두 남자에 속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걷는 엔딩을 맞이하면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배종옥이 지수로 출연한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그 복잡하고 고민 많은, 그러나 일상적인 여성의 캐릭터가 대중적인 드라마에도 통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 배종옥에게는 '청춘스타였던'이나 '연기파 배우'같은 타이틀이 필요 없다. mbc <도시인>과 kbs <왕룽일가>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똑 부러지게 말을 하던 20대 여성은 어느덧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에서 잘난 척하지만 실수투성이의 여성을 연기하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된 노희경 작가와 함께 도네이션 드라마를 이끄는 배우가 됐다. 그런 변화처럼, 배종옥은 언제나 '배종옥' 인채로 계속 고민하고, 변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 매거진t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연예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