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 여성도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이선희(31)씨는 “누구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저 역시도 장애라는 아픔을 가지고 있다”면서 “장애인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장애여성이 아닌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누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음악 감상과 등산을 좋아하던 이씨는 1995년 4월1일 친구들과 함께 제주도 용두암에 놀러갔다 계단에서 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경추(목뼈)를 다쳤다. 한참만에 깨어난 그는 자신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며칠동안 먹지도 않고 울기만 했어요. ‘절망’이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씨는 현재 팔도 가누기 힘든 1급 지체장애인으로 일상 생활의 대부분을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그가 장애를 입었을 때 그의 곁에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비장애인이었던 남자친구는 이씨를 밤새 돌보며 이씨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장애에 적응하지 못했던 사람은 남자친구가 아닌 이씨 자신이었다.
장애인이 된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고 자기에게 잘해주던 사람의 마음을 동정심이라 여겨 많이 싸웠다는 그는 결국 자신의 장애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남자친구를 떠나보냈다.
이같은 피해의식 속에서 장애 여성의 삶을 살아가던 이씨는 1999년 자신의 장애를 떳떳하게 드러내는 길이 상처와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다. 이씨는 어머니에게 누드사진을 찍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를 잠자코 듣고 있던 어머니는 잔잔한 미소로 이씨의 결심을 받아주었다.
이씨는 먼저 뒷모습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장애에서 좀더 자유로워진 자신을 느꼈다. 더 나아가 장애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은 그의 욕구는 커져갔고,마침내 이씨는 지난 9월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었다.
이씨는 “장애여성이 아닌 보통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누드 사진을 찍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장애여성들은 일반 여성과 똑같이 화를 내고 즐거워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자신의 누드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장애인의 자립을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이씨는 “저의 누드를 보고 장애가 있는 여성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느끼고 모두 편견을 버리고 어울려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