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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로지 선정 2019년 인상적인 가사

ㅇㅇ |2020.07.09 14:26
조회 36,595 |추천 137

 

태연 – 사계

“다른 걸 좀 보고파”


조은재

: 연애의 끝자락에 놓인 ‘권태’를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가사. 이제는 ‘정말 사랑했을까’ 싶어진 그 사랑을 위해 사계를 바쳐가며 감내해왔던 모든 것을 모두 내려놓는 듯한 태연의 가라앉은 읊조림은 이 노래의 행간에 숨겨진 모든 ‘이유’를 함축한다. 노래 가사보다는 뮤지컬 대사처럼 연출했기 때문에, 이후에 몰아치는 후렴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 장치로도 작용한다.



 

NCT 드림 – Boom

“순수한 표정으로 춤을 추던 아인 이제 웃으면서 이 트랙에 불을 질러”


조은재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NCT 드림이 보여주었던 매력을 집약해 그들의 성장을 선언하는 문장. 분명 처음엔 ‘순수한 표정’에 매료되어 있었지만 어느새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불’을 지를 수 있는 에너지를 갖게 되었음을 확인했을 때, 이 성장을 체감한 이상 그 동안 누적되어온 시간과 그로부터 나오는 매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마마무 – Hip

“코 묻은 티 삐져나온 팬티 떡진 머리 내가 하면 HIP”


조은재

: 누군가에겐 급진적이고, 누군가에겐 새삼스럽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 힘든 ‘해방’의 메시지를 자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방탄소년단 & Charli XCX – Dream Glow

“키우기 쉽단 착한 소년들이 감추곤 했던 까진 무르팍

 내 별자리는 태양의 파편 찬란한 암전 그림자의 춤”


랜디

: 작사가인 정바비가 가창자 지민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밝힌 라인. 1분여의 영어 파트 뒤에 따라나오는 첫 한국어 가사라 한국어 사용자에게 그 내용이 더 또렷하게 들린다. 캐릭터의 인격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한 줄, 그리고 옥시모론(oxymoron)으로 아름다운 대비감을 준 비유와 상징 한 줄이 시적으로 이어진다. 곡의 비트에도 찰떡같이 붙는다.



 

설리 – 고블린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난 여기 있는데”


스큅

: “해리성 자아를 가졌던 한 사람에 관한 내용”, 혹은 “‘나’라는 존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져야 하는지에 대한 설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가사 행간의 ‘진의’를 감히 넘겨짚어보려는 마음은 없다. 용의는 물론, 그러한 권한도 내게는 없기에. 다만 “난 여기 있는데”라는 그 한 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는 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왜곡된 거울 미로 가운데 덩그러니 서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거울 뒤편에 숨은 이름 모를 이들에게 “그냥 인사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던 그의 모습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널 기다려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만 같아”


스큅

: 삐딱하게 읽으면 그저 그런 불행서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나, 실은 이는 TXT 세계관의 핵심을 포착하는 구절이다.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소위 ‘포스타입류’ 제목과 판타지 색채가 짙은 뮤직비디오로 대표되는 TXT의 메르헨적 스토리텔링은 동화 그 자체보다는 현실 세계에 떨어진 동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가깝다. (서울의 로컬함을 강조했던 멤버 공개 티저와 현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이를 증빙한다.) 그렇기에 이 서사의 핵심적인 정서는 음울함이 된다. 사소한 일상에서 환상을 찾아내고, 몽상에 젖어 현실을 거닐기도 하지만, 판타지는 결국 현실과 불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널 기다려’의 첫 대목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만 같아”는 이러한 세계관의 전제를 정확히 꼬집으며 서사의 필연적인 간절함을 나타낸다. 이는 “함께여야 갈 수 있는" 현실과 환상 사이 문턱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근거로 기능하기도 한다. 


현실을 판타지에 녹여낸 방탄소년단과는 반대로 판타지를 현실에 접속시키고 있지만 이모(emo)함을 자극한다는 점에서만큼은 궤를 같이 하는, 포스트-BTS라기보다 얼터너티브-BTS에 가까운 이들의 입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가사이기도 하다.



 

아이유 – unlucky

“기를 쓰고 사랑해야 하는 건 아냐 / 하루 정도는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


랜디

: 경쾌하게 시작하는 피아노를 배반하듯 앨범의 첫 트랙을 여는 첫 가사는 체념을 말한다. 그렇지만 그 체념에서 이제껏 얼마나 사랑하려 기를 썼는지, 행복하려 매일 애썼는지가 들린다. 아이유가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가로 썼다는 가사는 수고하는 삶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할 보편적 이야기를 담는다. 약간의 체념은 전적인 포기가 아니라는 것, 잔뜩 들어간 긴장을 내려놓고 일상을 믿어보자는 것. 지독하게 지친 영혼에 끼얹는 따뜻한 목욕물 같다. 이런 마음을 이해하는 아티스트가 있어 덕분에 힘을 얻는다. 노래 덕에 잠에 들고, 내일 아침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자)아이들 – Lion

“이제 환호의 음을 높여 모두 고개를 올려 어린 사자의 왕관을 씌우니”


랜디: 음악적 요소로 가사의 표현을 극대화 하는 워드페인팅의 좋은 예. 1절 내내 반복된 인터벌이 2절 두 번째 버스에 와서는 한옥타브 위에서 반복 된다. 민니가 호령하듯 외치며 스스로 머리에 왕관을 씌우는 장면은 가히 2019 케이팝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 할만하다.



 

레드벨벳 – Psycho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


스큅: 꿋꿋이 ‘레드’와 ‘벨벳’의 양갈래길을 나란히 개척해온 그룹의 맥락 위에서 이 구절은 또다르게 읽힌다. ‘행복’과 ‘Be Natural’, ‘Ice Cream Cake’와 ‘Automatic’, ‘Dumb Dumb’과 ‘7월 7일’ 등 데뷔 초에는 이중 컨셉으로서의 당위성이 개연성을 앞지른다는 평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The Perfect Red Velvet”은 벨벳 콘셉트의 가능성을 역설했고, “The ReVe Festival Finale”는 ‘Psycho’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며 두 콘셉트의 완전한 융화를 설득해내기에 이르렀다. 그러한 면에서 “우리답게 가보자”는 구절은 지난했던 역사에 대한 자축이자 미래에 대한 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해가 안 간”다는 시선에도 “맞아 Psycho”라 응수할지언정 결코 고집을 꺾지 않는 태도야말로 이제껏 레드벨벳을 레드벨벳답게 만들어준 것이었다.

추천수137
반대수9
베플ㅇㅇ|2020.07.09 15:36
라이온에서 민니 저 노래 부르고나서 사자포효소리랑 동시에 손으로 왕관모양만들고 머리위에 올리는거 진짜 개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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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플ㅇㅇ|2020.07.09 15:42
민니가 호령한다는거 ㅈㄴ적절한 표현인듯ㄷㄷ
베플ㅇㅇ|2020.07.09 14:27
아이들 저부분 민니목소리아니면 아무도 저느낌 안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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