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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에 관한 기록

이 글은 제가 자신있게 다른곳에서 털어놓지 못하는 우울에관한 이야기들을

익명의 힘을 빌어 숨가쁘게 여기에나마 털어놓기위해 쓰는 글입니다

 

추후에 마음이 진정이 되고 제 감정이 다스려지면 부끄러워하며 삭제할수도있겠죠

그 전까지 꾸역꾸역 토해내는 글이기때문에 읽으면 불쾌할수도있고 같은 우울증을 겪고있는 분들이 보면 우울해질수도있겠네요. 그런 분들은 읽지 않는것을 추천해요

 

 

 

*

 

 

1.

우울은 이따금씩 찾아왔다.

 

예나 지금이나 미성숙하여 주체할수없는 감정기복의 골짜기를 허우적거리는것은 변함없었으나 불행중 다행인것은 지켜야 하는 일상이 있었고, 어겨선 안되는 생활패턴과 몰아치는 업무가 있었기에 얄팍한 의무감으로나마 형성된 사회성이 있어 지속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했다는 점이였다.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를 곰씹어 따져보자면 다행이라고 이야기 해야만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수많은 업무연락은 뒤로 하고 이불속에 쳐박혀 통한의 눈물로 해뜬 날을 지새고 있었을테니까.

 

 

 

2.

여름철 장마빗소리를 찢어발기는 알람을 끄고 일어나 켜켜히 덮힌 이불을 치워내고 세수를 하면 무력감으로 가득한 내 하루가 시작된다.

 

빼곡히 사람이 들어찬 지하철을 카고 출근해 닭장같은 파티션 사이에 내 몸을 끼우고 내 몫의 업무를 하다보면 점심시간이다.

 

 

3.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입맛이 없고 우울증으로 살이 빠지는김에 다이어트를 한다며 약까지 먹어가며 기왕 빠지는김에 살을 쭉 빼기로했다

 

꽤 합리적인 선택이라 최근 2주 새 5kg이 빠졌다.

지독한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머리카락도 꽤 많이 빠진것같지만 그정도 손실은 괜찮았다.

 

바나나나 고구마따위로 점심을 대강 해결하고나면 오후업무다

 

 

4.

사실 하루의 일과는 무수히 많고, 그 사이 일어나는 일도 꽤 많지만 최근들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가 수건을 어떻게 걸었는지 빨래를 했는지 어떤물건을 샀고 뭘 먹었는지 인터넷에서 무엇을 주문했는지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않는다.

 

하지만 딱히 잘못처리한건 없었으니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말았다. 실수가 없었으니 괜찮았다. 그냥 흘러가는 일중 하나들이니 그만생각하고싶었다.

 

 

5.

업무가 끝나면 퇴근을 한다. 회사 사람들과의 교우관계는 그런대로 괜찮다. 모두가 나를 괜찮은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나 또한 모두를 괜찮은사람들이라고 여긴다.

딱 그정도가 좋다.

 

 

6.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금 깊은 무기력에 빠진다. 이제부터 뭘 해야하는질 찾는다. 우선 화장을 지우고싶은데, 옷을 벗고 침대에 눕자마자 살인적인 졸음이 내 명치를 내리누르고 눈을 붙이길 종용한다. 하지만 나는 이 고압적인 졸음이 무기력증이 고하는 증세라는것을 잘 안다.

 

아무것도 하고싶지않은나의 마음이라는것을 알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화장을 지우고 몸을 씻고나면 그나마 졸렸던 몸이 가벼워진다. 밀렸던 카카오톡 답장을 하고 주말약속을 잡는다. 혼자 있으면 돌연 밀려오는 잡다한 생각들과 극단적인 우울함의 처방전과도 같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고 움직인다.

 

 

6.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을땐 나 또한 우울증환자들이 우울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하게 나자빠져있는것이 유약한 멘탈의 패배자의것인줄알았지.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보면 무척이나 어리석고 자만스러운 태도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결코 의지가 약하고 한심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닌줄 알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렇게 혐오했던 약자의 모습을  판에 똑같이 박아놓은 모양새는 되고싶지 않아 발버둥친다.

 

 

7.

최근 동네에서 상담을 제일 잘한다는 병원을 예약했으나, 예약자가 밀려 아마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한단다

 

 

8.

때때로 숨쉬기가 힘들고 머리가 핑돌아 어지러울때가 있었다. 종종 그럴때가 오면 가만히 발걸음을 멈추고 다음을 기다린다. 그러면 점점 가슴이 뜨거워지다가 열기가 가만히 머리까지 올라온다. 지끈거리는 안압이 느껴지고 이내 뇌에 진득한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면 일련의 고통들이 끝나간다는 신호다.

 

숨을 고르고 눈을 꿈벅대다보면 금세 괜찮아진다. 심리적으로 꽤 길게 느껴지지만 그 순간은 생각보다 짧다. 종종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만 치명적인 일은 아니였고,이몸에 아주 이상이 있는것도 아니였다.단순한 불안에서 오는 심리적인 현상임을 내 스스로 알고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않는다

 

 

9.

죽고싶지않아서 죽고싶다는 말을 시작했다가 주변사람들이 힘들어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서 금방 그만두었다. 말의 무게가 새삼 느껴지면서 주변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더욱 두려워졌다. 금세 주워담을수없는말들을 후회하며 울었고 조금 불안해졌다.

 

 

10.

매 하루하루가 우울한것은 아니였다 하루중 가끔은 즐거웠고 그때마다 우울은 장기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몸을 웅크려 숨어있다가, 예상치 못한곳에서 다시 피막을 찢고 나와 나를 숨막히게 하곤했다. 나는 그게 더 무서웠고 더 피곤했으며 감정소모를 더 심하게 하도록 만든다고 생각했다.

 

일상생활을 사수하기위해 모든 사력을 나의 감정을 다스리는데에 써야하는것만같았다.  누군가 나의 감정을 알아 차려주었으면 하면서도 으레 누군가가 알아채고 나를 기피하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이야 말로 나의 삶을 놓고싶어질때가 될거라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11.

평소에는 단순한 철봉으로만 인식되던것이 최근들어 밧줄을 묶기 좋은 지지대로 보인다는 생각을 한다. 간소한 장례비용을 알아보고, 꽤 괜찮은 결말의 시나리오들을 곰씹어 생각하다가 그냥 글을 적어보기로했다. 두서없이 모든것들을 기록하고 그냥 계속 읽다가 어느순간 쪽팔려서라도 그만 두겠지 하는 확신없는 결론을 내렸다.

 

 

12.

지나간 기억들중에서 이런 아픈 추억이 있기는 했다. 돌아보아도 도려내고싶은 성장의 환부였으며 그땐 그랬지 하며 웃으며 흘려보낼수있는 추억거리는 아니였으므로 이또한 그러한 시간들로 회자되지는 않을것이다. 나는 이 시간들을 이겨내고 성장할 순 있겠지만 튼살처럼 남은 흉이 가려울것이다.

 

 

13.

사람은 더불어살아가는 존재라 하지만 남의 고통을 부담지는것은 무척이나 괴로운일이다. 그것이 우울증 환자의 밑도끝도 없이 상실된 자아에 의한 통탄이라면 두말할것도 없는 기피대상이다. 나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기에 나의 상태를 주변에게 드러내는것을 무척이나 꺼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인들에게 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조차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다음날 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방안에서 발견되어도 아무도 찾지 못할것같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였다. (물론 나는 찌질한 겁쟁이에 가까웠기 때문에 실제로 그럼 극단적인 선택을 실천하지 못하고 고루한 상상만 하며 상상속에서 비극적인 결말의 다음 일들을 그려내기만했지만)

 

나의 속풀이에 진심어린 조언과 걱정을 해주며 본인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주는 지인도 있었고, 개개인의 성향만큼 반응도 제각각이라. 술약속을 잡으며 나의 우울을 환기시켜주고자 하는 지인도,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지인도 있었다. 물론 앞서말했듯 남의 고통을 부담지는것은 무척이나 힘든일이기에, 모든 지인들의 반응이 좋았던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의도치않게 나의 상처를 후벼파는 이야기를 하는듯한 지인들도 더러 있었으나 어쨌든 내 이야기를 들어준 모든 사람이 고맙고 고마웠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 어떤 반응도 난자당한 내 속을 시원하게 달래지는 못했다. 어디까지나 내가 스스로 풀어야할 문제였기 때문에 남에게 의존하는것은 잘못된 답이였다.

 

 

14.

그저 나의 어린 투정을 들어준 모두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 스스로 말해놓고 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우습고 구구절절한 말이겠지만, 그들에게 피로감을 준데에 대한 죄책감 역시 크다. 늘 그들을 생각하면 입안이 쓰고 마음이 무겁다.

 

내사람들. 내편이라고 생각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또 무서워지는 내가 싫다. 한바탕 털어놓고나면. 나는 또 다시 우울감이라는 마수의 입안으로 대가리를 밀어넣고 좌절감에 눈물을 한바가지 쏟아낸다. 내 감정에 못이겨 내 약점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혐오감에 쌓인다. 이 일로 인해 그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자괴감으로 인해 불안감이 들어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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