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입니다
요즘 의사 집단 휴진, 단체 행동에 대하여 기사가 뜨지만 정확히 의사가 이런 행동을 왜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은 빠져있어 단순히 밥그릇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있을 것 같아 의사가 왜 이런 단체 행동을 하는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1. 의대 정원 확대 반대
2. 첩약 급여화 반대
3. 의료 일원화 반대 (한의사, 의사 면허 통합 반대)
1.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나라에서는 지방, 기피과(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등)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한 해 400명씩 10년간 의사를 총 4000명을 늘리고 10년간 지방에서 진료하도록 묶어놓겠다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일단, 나라에서는 400명을 늘리겠다는 숫자의 근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나라에 몇명의 의사 수가 적정 의사 수인지, 지방에 어느 지역에 어느정도의 의사가 부족한지, 어떤과에 현재 전문의가 몇명이고 몇명이 더 필요한지 전혀 분석하지 않은 채 근거 없이 단순히 의사 정원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평균 의사수보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현재 적다고 하나 OECD 국가 중 현재 의사 숫자 상승룰은 최상위권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기만 해도 10년 후 의사 숫자도 OECD 국가 평균을 넘을 예정이며 의료 접근성은 선진국 중 1위입니다. 각 나라별로 의료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의사 숫자가 의미가 있는것이 아닙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유럽에서는 환자가 의사 진료를 원할 시 평균 2-3주 기다려야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가 원하면 평균 25분 내에 전문의 진료가 가능합니다. 다른나라 어디를 둘러봐도 의료접근성이 이만큼 좋은 나라는 없습니다. 미국 국민 49%는 진료를 보고 싶어도 이틀이내에 의사를 만날 수 없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 아프다면 당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국민은 99.2%에 달합니다. 의사의 숫자가 부족한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의사 숫자가 부족한게 아니고 지방과 기피과를 왜 의사가 선택하지 않는지를 먼저 분석해서 그것을 개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면 그때 이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분석과 통계를 가지고 재논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가까운 예로 지방의 간호사 수가 부족하다며 정부에서는 지난 몇년 간 간호대 수를 늘리면서 간호사 수를 많이 증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에는 간호사가 부족하고 병원에서는 고용할 간호사 찾기가 어렵습니다. 처우 개선 없이 단순히 숫자만 증원한다고 부족한 곳의 의료 인력이 증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지방, 기피과에 의사가 없을까요? 현재 우리 나라 의료 시스템은 의사가 검사나 시술, 수술을 했을 때 가격을 나라에서 정해놓고 보험 여부에 따라 환자가 돈을 일부 내고 가격의 나머지 부분은 나라에서 심사를 해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의사에게 지급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수가가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간단히 몇개 비교해보자면 위내시경 수가는 한국은 4만 2360원임에 비해 일본 12만 6877원, 영국 60만 7392원, 미국 329만 9038원입니다. 맹장수술 수가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1/7, 제왕절개 수가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1/10 수준입니다. 중증 의료는 더욱 더 심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의사는 미국의 의사가 환자 1명보는 시간에 5명이상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외래에서 3분진료를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급여 항목이 많은 성형외과, 피부과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고 외과나 산부인과를 전공하여 힘든 전공의 생활을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도 병원에 수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할 병원자체가 없어 기피과에 지원하는 전공의가 더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낮은 의료수가에 대한 개선 없이 의사 숫자만 늘린다고 인구 적은 지방이나 환자를 보거나 수술을 할 수록 적자이고, 위험도가 높은 기피과를 의사가 선택하겠습니까?
몇년 전 서남대의대가 교육부실로 폐지된 것을 기억하십니까? 지금 있는 의대도 지원이 부족하여 실습 및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폐지되는 와중에 공공의대들을 신설한다면 대체 그 교육의 질은 어떻게 높은 질을 유지할 것입니까? 결국 대량으로 의사를 생산해내지만 의료 질 저하는 뻔한 결과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대 입학하는 의대생은 모두 장학금을 준다고 합니다. 의사 1인 양성 비용은 2-3억이고 그렇게 따지면 공공의대에 들어가는 세금만 1조원이 넘게 됩니다. 건강보험료는 더 빨리 고갈되고 말겠지요.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은 10년간 나라에서 지정해주는 지역에 근무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인턴, 레지던트 기간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요. 그러면 전문의 따고나서 실질적으로는 5년입니다. 5년 후에는 더 이상 그 의사들을 그 지역에 묶어놓을 수 없게 되지요. 의무화된 10년이 지난 후에도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지방에 있을까요? 결국에는 다 수도권으로 몰려오게 될 것입니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은 기피과를 전공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의사는 6년간 의대 교육, 실습을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하게 됩니다. 나라에서 과를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지요. 또한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어차피 기피과에 가게 된다면 일반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굳이 기피과를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요? 현재도 기피과를 선택해서 전공하는 의사수가 적은데 결국 더 적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피과를 전공했다고 전공을 무조건 살려서 환자를 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공공의대 출신 의사가 나라에서 흉부외과에 가라고 해서 흉부외과를 선택하여 인턴, 레지던트 기간 포함하는 10년이 지나고 더 이상 의무가 없어졌을 때 그 의사가 결국에는 본인 전공을 살려서 그 지역에서 흉부외과 의사로 활동하기보다 수도권에 와서 피부미용으로 개업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입니다.
결국,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지방, 기피과의 의사 수 부족은 의사 숫자를 무작정 늘릴 게 아니라 수가의 정상화, 처우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수가가 개선된다면 지방,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등의 병원이 생길 것이고 적절한 수익이 있고 일자리가 있다면 그 과를 선택하는 의사 숫자는 지금보다 저절로 늘어날 것입니다. 강제로 의사 수만 늘려서는 어차피 지방, 기피과의 의사 수는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의료 질 저하 또한 뻔한 결과가 될 것입니다.
2. 첩약 급여화 반대
오늘 건강보험료 8% 상한을 없애겠다는 기사를 보셨나요? 현재 문케어 등의 건강보험 급여의 증가로 건강보험은 적자에 들어섰고 이미 2020년 1분기 적자는 1조원에 육박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수십년 안에 건강보험은 바닥이 납니다. 이렇게 건강 보험 재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환자 수가 많고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약, 시술, 수술, 검사들을 급여화하지만 환자 수가 적거나 가격이 너무 비싼 경우 효과가 입증된 약이라도 급여로 책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면역항암제는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면역항암제를 쓰는 경우 환자 1인이 필요한 약의 연간 비용은 4000만원에서 1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여 환자 수가 적고 비용이 너무 비싸 비급여라서 저 비용은 온전히 환자가 다 부담해야하고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또한 전염병의 유행으로 중요성이 대두된 감염관리료는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있어 병원에서는 값싼 방호복과 마스크를 사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 한방의료 이용 및 한약 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질병이 있을 때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겠다고 답변한 환자는 6%에 불과합니다. 이 적은 수의 한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에게 지금도 부족한 건강보험료를 사용해야하는 걸까요? 저는 제가 배우고 수련한 현대 의학을 신뢰하기때문에 제 가족이나 제가 아플 때 한방 병원을 이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내는 건강보험료를 왜 한의학에 사용해야 하는 걸까요?
이 와중에 나라에서는 한약을 급여화하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명확하지도 않고 안정성이 보장되지도 않으며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은 한약에 3년간 1500억원 건강보험료를 투입하여 시험사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효과가 입증되고 중요성이 대두되는 곳에 사용해도 모자란 건강보험을 안정성과 효능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대부분의 국민이 실제로 질병에 있을 때 사용하지 않을 첩약에 나라에서는 150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3. 의료 일원화 (한의사, 의사 면허 통합 반대)
한의사 협회와 정부에서 한의사에게 일정 교육을 받으면 의사 면허를 주는 법을 추진중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성분 모를 한약을 오래 복용하다가 간, 신장이 망가져서 온 사람, 뇌졸중 증상이 있어 한의원에 갔음에도 침치료하다가 시기를 놓쳐 늦게 병원에 와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한 사람 등을 많이 봤습니다.
한의사가 의사 면허를 가지고 싶다면 의대에 입학해서 정식으로 의대교육을 받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서 의사 면허를 받아햐하지 않을까요? 한의사에게 일정 교육을 이수만 하면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검사, 수술, 술기가 가능한 의사 면허를 주는게 맞는 말입니까? 그렇다면 의대 교육에는 약리학에 대해서도 배우는데 의사도 약리학 수업을 들었으니 약사면허를 받아야 하는 걸까요?
의사 면허는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의사도 6년의 의대 교육을 받고 의사 국가고시를 통과한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증을 딸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전문의 면허를 따서 환자에게 신중하고, 환자에게 해악을 가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의료를 행해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발급한다면, 현대의학을 글로만 배운, 실습 한 번 해보지 않고 정식 의대교육을 받지 않은 의료인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책임한 의료행위를 해서 얼마나 환자에게 해를 가할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며 국민의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이런 의사 면허를 한의사에게 발급해서 의료 일원화를 이루겠다는 말도 안되는 법안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가족, 본인, 본인의 자식이 질병에 걸렸을 때 의료 일원화로 의사면허를 받은 한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으십니까?
나라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 정책을 의료 전문가인 의사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추진하며 한두명이 아닌 거의 대부분의 의사가 집단 휴진까지 하며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 정책을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고 정치적인 목적이나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슈바이처 같이 환자를 위해 내 일생을 바쳐서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의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대부분의 저의 동료들과 같이 환자를 치료하고 싶고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에 들어와서 밤새가며 6년간 공부해서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서 의사 면허를 받았습니다. 그 후에는 좀 더 전문화된 의료를 배우고 싶어 제가 일평생 전공할 과를 골라서 지원하여 대학병원에서 수련중인 전공의입니다. 코로나 19 사태때는 선별진료소에서 근무도 했으며 실제로 제가 밤 당직때 본 환자가 확진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되기도 했었습니다. 전공의 생활은 밥시간이 보장되어있지도 않고 퇴근시간이 보장되어있지도 않고 1년차때에는 하루에 3시간 자며 일주일 내내 일하기도 했고 당직때에는 36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공의 생활을 하는 이유는 그냥 돈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제가 선택한 과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수련생활 중이며 제가 전문의를 딴 후에 넓은 지식과 경험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해가 되지 않는 의료 행위를 좀 더 책임감 있게 행하기 위해서입니다.
제 주변의 이런 힘든 과정을 같이 겪고 있는 동료 전공의들과 이런 힘든 과정을 모두 거친 여러 교수님, 개인병원의 전문의 선생님들이 집단 휴진 및 단체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판하시기 보다는 저희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유를 한번만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위와 관련된 청원 내용입니다. 한번씩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registered/A73C3C6447A03A9CE054A0369F40E84E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지역의사제 법안 반대 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