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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사랑하는 d에게, s가.

ㅇㅇ |2020.08.22 22:51
조회 344 |추천 1
그냥 네 이름을 부르고 싶지만 그러긴 좀 뭣하니 d라고 할게

d, 잘 지내고 있어? 네가 이 글을 본다면 좋겠지만, 뭐 그럴 일 없기도 하고 한편으론 절대 보지 않았음 하는 맘도 많이 드네. 못난 내 모습을 너만은 보지 않았음 해서.

d 네가 보기엔 난 잘 지내는 것 같으려나? 작년보다 친구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새 학년 같은 반 친구들과도 다같이 잘 지내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근데 아쉽게도, 난 전혀 잘 지내고 있지 않아.

너와 만날 때보다 극심해진 우울증은 약도 먹고 병원도 다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항상 무슨 일이 있어도 눕기만 하면 잠드는 나였는데 요즘은 잠도 잘 안 오는 거 있지. 결국 저번에 항불안제랑 수면제까지 받았어.

근데 굳이 알아보지 않아도 넌 잘 지내는 것 같아. 나랑 헤어지고 얼마 안 돼서 바로 다른 사람도 만나고, 얼마 안 가서 헤어졌다 해도 그 여자애 너가 꽤나 좋아한 것 같단 얘길 건너건너 들었었거든.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도 계속 잘 지내는 것 같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지금은 꿈이 바뀐 것 같지만 네가 나한테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며 설명해줬을 때 반대해서 미안해. 나라도 네 편을 들어주길 바랬을텐데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나봐. 반 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내가 본 그 때의 나는 왜 그리도 미성숙했는지, 진짜 하루에 몇 번이고 후회해.

너랑 헤어지고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아직도 네가 너무 좋다? 첫 연애였어서인지, 네가 처음으로 내가 우울증을 고백한 사람이어서인지, 당시 한없이 낮은 바닥에서 혼자 앓고있던 내게 d 네가 손을 내밀어주어서인지, 아직도 네 생각이 많이 나.

널 잊으려고 온갖 짓을 다 해봤어. 일부러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고, 한없이 바닥을 치는 내 기분에 병원도 다니고, 담배도 피우고. 지금 하고있는 걸 다 놓아버리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매일 놀러다니기도 해봤어. 

근데 무슨 짓을 해봐도 여전히 넌 나한테 남아있더라. 널 미워도 해보고, 괜시리 원망하기도 해봤어. 근데 널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잘못도 없는 널 원망하는 내 자신이 더더욱 못나보이기만 하더라고.

같은 동네, 같은 학교에 우리 반에 친구까지 있는 널 내가 마주치지 않을 수는 없었어. 그냥 내가 신경을 안 쓰면 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 내가 계속 너 신경 써서 미안해. 내가 이렇게 널 신경 쓰고 있는 것도, 아직까지도 널 향한 마음이 그대로인 것도 네가 알면 엄청 싫어할텐데 말야.

다른 사람들은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새로운 사람 만나면 다 잊혀진다고 하던데 왜 난 아닐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너와 비교하게 되고, 어딜 가도 'd랑 같이 왔음 좋았을텐데.', '아 여기 d랑 왔던 덴데, 그 때 d가 이랬었지. 그 때 진짜 귀여웠는데.' 이런 생각만 하게 됐어. 헤어지고 나서 흐른 시간이 너와 만났던 기간보다 더 긴데도 아직도 난 널 못 잊고, 잊긴 커녕 매일 네 생각에 잠겨있어.

네 덕에 나아졌던 우울증은 더욱 심해져 날 끝까지 내몰았어. 내 주변 사람들은 다 날 걱정하고, 이런 내가 나도 너무 싫은데 왜 계속 이러는지 모르겠네.

네 덕에 깨끗해졌던 내 팔목은 알 수 없는 여러 상처들과 수많은 흉터들로 빼곡해졌어. 너랑 더 이상 이러지 않기로 약속했었는데, 못 지켰네. 미안.

너랑 만날 때도 잦은 잔병 치레에, 입원할 뻔한 적도 있었던 나였지만 딱히 내 몸에 한계가 왔단 걸 느낀 적은 없었는데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인지 요즘은 아무리 잠을 많이 자도 피곤하고, 항상 몸이 무거워. 이곳저곳 아파오고, 속이 너무 답답해.

뭘 해도 네 생각이 사라지질 않아서 미칠 것 같아. 진짜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건데 그치. 아직까지도 널 사랑하고 있어서 정말 미안해. 

친구로 시작해 내 짝사랑으로 이어져 내 고백으로 시작된 우리 관계가, 끝나고 나서도 내 짝사랑으로 이어져 나 혼자 네가 들리지 않은 곳에서 하는 고백으로 사라지질 않고 있네.

정말 많이 보고 싶다 d야. 너 네 얘기 함부로 하고 다니는 거 싫어하는데, 내가 멋대로 이렇게 너에 대한 글을 써서 진짜 미안해. 그래도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내가 정말 밉고 싫어도, 내가 혹시나 죽거나 아프면, 또는 죽기 직전이면, 한 번이라도, 정말 잠깐이라도 나 보러 와줄 수 있을까? 아, 나 또 내 생각만 하고 있구나. 주제 넘은 얘기해서 미안.

네게 정말 하고 싶은 말도, 미안한 것도 많지만,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한다는 게 가장 미안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이렇게 네가 들리지 않는 곳에서라도 몰래 사과할게. 미안해, 미안해 d야.

널 그리워하는 s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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