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카카페 로판 처돌이인데 공부 ASMR 보다가 새벽에 삘와서 로판 서사 한편 뚝딱 썼는데 쓰고나니까 쓸데없이 뿌듯해서 자랑하고감ㅋㅋㅋㅋㅋㅋㅋ 오글거려도 봐줘 로판 개앰성이ㅇ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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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2등을 기억하지 않아」- 글 김판녀
쓰르라미 소리만 울리는 텅빈 황궁 도서관 별관의 밤,
그리고 그 정적을 깨는 쇳소리.
'챙-'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검날 끝은 한 소녀의 흰 목덜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이내 붉은 선혈이 맺히려던 찰나의 순간,
"에르테이샤 가문의 둘째 여식, 유리오나 드 에르테이샤가 제국의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칼날을 목에 드리운 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황궁 예법을 구사하는 소녀의 모습에,
무표정으로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살기를 드리우던
제국의 황태자, 카이노프 데 제노시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황태자인 건, 어떻게 알았나."
여긴 온통 어둠뿐인데.
"..제 목에 드리워진 이 검의 문양의 끝에 새겨진 제 1기사단장의 표식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사단을 이끄시는 분은 제노시움 한분 뿐."
...그리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소름끼치도록 붉게 빛나는, 황실의 핏줄임을 상징하는 적색의 눈동자.
소녀의 대답에 황태자가 목에 겨눴던 칼을 거두었다. 얼핏 보면 간단한 대답 같지만, 검의 끝 부분마다 저마다 다르게 새겨진 기사단의 표식을 알아본다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그리고 평범한 귀족 여식이라면 검에 새겨진 표식이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터.
"..여기서, 뭘 하고 있던 거지?"
"늦게까지 남아 공부를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황태자 카인이 손을 들어 표시하자 숨어있던 그의 기사가 기척을 드리우고 도서관 별궁의 모든 불을 밝혔다. 소녀의 책상에는 작은 램프와, 정말로 방금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던 듯 다쓴 잉크통과 휘갈겨쓴 양피지가 책상 위에 널려있었다.
"..누가 이 시간까지 이 곳에 있는 걸 허락했지?"
"낮에, 도서관 사서이신 리오네르 백작 부인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유리오나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 시간까지 있는 것은 금기임을 알 터."
"....죄송합니다, 전하. 그러나 신년제가 곧 이틀 뒤로 다가온지라..
지금이 아니면, 그리고 이곳 별관이 아니면 시험을 준비할 자료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무모하고,
당돌하기까지 하군."
카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책상 위에 널려있는 제국의 500년 문화와 역사서, 황실에서 편찬한 각종 서적들, 그리고 황실의 기사단장에 대한 문서였다. 카인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황실 신년제를 주관할 퍼스트 레이디를 뽑는 시험을 말하는거였군."
"......"
레이디를 뽑는 시험은 공정하게 귀족가 자제들의 학문과 지식을 겨루는 경합으로 이뤄졌다.
그가 알기로, 신년제의 퍼스트레이디는 항상 에르테이샤였다. 제국에서 황족 다음으로 가장 높은 가문인 에르테이샤 공작가.
...그러나, 눈 앞에 있는 소녀는 아니었다.
미래의 제국을 빛낼 희대의 천재라 불리우는 헬리오나 드 에르테이샤, 공작가의 장녀.
..그리고, 황태자의 비로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눈앞에 있는 영애는 그녀의 동생인가.
"이렇게까지 열심히인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 그대의 모습을 보고 에르테이샤라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듯 한데."
여느 귀족가의 영애처럼 화려한 보석이나 드레스로 치장한 차림이 아닌, 단색의 셔츠와 여성용 바지를 입고 아무렇게나 틀어올려 묶은 듯한 은색 머리칼. 그리고 몇밤을 설친 듯 창백해진 볼, 황금빛 눈동자 밑에 드리워진 짙은 그늘까지. 이런 그녀를 보고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귀족 가문의 여식임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신년제 행사의 퍼스트 레이디가, 되어야 하니까요."
유리오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 레이디가 그대의 언니인 헬리오나로 간택될 거라는 것에 의심을 품을 자도 이 제국에 없을텐데.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도 그대가 신년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아."
카인이 비웃듯이 말했다.
"....역사는.
2등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직 1등만 기억할 뿐."
그녀가 짓이기듯이 한음절, 한음절씩 읊조렸다.
....헬리오나, 헬리오나, 헬리오나 드 에르테이샤! 희대의 천재, 공작 가문의 보배로 추양받는 하나뿐인 언니. 그리고 언제나 유리오나 앞에 따라오는 수식어. '유리오나'보다 '헬리오나의 동생'으로 불렸던 지난 나날들.
'투둑-'
그리고 붉은 선혈이 양피지 위를 적시기 시작했다. 그것은 유리오나의 코에서 흘러내린 피였다.
"....유, 유리!!!!!"
그 때, 황태자의 뒤에서 한 기사가 그녀에게 다가 그녀를 부축했다.
"미카엘, 그녀를 아나?"
"...제 소꿉친구입니다, 전하.
"괜찮아, 미카엘. 요즘 내가 너무 무리했나 봐."
"...유리,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미카엘이 걱정스런 눈빛을 녹색 눈동자에 드리웠다.
"아니, 미카엘.
난 이번에 퍼스트레이디가 되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래야 아버지께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
언제까지나 언니 뒤에 밀린 2등 따위로 살 수는 없으니까.
"그대가 그렇게 간절하다면."
"...?"
카인의 말에 유리오나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폐하께 말씀드려 이번 신년제의 레이디로 그대를 뽑아달라고 요청드릴 수 있다."
"...저, 전하! 그건... 제국 역사상 유례에 없던 일입니다!"
미카엘이 뒤에서 소리쳤다.
"말씀은 감사하오나, 전하,
거절하겠습니다."
"..왜지? 그대가 그토록 무모하게 행동하면서까지 꿈꾸던 게 아닌가."
"제 힘으로 이루지 못한 1등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결국 전.. 타인에게 등떠밀린 2등으로 남을 뿐."
...하. 지금 내 제안을 거절한건가. 에르테이샤의 둘째 여식이?
카인이 황실의 상징, 흑색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넘겼다.
유리오나는 도서관 책상에 널브러진 양피지과 펜촉을 정리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카인에게 인사한 뒤 조용히 별궁을 떠났다.
또각 또각, 유리오나의 구두소리가 텅빈 도서관 복도를 울렸다.
"...미카엘. 황태자비 간택식이 언제지?"
"제국력 4077년, 태양의 달의 첫째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하."
"....제국에서 황제 다음으로 고귀한 황후의 자리로 간택된다 해도 2등이라고 우길지, 궁금해지는군."
....어차피 에르테이샤의 자리였으니. 그게 첫째여식이든 둘째가 됐든, 상관없을 터.
"....전하, 혹시."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미카엘."
카인이 기사단장의 검을 챙겨들고 궁 밖을 나왔다. 미카엘은 그의 보좌관이자 기사로서 그를 따랐다. 그날따라 달빛은 유난히 밝게 빛났고, 카인의 흑색과 미카엘의 녹색 머리칼이 바람결에 흩날렸다.
그리고 미카엘이 혼자서 작게 중얼거렸다.
"다음에 또 언제보게 될지 모르겠네, 유리.
....태양의 곁에서 제국의 미래를 비출 작은 달."
동시에 카인은, 밝은 달빛이 어쩐지,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와 은색 머리카락을 닮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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