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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생생한 찐수시 합격 후기

ㅇㅇ |2020.09.14 23:23
조회 18,050 |추천 209
일단 난 현재 20학번이고 요즘 수시 얘기 많이 올라오길래 작년에수시 합격 발표난 후기 구체적으로 써본당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나지만 수능 2주 전 정도였고 나는 기숙학교 다녔어서 석식 전 자습을 교실에서 하고 있었음. 수능이 얼마 안 남았던만큼 책상 대형은 다 수능장처럼 바뀌어있었어. 우리반은 정시러나 수능 최저 있는 친구들 많았던만큼 엄청 조용했고.

내가 지원한 전형이 항상 예정된 발표일보다 이틀 정도 일찍 발표했었어서 (매년 그랬어) 그날도 계속 수만휘랑 그 학교 공식 페이지 노트북으로 들락날락하고 그랬음. 속으로는 계속 아 오늘 안 나오려나 이 생각도 들고 언제 나오나 초조하기도 하고 그랬어

근데 수만휘 게시판에 갑자기 최종 발표가 나왔다는거야 그래서 진짜 손 벌벌 떨면서 학교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진짜 팝업 떠있더라. 00학과 00전형 최종발표 이런 식으로. 난 수험번호 넣으면 바로 결과 나오는 줄 알고 그 공포영화 볼 때처럼 눈 손바닥으로 가리고 작은 틈 남겨두고 클릭할까말까 오조오억번 고민했음. 그러다가 딱 클릭했는데 알고보니 거기에서 또 다른 단계를 거쳐서 뭘 눌러야 결과가 뜨는거였어.

그래서 아 뭐야 심장 떨어지는 줄 이러고 이제 진짜 찐 발표를 앞두고 있었음. 솔직히 그쯤 가니까 그냥 아 떨어져도 그냥 떨어진거지 뭐 다음 전형 노리자 이러고 클릭 눌렀는데 갑자기 뭔 동영상이 뜨고 풍선이 화면에 떠있는거임. 동영상은 합격자들에게 축하한다는 그런 내용이었고 화면에 '000(내이름)님 00 합격을 축하드린다'이런 멘트가 빨간색으로 딱 올라가 있는거야.

난 솔직히 1차 발표도 그냥 무덤덤하게 봐서 별 반응 없을 줄 알았거든? 근데 갑자기 눈물이 막 핑 돌더라. 논술 전형 비슷한거였는데 남들보다 늦게 준비해서 한 2주밖에 시간 없었고 시험날이랑 생일이랑 겹쳐서 생일날 케이크도 못 먹고 아침부터 시험장 갔던 것도 생각나고 하필 그때 운동하다가 다리 부러져서 혼자 깁스하고 절뚝거리면서 시험장 들어갔던 것도 생각나고 나에 대해 기대도 없고 맨날 무시했던 담임쌤도 생각나고 막 3년 간 힘들었던 순간들이 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거야.

근데 갑자기 막 알고보니까 전산 오류면 어떡하지.. 이 생각도 들어서 감동 좀 제쳐두고 새로고침 30번 정도 해봄 근데 그대로더라. 그래서 아 진짜 합격했구나 알고서 혼자서 감정 추스릴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음. 말했다시피 수능 2주 전이었어서 교실에서 난리치긴 좀 그래서 화장실 갔어.

폰 챙기고 화장실 칸 안에 들어가서 엄마 전화번호 누름. 그때부터 막 눈물 나와서 콧물 닦고 엄마가 전화 받았어. 엄마가 공부방 선생님이신데 막 00아 급한 일이야 왜 전화했어? 이렇게 다급하게 받으시길래 엄마 수업중인거 알고 중간에 전화해서 미안한데 나 한양대 합격했다고 하면서 엉엉 울었음. 그랬더니 엄마도 막 수업 중이라서 참는데 눈물 나오는 게 전화 너머로 들리고 엄마가 너무 수고했다고 이제 뚝 하라고 그래서 빨리 전화 끊고 (수업중이니까) 혼자서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15분 정도 더 울었던 것 같음.

다 우니까 이제 진짜 합격한 사실 받아들이게 되고 그동안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인사 해야겠다 싶어서 교실 들어와서 영어학원 쌤, 수학학원 쌤, 아빠, 할머니한테 다 전화하거나 카톡으로 소식 전해드림. 아 근데 할머니는 한양대 잘 몰라서 그냥 좋은 대학교냐? 이러시고 네 이러니까 축하한다 이러시더라고ㅋㅋㅋㅋㅋㅋ 무덤덤하셨음. 학원 쌤들은 엄청 좋아하시면서 축하해주셨어.

아빠한테 넷플릭스 아이디 받아서 교실 뒤쪽에서 다른 친구들한테 방해 안되게 기묘한 이야기 좀 보다가 종 쳐서 다른 반 친구랑 석식 먹으러 갔음. 그 친구한테만 얘기하니까 자기는 너 될 줄 알았다고 축하한다고 막 해줘서 너무 기분 좋았어!! 반 애들한테는 자습 시간이라서 말 못했었는데 어쩌다가 얘기하게 되었거든? 근데 다들 자기 소식처럼 좋아해줘서 너무 눈물나고 고마웠음ㅜㅜㅜㅜㅜㅜ

원래대로라면 기숙사에서 잤어야 하는데 엄마랑 짜고 사감쌤한테 뻥치고 그냥 학원 핑계로 집 왔음. 외출증 보여드리고 나가는 길에 경비 아저씨한테만 살짝 말씀드렸더니 (아저씨랑 원래 개친함) 아저씨가 자긴 너 될 줄 알았다고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큰 사람 되라고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엄마 차 타고 집 옴. 집에서 치킨먹고 예능보는데 그런 소소한 것들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 자기 전에 판에 합격했다고 인증이랑 글도 올렸더니 막 40명씩 댓글달아서 축하해주고 하길래 그것도 너무 고마웠어

다음날 다시 학교왔는데 선생님들은 어떻게 아셨는지 다 복도 지나갈 때마다 축하한다고 해주시고 이미 학교에 소문 쫙 나있었음... 그래서 다른 친구들, 후배들한테도 축하인사받고 합격한 날 이후로부터는 책상 교실 맨 뒤로 끌고가서 이어폰 끼고 사관학교 합격한 친구랑 놀거나 넷플릭스보고 그랬음.

아참 그리고 원래 3년 동안 폴더 썼었는데 주말에 바로 가서 아이폰 11으로 바꿨다!! 진짜 합격하고 나니까 좋은 것들이 너무 많더라고. 정작 지금은 한양대 말고 더 좋은 곳 붙어서 다니고 있긴 한데.

합격하고 수능도 결국 보러 가긴 했어. 부모님이랑 선생님도 그냥 보라고 말씀하셨고 나도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렇지만 깔아주려고 간 것인 만큼 절대평가인 것만 1등급 받고 나머지는 최대한 풀어서 답 아닌 걸로 찍었어. 그랬더니 7,8,9등급 나오긴 하더라.

수시때문에 고민많는 고3 판녀들 많이 보이던데 열심히 노력했다면 너네도 다들 빠르면 10월에, 늦어도 1월달에는 이런 행복을 맞을 수 있을거야. 합격 후기 본 너네도 다 잘되라!!!!!!!!!!!!!!!!!!!!!!!!!!!!!!! (이 맥락에는 맞지 않지만 뭔가 판에서 통했던 마법의 주문 같으니까 수시대박 헷꿀꿀❤️)




+)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판녀들이 봐주고 축하한다고 댓글도 달아줬는데 너무 고마워! 이 글 보고 공부자극 받고 싶다는 친구들도 있어서 별일 없는 이상 글 절대 삭제 안할게! 아참 그리고 어떤 친구가 댓글에 싸준 것처럼 수시로 합격했어도 수능 성적으로 장학금을 주는 학교도 간혹 있으니까 혹시 나처럼 수능 때 답 아닌걸로 찍을 판녀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나같은 경우는 중앙대가 그런 장학금이 있긴 했는데 정시 공부는 9월달 정도까지만 해서 수능 본다고 장학금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어차피 연세대 다니게 되서 크게 상관 없었어. 좋은말들 많이 써줘서 고마워 다들 행복한 하루가 되길 :-)
추천수209
반대수1
베플ㅇㅇ|2020.09.16 12:10
이런게 별 쓸데없는 공부 글귀보다 더 공부의욕 생김 우리언니는 6시였나 발표 뜨는거였는데 그때 언니가 그냥 한번 넣어본 높은 학교였음 별 기대도 안하고 있었고 가족들은 다 밥먹을 준비하면서 수저 놓고 상차리고 있었음 그러다가 언니 친구한테 전화와서 ㅇㅇ대 발표 떳대 함 봐바 그러길래 언니가 그냥(그날 유독 기분이 안좋았음 다른 대학 떨어져서) 쉬발 인생 _같다ㅜ이랫나 그러면서 궁시렁대면서 수험번호놓고 확인함 난 그때 상차리느라 몰랐음 갑자기 엄마!!!! 아빠!! ㅇㅇㅇ(내이름) 부르더니 막 흐어엉 소리가 나는거야 우리가족 무슨 전쟁난거처럼 언니방으로 달려가서 보니까 합격 축하드린다고 떠있더라 우리 다같이 __안고 울었음 ㅋㅋㅋㅋㅋㅋ 기대도 안했던 대학이라 ㅋㅋㅋㅋㅋ그러고 우리 상차리던거 다 치우고 고기먹으러 감
베플ㅇㅇ|2020.09.14 23:27
뭔가 글 읽는데 내가 다 눈물남 갬덩이야..
베플ㅇㅇ|2020.09.15 21:41
기빋아갈게요 경희대 꼭 붙게 해주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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