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반말 괜찮은 사람만 봐줘.
요즘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이유가 가정의 문제라는 얘기가 종종 보이더라구.물론 가정에 문제가 있는 모든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건 아니지. 어차피 사바사인데..
문득 어릴 때 난 어땠나 하는 생각에 돌이켜보니나도 사실 썩 좋은 가정환경은 아니었거든?근데 내 어릴 때 얘기를 하면 다들 애 맞냐고 그러더라고;그래서 궁금해졌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런가? 나같은 사람 더 없나?
일단 내 어릴 때 가정 환경은,매일 얼굴 보기 힘든 부모님. 첫째라는 이유로 부모님은 내가 어른스럽길 요구했어.그래서 늘 동생을 챙기는 건 내 몫이었고. 동생 챙기는거 소홀해서 혼난 적도 많아.
그 와중에 집은 자가가 아니라서 거의 1~2년 주기로 이사를 다녀서 전학도 엄청 많이 했어.늘 나는 전학생이었고, 전학하자마자 누군가의 맘에 안들어서 왕따도 당해보고,전학하자마자 누군가의 눈에 들어서 노는 무리에 끼어있기도 해보고,늘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하는 그런 학생이었어.
그리고 아주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싸우기도 자주 싸웠는데싸우다가 한 쪽이 집을 나가시기도 하고, 이것저것 던져대서 온갖 물건들이 깨지고 박살나고..치고박고 싸워서 바닥에 피도 떨어져있어서 그걸 닦아야 하기도 했고.그 와중에 한 쪽이 집을 나갈 땐 꼭 내 동생을 데리고 나갔어.어릴 땐 한 방에서 같이 있었는데 나는 냅두고 동생만 챙겨 나가더라고 ㅋ동생이 끌려나가다가 나는 같이 안가냐고 물어서 그제야 다시 날 데리러 들어왔다가 또 싸우고..뭐 그런 분위기였어.
이건 한.. 10살 쯤 기억인데,부모님이 엄청 싸우면 동생은 무서워서 방 구석에서 훌쩍거리고 울더라.근데 난 울음이 안났어. 그냥.. 혼자 이런 생각을 했어.
"저렇게 싸우다가 만약 어느날 따로 살아야한다면.. 어차피 두분 다 난 안데리고 갈거같지만혹시라도 누가 나 데려가겠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고아원같은데 두고 가줬음 좋겠다."
그 당시엔 인터넷이고 뭐고 없으니까 고아원 가려면 어떻게 찾아야하나 그 걱정을 했어.나 혼자 못찾아가니까 거기까지만 부모님 중 누군가 데려다주고 갔으면 싶기도 했고.종종 마구잡이로 뭔가 던지며 싸우실 땐 혹여나 나한테도 날아올까봐 방문을 닫아두는 정도?그 외엔 무서운건 잘 모르고 그냥.. 내 앞날을 걱정하고 있었던 기억이 나.
그리고..다들 사춘기쯤 되면 어른 흉내도 많이 내고 그러잖아?근데 난 어른 되기 싫다는 생각을 엄청 어릴 때 하기 시작했어.내게 어른은 매일 일하느라 바쁘고 매일같이 싸우고 피곤하고 힘든거였거든.난 학교나 학원이나 가끔 땡땡이도 치고 일탈할 수 있는데 부모님은 그런게 없더라.잠 잘 시간도 모자라서 힘들어하시니.. 그냥 쭉 어른 안하고 싶었어.
그리고.. 이건 한 .. 12살? 11살인가. 암튼 그 쯤인데.어릴 때, 가게에서 너무 갖고싶은 장난감이 있는데 살 돈이 없는거야.엄마한테 용돈 더 달라곤 못하겠고 훔쳐갈까도 고민했는데, 훔치지 못한 이유가 있어.내가 못된 짓을 하면 부모님이 나 대신 잡혀간다고 알고 있었거든.부모님이 잡혀가는게 무서워서, 부모님이 걱정돼서 안 훔친건 아니고..부모님이 잡혀가면 돈도 없으니 먹을 것도 못 사고, 난 집에서 굶어 죽는 줄 알았거든.그래서 못 훔쳤어. 그거 훔쳤다가 굶어죽으면 안되잖아...
그리고..사춘기 때 애들이 가출을 많이 하더라.난 별거 아닌걸로 가출하는 애들이 이해가 안됐어.친구네 가서 자면 부모님이 아시니까 가출한 의미가 없고,그럼 내가 잘 곳이 없잖아. 씻을 곳도 없고. 그리고 모아둔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니 굶어 죽겠지...어차피 내가 집을 나가도 신경 안쓰실 것 같고. 그럼 나 혼자 떠돌며 굶다가 죽을 것 같고.그러면 결국 난 살기 위해 집에 들어올텐데, 그럴거면 내가 집을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가끔 진짜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내 생명에 위협이 될 만큼 공포스럽고 그런 경우면 이해했는데그냥 엄마가 잔소리하는거 듣기 싫어서 가출한다 그러는 애들은 진짜 이상하더라.용돈을 많이 받나? 싶기도 했고.
학생 때 전학가서 왕따 당했을 때도 사실 별로 기죽어다니지도 않았어.그냥 다들 나랑 안어울리려고 하길래 나도 그냥 혼자 다녔어. 어차피 또 내년이나 내후년이면 전학갈테고 그럼 만날 일 없는 애들이라 더 무관심했나 싶기도..그 와중에 왕따 주도했던 애는 꾸준히 내 주변에서 나름 괴롭히려고 노력하더라.기를 죽이고 싶은 건지 대놓고 여러번 갈구기도 하고 다른 애들이랑 내 앞에서 흉도 보고협박도 하고 비웃기도 하고. 근데 사실 아무 데미지 안받았어;그냥 "아 또 시작이네. 언제 가려나." 이 정도 생각? 그러고 그냥 무시하고 다녔어.방학 한 번 지나고 나니까 갑자기 그 주도자가 나한테 친해지자 그러더라.그것도 그냥 시큰둥했어. 그러든지 말든지. "어차피 너랑도 길어야 1년인데" 라는 생각에.
몇 가지 생각나는거 적어본건데..물론 저건 어릴 때 얘기고, 지금은 사회생활 하고 있어서.직장 생활도 잘 하고, 짝도 잘 만나고, 이미 부모님 밑에서 살고 있지 않기도 하고.동창 친구는 딱 한명, 나머진 거의 사회 나와서 친해진 사람들.지금 내 성격은.. 의심 많고 사람 잘 안믿는 것 말곤 딱히 특별할 게 없어.그냥 평범한 사람?
아, 그러고보니 어릴 때 애늙은이같다는 말은 많이 들은 것 같아.철이 빨리 들었던걸까? 아님 그냥 이상한 아이였던 걸까?어떻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