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어린 남매 키우며 살고 있는 워킹맘입니다.
남편은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 제가 더 아끼면 굳이 맞벌이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살림을 하다 보니 저는 그다지 경제적인 인간이 아니었고 불편했습니다.
이전에 개발자로 꽤 경력이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과 잦은 야근을 떠올리며 다시 그 일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았습니다. 육아하면서 방통대 영어영문학과를 3년 걸려 졸업을 하게 됐고 이를 근거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강사를 지원했습니다. 이게 작년 봄쯤이었죠, 저는 그렇게 워킹맘에 도전했습니다.
정말 어렵더군요, 시간당 받는 페이는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제 욕심에 수업 준비를 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투자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수업준비물을 구입했습니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았습니다.
시간을 들여 노래 연습을 하고 댄스 연습을 하고 멘트를 외우며 수업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꼈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고 이건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집안은 엉망이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피해가 크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었고 이번엔 이전에 수료했던 코딩 교강사 과정이 떠올라 코딩 수업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업체와 컨택이 되었고 올 3월에 수업을 받기 위해 준비 중에 이전에 개발자로 일할 때 알던 분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분 말씀이 '다시 일하려고 하나? 그러면 같이 하자' 하시는 겁니다. 가슴이 뛰더군요, 경력 단절이 5년이나 되었으니 어려울 거라며 자신 없어했더니 크게 변한 것 없다며 다시 할 수 있을 거라 응원해주던 그분이 지금 생각해보면 은인 같기도 합니다. 그날 밤 구인구직사이트에서 '개발 원격 근무' 키워드로 이리저리 검색해보니 지원이 가능해 보이는 곳들이 조회되었습니다. 그리고 3곳에 지원을 했고 3곳에서 모두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면접 본 회사에서 면접 시 받았던 따뜻한 느낌이 좋아 기술면접을 받고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업무 경력이 도움이 되어 일을 진행함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일 특성상 하루 3~4시간 작업하고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형태였습니다. 사실 큰 어려움은 아니었지만, 파악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시간을 많이 들였습니다. 제가 필요해서 작업하는 시간을 업무시간으로 올리기는 좀 애매해서 이게 어디냐 하며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이전에 영어방과후강사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 어려움을 떠올리면 이 기회가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느껴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저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도, 살림하는 사람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 생각했고 저는 일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고정 시간으로 일을 하고 월급여를 받겠다 제안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셨고 저는 제가 마치 능력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집 근처에 운 좋게 사무실을 구해서 일하는 공간과 집을 분리했습니다. 하지만 남편과 저 이외에 서브가 없는 상황에서 아직 어린아이들을 키우며 일만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습니다. 과욕이었습니다.
늘어난 업무들이 진행되지 않아 부하가 걸리고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의 불편함도 컸습니다. 아이가 아팠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너만 아껴살면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며 살면 될 텐데' 하며 읊조리던 엄마 목소리가 맴돌았습니다.
어렵습니다. 게으른 탓에 건강관리가 잘 되지 않아 체력은 날로 떨어져 갑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해봅니다.
이전에 삶에 가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내 삶의 가치는 물질적인 것보다 관계나 배움에 두어 더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자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은 있어야 하니 간과할 순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보상이 따르고 그 보상은 살림과 육아에서 받을 수 없는 일관성 있는 달콤함입니다. 그 달달한 보상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모순입니다. 관계나 배움은 어디 갔을까,,, 씁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로서 계속 배우고 제 능력을 다듬어 더 나은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그리고 제 이기적인 마음은 고개를 듭니다. '아이들의 삶도 있지만 내 삶도 있어.' 저희 부부는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태어나게 했으니 그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야 하는 행복한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 빛이 나고 감동을 줍니다. 케어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부족함이 생길까 두렵습니다. 세상에 많은 워킹맘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 걸까요? 제가 더 부지런해지고 노력해야 하겠지만 저는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견디고 노력해야 한다고, 방법은 그뿐이지 않냐고,,, 되뇝니다.
이 세상 워킹맘들 모두 응원합니다.
어려운 밤, 새내기 워킹맘 드림.
ps. 제가 재취업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 같이 키워주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분들에게 항상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