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코로나검사중 '18'이라고 욕들었어요..

멍니 |2020.12.16 20:20
조회 388 |추천 2
제가 예민하게 반응한건지..싶어서 답답한 마음에 첫글을 써봐요
저는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간호사예요
요즘 확진자가 1000명대로 늘어나면서 선별진료소로 코로나검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아져서 하루에 많을때 5~60명 검사하는 걸 이제는 2~300명을 검사하고 있어요

코로나 검사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코로 면봉을 깊게 찔러서 검체를 체취해야 되서 검사를 하면 불편감,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해봐서 그 느낌이 얼마나 불쾌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알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하러 오신분들이 통증이나 불쾌한 느낌이 없이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살살 검사하고 있어요.

다행이 대부분의 분들은 감사하게도 익숙치 않은 느낌에 눈물이 찔끔 흘리고 가시면서도 검사가 끝나면 '고생하시네요'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 해주세요
그러면 저희는 얼마나 감사하고 미안한지 몰라요..ㅜㅜㅜㅜ
코로나검사를 받는 분이 제일 힘들텐데 저희한테 감사하다고 해주시다니...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정말 감사한 마음에 계속 친절하게 검사자분들을 응대하고 최대한 빨리 코로나 검사를 해줘야겠다고 다짐하죠

모든 분들이 이렇다면 좋겠지만.. 간혹.. 정말 간혹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분들이 계세요..
검체를 체취하려면 코 깊숙히 면봉을 넣어야되는데 반도 안들어간 상태에서 '아오! 왜 이렇게 깊게 찔러!'라고 소리지르며 저희 손을 치시는 분
검사를 받고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기분이 상하셨는지 의자를 발로 차고 가시는 분, 저희 바로 발앞에 침을 뱉고 가시는 분..
처음에 그런 상황이 있을 때는 코로나검사가 얼마나 기분이 나쁘면 저럴까 싶어서 못본척, 못들은척 하기도 하고 좋게좋게 웃으면서 말해서 넘어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늘 겪은 일은 절 너무 힘들고 지치게하는 상황이고.. 보복을 할까 두렵기도 해서 또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나 싶기도해서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올려봐요

오후에 근처 회사에서 확진자가 발생해서 그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검사를 하러 왔어요
단체 검사자분들도 응대하면서 개인적으로 오신분들도 검사해야 되기때문에 매우 바뻤지만
요즘은 익숙해져서 차근차근 검사를 하고 있었어요

오늘도 저와 다른 선생님이 각자 한 분씩 검사를 하고 있었어요
저는 검사를 끝내고 다른분을 부르려고 했는데 갑자기 앞에서 "18!"하면서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앞을 보니 다른 선생님이 검사하고 있는 50대 남성 분이 선생님 손을 치면서 '아오 진짜! 씨..'라며 노려보는 거예요..

코로나 검사를 하면서 검사자분이 욕을 하는 경우가 적진 않아요
그럴땐 그 분들에게 항상 '욕하지 마세요, 왜 욕을 하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하죠
진짜 소수의 분들은 너무아파서 그랬다고 미안하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말 없이 짜증을 내면서 나가요
검사가 아파서 짜증이 난건 이해하지만 사람 앞에서 욕을 하는건 정말 상처가 된답니다 ㅜㅜ

이번에도 저는 그분 눈을 보면서 "욕하지 마세요."라고 단호히 말했어요
그런데 그분은 코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며 저를 가만히 노려보는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말한 게 기분이 나빴나봐요
자기는 검사가 아파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욕이 나온거다. 간호사한테 한게 아니라 얼떨결에 외치듯이 자기한테 소리친거다, 왜 그렇게 반응하냐라고 말하는데..
누가봐도 그런 상황이 아니였거든요..
사람이 앞에 있는데(검사를 한다고 정말 몇센치 앞에 있었어요) '18'이라고 소리치면 당연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욕한거라고 생각하지 어느 누가 자기 자신에게 한말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러면서 자기는 자기한테 욕한건데 왜 그렇게 반응하면서 자기를 몰아세우냐고 하더라구요

정말 말도 안되는 핑계라고 생각했지만 그분이 계속 그렇게 주장하면서 뒤에 대기하고 있는 분들만 검사가 지연되서
알겠다고 그냥 가시라고 하고 다른 분들 검사를 진행했어요
그런데 다른 분 검사를 하고 있는데도 가지 않고 다른 선생님을 붙잡고 저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냐고 그선생님(욕을 할때 바로 앞에 있던 선생님인데..)한테 동조를 구하듯이 말을 하는 거예요
애먼 사람한테 피해를 주겠다 싶어서 그분한테 그냥 저한테 말씀하시라고 했어요

저랑 이야기하면서도 똑같은 말씀만 주장하시더라구요.. 자기는 자기한테 욕한건데 당신은 왜 그렇게 대응하냐고..
이때부터 저도 욱해서 따지고 들었죠..이건 제가 자제했어야 됐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니까 참을 수 가 없었어요. 반성합니다.
너무 말도 안되는 합리화에 제가 그분한테 '만약 아까 그 상황에서 검사를 한 사람이 간호사가 아니라 건장한 사람이거나 직장상사였으면 그렇게 욕을 하셨겠어요?'라고 따져 물었죠

언성이 높아지니까 전산을 담당하는 다른 선생님도 오셔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사람이 많아지니까 그 분이 갑자기 곤란하다듯이 웃으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자기를 이렇게 몰아붙이는게 맞나는 식으로 묻는거예요
왜 저간호사는 자기를 노려보는 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간호사들도 자기상황이 되면 아파서 깜짝 놀랄 수 있지 않냐고 계속 똑같은 주장을 펼치는 거예요 ㅜㅜ

저는 너무너무 화가 나서 억울해서 말을 못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옆에 오신 선생님이 '환자분이 자신의 입장을 말씀해 주셨고 기분이 나쁘셨다면 죄송하지만 그럼 저희도 그 상황에서 욕을 들었는데 기분 나쁜것도 이해해주세요'라고 조리있게 말씀해주셨어요

그 선생님이 자기편을 안들어주니까 당황했는지 갑자기 자기가 무슨 욕을 했다네요
전 순간 저분이 무슨말을 하는건지 그 뜻을 잠깐 생각한다고 벙쪘어요
분명 18이라고 했으면서.. 오리발을 내미는 건지 아니면 정말정말정말 생각이 안나서 저렇게 말씀하시는 건지..
그 분한테 코앞에 대고 '18이라고 하셨잖아요'라고 말하려다가 여기는 병원이다 싶어서 '6x3 이라고 했잖아요'라고 소심하게 대답했죠
예..알아요..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았어요

그렇게 말을 했지만 안듣는건지 못들은 척하는 건지 선생님한테 욕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자꾸 이러냐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계속..계속..계속... 고수하면서
검사를 한 선생님한테 제가 과민반응한다는 식으로 계속 동의를 구하더라구요

하지만 그 선생님은 바로 앞에서 욕을 들었는데 그사람 편을 들어줄리 없죠
선생님도 그 분한테 '왜 자꾸 동의를 구하시는지 모르겠고 환자분이 왜 욕을 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저한테 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딱 잘라 말해주셨어요

제가 원한건 다른것도 아니고 그냥 '미안하다. 내가 아파서 잠깐 화가 났다'라는 말 한마디였는데
끝까지 자기 변명뿐인 대화였어요..

사과없는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분이 의료진이 코로나로 힘든건 알지만 그 스트레스를 나한테 풀지말라는 말도 안되는 크리티컬을 날리고..
(이때 코로나 스트레스로 당신에게 이렇게 하는게 아니라 당신이 욕을 해서 하지말라고 한거라고' 말해줬어요 됐는데..ㅜㅜ)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가 안되겠는지 절 보면서 '됐고요 당신 이름이 뭐예요?'라고 저한테 묻는거예요
그때 저도 빡친 상황이라 'OOO이예요!" 대답했어요
"OOO이고 다른분 검사해야되니까 수납하고 가세요!"라고 말하고 다른분들 검사를 했죠

그 분이 가시고도 검사가 많아서 바쁘다보니 일하는 중에는 잊고 있었지만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무서운거예요

민원이라든지 그런게 무서운게 아니예요. 저는 잘못한게 없으니까 제 행동에 당당해요.

제가 걱정하는 점은 50대 남성이라는 그분이 키도 180이상에 덩치도 커서 만약 보복하러 오면 대응을 못할 것 같아서예요..
너무 과민한 반응일지도 모르지만 요즘 같은시대에 흔치 않은 일은 아니잖아요
제 행동에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나 보복이 무서워서 내가 조금만 수그리고 들어갔으면 되지 않았을까라고
약한 마음도 드는게 너무 싫어요 ㅜㅜ

내가 욕을 들은것도 아니고 조금만 참고 좋게좋게 넘어갔으면 됐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우리앞에서 대놓고 욕을 하는걸 보면 얼마나 우리를 무시하면 이럴까 싶기도 하고..
계속 생각하다보니 내가 잘못한건가 싶기도 하고
싱숭생숭하네요....

날이 추워지고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면 앞으로 이런 일이 많이 생길건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되나 걱정이 되서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올립니다ㅜㅜ
많은 댓글 부탁드려요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