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남자입니다.
뭐 일단은, 어제 헤어졌습니다.
4년 넘게 만나면서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관계였다고 생각해왔고, 많이 헌신했는데, 결론은 여친이 작년 10월부터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만 확인했네요.
알고지낸지는 6년 정도 되었고, 처음 2년은 편한 누나동생으로 지냈습니다. 이친구가 그 당시에는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그리고 그 당시 남자친구랑 공부하는 와중에 헤어졌다고 힘들어해서, 전 가끔 만나서 술친구가 되어주었고, 그렇게 1년 반 정도를 알게 되니, 이 친구의 아쉬운 점(회피형입니다)이 보였습니다. 저도 제 마음을 어느정도 깨달은 터라, 제가 누나의 남자친구가 되어줘서 누나를 회피형 성향에서 꺼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이 친구가 시험을 끝내고 해외대학에 교환학생을 시작할 때 부터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연애 시작 직후 그 당시 여자친구가 한창 방황의 흔적이 남아있던지, 저와의 연애 시작 직전 클럽에서 만나게 된 남자 (그 당시 군인이었음) 단둘이 놀러다니는 것, 심지어 여행도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전 너무 충격을 받아서 손찌검(많이 반성했습니다)을 했습니다.
그 때 여자친구는 경찰 대동하고와서 저와의 관계를 정리해버린 채 출국했습니다. 정확히 일주일 후, 제 이메일로 장문의 사과를 보냈고, 전 처음 한 번은 그럴 수 있단 생각에 받아들여줬습니다.
다음엔 그러지 마라.. 라면서.
그렇지만, 항상 남자문제, 바람을 합리화하는 친구들 등의 문제는 발생하였고, 전 4년동안 “거짓말하지마라” 라는 말만 주구장창 반복했습니다.
(그래도 거짓말은 달고살았습니다.)
아무튼 연애 초반 1년 반 동안을 한국에서 기다려줬습니다.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여자친구도 저도 졸업을 하고, 취준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싶어했는데, 부모님 반대를 꺾을 수가 없어서, 제 자취방에서 생활하면서 공부를 시작했네요. 조금 힘들었지만,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 참았습니다. 결국 본인도 힘들었는지,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며 본인 적금으로 혼자 지낼 집을 계약하고, 이사를 여러번 다녔고, 저는 이사때마다 도와줬습니다.
그 생활이 2년이 되었고, 여자친구는 제가 사는 오피스텔 밑에 층에 또 혼자 지낼 방을 얻어서 지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정상적인 연인 사이라면, 비밀번호는 몰라도 호수 정도는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는데, 자꾸 호수를 제대로 안알려주고, “본가로 들어가기 전에 본인의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핑계로 일관하기 바빴습니다.
이 친구 전형적인 회피형이고, 거짓말을 입에 달고사는, 휴대폰도 보여주지 않는 친구라, 그리고 이젠 인정해줄 때도 되었다 싶어 의심이 매우 강하게 들었지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제는 거짓말을 더 밝혀내기도 지쳐있던 상황이라,
예전처럼 강하게 추궁하지도 않고,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으면 안된다” 라는 식으로 언지를 주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때마다 이친구는 “걱정하지마라, 난 달라졌다” 라는 말을 반복했고, 저는 “어떻게?, 뭘 보고 믿지?” 라는 식으로 결론을 짓고 싶었지만, 또 대충 넘기더군요.
결국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보니, 제 카톡에
“xx이랑 4개월째 만나는 남자친군데, 카톡 보면 연락달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네요. (이사람한테도 회피형의 행동을 한거겠죠?)
이사람을 4년 넘게 만난 남자한테 이딴식으로 연락이 온 것도 건방지지만, 뭐 예상했던 일이기에, 일단 만나보잔 생각을 갖고 나갔습니다.
만나서 얘기해보니, 둘이 4개월동안 일주일에 2번씩 만났고, 여행도 자주 다녔다고 하더군요. 뭐, 둘이 갈때까지 간것도 자연스럽게 알게되었습니다.
굉장히 화가났지만, 최대한 담담하게 들어줬습니다.
전 반문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나요?” 라고.
이사람 왈,
“난 진심으로 xx이를 사랑하니, 물러서줬으면 좋겠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자친구한테 준 사랑과 헌신의 양과 질을 생각해봐도,
4년하고 4개월이 감히 비교가 될까요?
건방이란 건방은 다 떨고, 오글거려서 힘들더군요.
여자친구는 이 사람과 함께 지내기 위해 저한테 집 호수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단 것이고, 그리고 거기서 남자 면도기가 왜 나옵니까ㅡㅡ
뭔 대단한 놈 하나 데리고 온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 대상 영어학원 강사하면서 취준한다는 멸치같은 놈 하나 데리고와서 뭐하는건지, 참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이해 못하는 놈 하나 데리고와서 말입니다.
여자친구랑 카페에서 따로 얘기를 해 보니,
“이젠 너가 싫어졌다.” 라는 최악의 이별문구를 연신 날리기에만 급급했고,
전 끝까지 “너가 결정할 자격 없다. 넌 사과하는게 우선이고, 결정은 내가 할 상황이다.” 라고 눌렀습니다.
여친은 울고, 전 끝까지 밀어붙여서,
“앞으로 그러지 말고, 거짓말하지말고, 도망다니지 말고, 떳떳하게 살아라.” 라고 말하고 나왔네요.
뭐, 대화 끝나고, 여자친구가 울면서 제게 전화를 했는데,
“너를 못본다는 생각에 너무 슬프다. 너 없으면 안된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회피형 인간 고쳐주려고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제가 사실 작년 가을부터 신경쓸게 갑자기 많아져서 예전보다 소홀해 진 것도있고, 잠자리도 잘 안하게 되었는데,
그걸 권태기로 받아들이는 여자친구,
권태기를 바람피우는 것으로 해결하는 여자친구,
설명을 요구하거나, 잘못을 추궁하면 “끝내. 헤어져” 라는 말을 무기로 꺼내드는 여자친구,
바쁜 와중에 교환학생 기다려준, 졸업 후 공부 도와준
저한테 또 다시 상처를 주는 여자친구,
너무 힘드네요.
근데 더 힘든건,
‘여자친구에게 마지막 기회를 줘야하나..?’를
또 다시 고민하는 제 모습.
‘기회를 주면, 또 확인만 하는건 아닐까?’ 라는 걱정.
저희는 그간 찐한 추억도 정말 많았고,
전 그만큼 정말 최선을 다 했고,
제 생활반경 전체가 여자친구와 함께했던 곳들이 되었고,
여자친구와 함께 만들어놓은 역사에 먹칠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는데,
이젠 정말 힘이 빠지네요.
연애 시작때도 바람, 끝에도 바람.
바람을 합리화하는 여친 친구들,
”여친 친구들이랑 얘기를 해보겠다, 문제가 재발하지 않게, 오로지 우리의 관계를 위해서 싹을 잘라놓을 필요도 있다.”라는 제 의견을 무시하고 기회도 주지않았지만, 최근 4개월동안 저 몰래 만나온 그사람은 이미 친구들한테 소개해준 여자친구.
어떻게 하는게 모두에게 좋을지,
조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