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얘기 남 일 같지가 않네요.
어쩜 저랑 이리도 비슷하죠?
저도 결혼하고픈 사람이 있어서 우리 집에서 궁합, 사주를 봤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그런 걸 워낙 따지시는 분이라..
우리집에는 매년마다 모든 가족 사주와 신수를 봐주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점쟁이도 아니고 무슨 절에선가 15년 넘게 혼자 공부를 하신 분이라서
책으로 풀이하기 때문에 너무너무 잘 맞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말이죠)
그 분은 궁합 뿐만 아니라 사주도 잘 맞히기 때문에 평소에 그런 걸 싫어하는 저도 조금은
소름끼쳐 하던 사람이지요.
저희 커플은 장난으로 길거리에서 보는 궁합 같은 거 많이 봤었는데 한결같이 좋게 나와서
조금은 자신이 있었더랬지요.
하지만!!
이게 웬일이랍니까.
그 분 말씀으로는 우리 둘 궁합은 아주 좋지만(합인지 뭔지가 들어서 아주아주 좋은 궁합이라고 하네요)
남자 사주가 너무 안좋다는 겁니다.
소날에 태어난 사람은(오빠가 소날에 났다네요)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고, 또 오빠 사주에 원진살이
2개나 끼어서 그다지 큰 성공은 못할 사주팔자라고 하네요.
더 결정적인건 지 마누라, 지 새끼만 알고 욕심 많고 남한테 베풀 줄도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가족들간에 관계가 좋을리 만무하다는 거에요.
또 더 결정적으로 우리 둘이 처음 만나 사귀기 시작했던 해가 절대로 우리 둘이 만나서는 안될
해였는데 그때 시작했기 때문에 극살이 끼어서 오빠가 저를 죽이는 사주라는 거에요.
이런 기가찰 노릇이..
궁합은 너무 좋다면서 남자 사주도 안좋고 안좋은 해에 만났기 때문에 결혼은 안시켰으면 좋겠다는
그 분 말씀에 우리 부모님 완전히 돌아서셨습니다.
아버지 왈,
사내새끼가 그 따위 성격 가지고 어떻게 사회 생활을 해!
어머니 왈,
아예 보는 일도 없을테니까 걍 살살 데리고 놀다가 차버리고 다른 남자 만나 시집가!
정말 부모라지만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말씀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는 건지.
자기 자식 가슴에 못 박는건 안되고 남의 자식 가슴에 못 박는건 괜찮은건지.
오빠에게 울면서 말했습니다.
오빠 사주가 너무 안좋아서 우린 가망이 없을 것 같다고...
우리 부모님에 대해서 평소에 대충 알아왔던 오빠도 정말 절망하는 것 같았죠.
하지만 곧 오빠가 그랬습니다.
딸 가진 부모님들은 원래 다 그렇다고. 충분히 이해하고도 이해하니까 자기는 괜찮다고.
하지만 너무 억울하다고. 단 한번이라도 만나주시고, 자기를 평가해보시고 그러시는 거면
정말 정말 덜 억울하겠지만 어떻게 한번도 만나주시지도 않고 이기적이니, 그런 말들로
자신을 내치시는 거냐고.. 너무 억울하다 했습니다.
엄마의 종용에 저희 커플 한달정도 이별했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죠.
심하게 방황하다 얼마전 다시 만났습니다.
오빠도 저도, 이젠 정말 마지막에 다다르면
도망이라도 갈 생각까지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에게 백날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혹여나 내가 겪어본 바대로 오빠에 대해서 좋은 말이라도 할라치면
엄마는 그러십니다.
니가 지금 콩깍지가 씌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라고.
결혼은 현실이지, 연애처럼 살 수는 없는 거라고.
정말 답답하기만 할 뿐.
정답이 없네요.
사주니 궁합이니 재미로만 보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제 앞을 가로 막으니
정말 하늘이 원망스럽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