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릴 때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 아니 그 당시엔 국민학교였던 시절이니 까마득하죠.
우리 반에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부모님이 두 분 다 안 계셨기에 할머니가 그 친구와 그 친구 여동생을 혼자 키우셨고 그 친구들은 모든 스스로 해야 하는 친구였었죠..
그런데 그 친구가 선생님께 맞는 날이 항상 정해져 있었어요.
촌지를 내는 날.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말이지만
그때는 촌지를 받는 건 너무 당연했던 일이었고
선생님들도 학부모님들에게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런 시절이었으니까요.
그 친구는 항상 촌지를 가져오지 못했고
그날은 어김없이 귀싸대기나 발로 그 친구의 배를 차는 일이 허다했죠.
나가떨어질 만큼 그 아이는 작고 선생님은 무서웠어요.
아무리 체벌이 허용됐고 사랑의 매라고 불리던 시절이지만
그때도 몽둥이나 회초리로 맞는 경우는 있었어도
손발을 직접 사용하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그리고 선생님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맞은 적도 많았고요.
그걸 지속적으로 보다가 결국 집에 가서 엄마 앞 동에 친구가 이래이래서 또 맞았어. 불쌍해라고 얘기했죠...
그리고 그 다음날 교감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이 호출하시더라고요.
네가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했냐 전화번호 추적해서 네 네 집인 거 다 나왔으니 사실대로 얘기해라.
한두 시간을 맞으면서 계속 협박을 하시더군요.
전 당연히 그런 적이 없었으니 아니라고 했고 거짓말한다며 그날부터 매일 그 친구와 함께 맞기 시작했어요.
모욕적인 말들부터 폭언은 일상다반사였고
회초리 같은 존중은 없었어요 선생님의 손과 발이 항상 무서웠고 결국 쓰러졌고 발작까지 일어났죠.
친구들에게는 얘들이랑 노는 애들 있으면 똑같이 해줄 거라고 끼리끼리 노는 거라며 선생님이 나서서 따돌림을 조장했고 어린 저에게는 학교가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집에 가서 엄마.. 선생님이 자꾸 사실대로 말하라고 때려 나 그런 적 없는데 너무 학교 가기 싫어하고 울었어요.
죄인 같은 표정으로 저를 꼭 끌어안고 엄마가 그 친구가 보기 너무 안쓰럽다고 때리지 말아 달라고 전화했었어 미안해 우리 딸.. 그러고 몇 시간을 우셨어요..
집 형편상 이사를 쉽게 할 수 없었는데도 급하게 처분하고 이사를 택하셨죠.
그리고 전학 가는 날에도 엄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죄송하다며 저를 보호하기 바빴어요.
그때는 이사만 가면 그 지옥에서 벗어날 줄 알지만
새로 이사 간 곳의 학교에는 그곳에서 전근 오신 선생님이 계셨고.
저만 보면 일부러 누구네 엄마가 전화했더라?ㅎㅎ 그러셨고.
그때마다 엄마는 선생님이 원하는 커튼이라든지 책상보라든지 유리 의자 등등 말하는 대로 해다 드리기 바뻤구요.
진짜 졸업하는 그날까지 지옥 같았습니다.
인터넷이 생기고 핸드폰이 생겨서 자질이 없는 선생님들을 신고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어릴 때 인터넷만 있었어도 핸드폰만 있었어도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엄마를 죄인으로 만들지 않아도 됐는데 분했고.. 화는 나는데 할수있는건 아무것도 없고 눈물밖에 안 났었어요..
물론 지금은 폰을 걷지만 예전엔 그런게 없어서 악용해서 신고하는 학생들도 많았었죠..
잠들면 난 여전히 그때의 꼬마였고 도망갈 곳도없고 매번 울면서 깨어나고 그렇게 30년 가까이 지나갔어요.
그리고 여전히 전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발작을 하고 치료를 받고 있죠...
거의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글을 쓰기까지 정말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고.. 내 머릿속에서 기억을 꺼낼 때마다 고통스러워서 묻어두었어요.
근데 왜 이제 와서 얘기하느냐라고..
왜 10년 전 20년 전 막 인터넷이 확산될 시점에 말하지 않았던건 저는 너무 나약했고 용기가 없었어요..
어디다 신고를 해야 할까 고민했었을 그때는 이미 공소시효도 지난지 오래였고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무섭고 떨렸으며 숨 이 안 쉬어졌어요..
지금의 전 아직도 그때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어요...
정작 당사자는 30년 가까이 되도록 잊지 못하고 산다고..
당신이 기억도 못 할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그걸 잊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고 몇 십 년 동안 고통에서 싸워야 했다는 걸 꼭 말해주고 싶었어요..
선생님 이 글을 당신이 볼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요.
선생님이 5~6살쯤의 남자아이를 데리고 출근하시는 날이 저는 제일 행복했어요.
아이가 뛰어놀든 소리치든 상관없었어요.
그래도 선생님도 사람이라 부끄러운 걸 아신 건지 아드님 앞에 선 저희 안 때리셨잖아요.
그냥 그날은 수업을 듣는대신 애보고 달래는 정도였고.
맞지도 않았고 맞을까봐 벌벌털지도 않는 유일한 날이었으니까요...
근데 선생님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아드님도 어린 아이였지만
저희도 고작 4학년이었어요...
지금은 아마 정년퇴직하시고 연금 받으시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시고 계시겠죠.
근데요 전 매일이 지옥 같았어요.
엄마가 울까 봐 숨어서 울었고 그걸 또 보시고 엄마는 또 울고
선생님 제가 30대 초중반인 때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선생님도 어른 같았지만 어렸구나.
그 나이가 엄청 어른이라 생각했는데 사실 아직 많이 어린 나이였구나 그래서 감정적이였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근데요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용서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어요.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을 보면서 아무리 미성숙하다 해도 저런 아이들을.. 가혹하다는 생각만 들었죠..
누군가가 선생님을 찾아보라는 얘길 해줬는데요..
전 지금도 당신 생각하면 숨이 막혀요..
선생님 남은 여생 조금이라도 저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생님은 티비에 나오는 사람이 되지않으신거 감사해요.
당신을 티비에서까지 봤다면 정말 죽고싶었을거예요.
그리고 그때 그 친구야..
너에게는 꼭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
그땐 나도 어려서 네가 왜 나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지 몰랐어..
나도 힘든데 너까지 헤아리기엔 내가 너무 어려서 미안해...
촌지 안 냈던 그날들.. 그리고 선생님이 기분이 나빴던 그 며칠만 맞으면 그냥 지나갈수있던 너의 하루들...
나로 인해 넌 매일 나랑 같이 맞게 되었으니 어린 너에게 내가 원망스러운 건 당연한데...내가 그때는 몰랐어 너무 미안해..
나로인해 네 인생이 엉망이 되었다면 정말 미안해..
그리고 나 혼자 전학 가고 도망가서 정말 정말.. 미안해...
너는 꼭 훌륭한 어른이 되었길 기도할게...
요즘 학폭 얘기가 나올 때마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어릴 때 모르고 한 거니까.. 가혹하지 않냐는 말에
네 그래요... 어려서 철없어서 그랬던 거 알아요...
근데요 용서까지는 바라지 마세요.
당하는 당사자는 힘없고 어렸기에 더 약하고 더 크게 상처받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까지 어른보다 몇십 배 더 힘들다는 건 왜 모르시나요..
가해자만 어렸나요..? 피해자는요..?
어른들이 제발..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