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학폭, 왕따 두 가지를 다 겪어봤다.
학폭은 중학교 때 지갑 도둑으로 몰려서,
왕따는 미술학원에서.
학폭은 중학교 때 지갑도둑으로 억울하게 몰렸던 그 당시에,
내가 훔친 지갑을 들고 동네 롯데리아 앞에서
돈을 꺼내는 걸 봤다는 말도 안되는 목격담,
다른 사람들과 훔친 지갑을 들고 히히덕거렸다는 목격담,
내가 학교 등교하면 나를 모두 둘러싸고서는
솔직하게 말하라고 내 뒷통수를 치고 가고
책상에 이상한 낙서 미친듯이 쓰여있고
칠판에 도둑년, 미친년 등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욕들...
드라마에서 나온 그 왕따 당하면 전형적으로 나오는 그거, 딱 그 정도였다.
왕따는 미술학원에서 어느날 갑자기
칭찬 한 마디도 못 받고 소심했던 내가
어느날 소묘쌤이랑 좀 친해지고,
서서히 그림이 나아지던 그 때에
같이 입시를 준비하던 애들이 나와 멀어지면서 시작됐다.
내가 뭔 옷 입고 오면
“할머니 옷 입고왔다 쟤 ㅋㅋㅋㅋㅋㅋ” 이러고,
뭔 말이랑 행동 조금이라도 하면 그거 가지고
대놓고 뒤에서 뒷담화에,
(사실 그냥 들으라고 하는 앞담화지)
내 물통 일부러 엎고, 색연필 하나씩 사라지고,
화장실가면 내가 화장실 간거 뻔히 알면서
“XXX(내 이름) 미친거같지 않냐? ㅋㅋㅋㅋㅋㅋ”
“쟤 진짜 왜 다니는거냐 X나 못하는데?”
이러면서.
이게 글로 쓴거고
시간이 오래 지난 일이니까 이 정도지,
실제 내가 겪었을 저 당시, 옥상에 올라가서
한참 고민하다가 내려오는 날이 그냥 일상이었다.
약통에 있는 약 다 먹고 병원가서 게워낸 적도 있다
안 좋은 생각?
그건 저 일들을 겪었을 때 매 순간 계속 했던 생각들이야.
담임 선생님, 같이 옆에 있던 학생들 모두 방관자였고.
저 때 모두 한 달가량 버티다 못해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말씀 드리게 된 계기도 내가 학교 빠지고 학원 빠지고
이러다 걸려서 말씀 드린거고.
나중에 학폭, 왕따 당한 이유를 알아냈는데,
이유가 뭐였는지 아냐?
학폭은 내가 지갑 잃어버렸던 애 앞 자리라서 그랬던거고,
왕따는 내가 선생님에게 칭찬과 애정을 받는
그 모습이 부럽고 미워서 그랬댄다.
이게 진짜 이유인지조차 의심될만큼의 이유더라.
학폭의 경우 저 목격담 다 지들이 지어낸 것들이었고
한 반에 있던 40명가량의 애들이 모두 한 명씩 그랬었다.
왕따는 미술학원 반 애들 10명가량이 그랬던거고.
해결도 진짜 뭐같이 해결됐는데,
학폭은 담임이 내가 학교 빠진 사이에 내가 범인 아니라고
CCTV 다 보고 말하는거니 다들 사과하라고 이랬는데
그 40명이 내가 학교 오자마자 미안~ 이러고 끝났고
왕따도 결국 그 학원 계속 다니는 상황이 되어서
가시방석으로 3년을 보냈다.
이 과정 중 아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어.
가해자들 중 진심으로 사과하는 애들도 없었고.
주변 친구들 역시 방관하거나 자기 일 아니라고 말하면서
쉬쉬하기에 바빴지. 정말 아무도 없더라. 아무도.
내 정신이 이때쯤 정말 불안정하다는 걸 내 자신도 알겠는데
그 불안정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는,
그리고 이렇게까지 된 나 자신이 나약한게
정말 미친듯이 분하고 짜증나고 싫었다.
그 이후, 나는 남의 눈치를 미친듯이 보는 습관이 생겼고
뭐든 남에게 맞추게 되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아무리 안 했어도 다수가 돌아서서 몰아 붙이면,
거짓도 진실이 되는 세상을 알아 버렸으니까.
자신감? 자존감?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야.
당장 세상에 날 보여야 한다는 게 고문이었어.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남에게 비난거리가 될 수 있다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서 정말 힘들었다.
그냥 없어지고 싶었어. 내가 이렇게 밖에 나와 걷는 것
그 자체가 그냥 부모님께 죄 짓는 것 같았거든.
난 지금도, 오래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세상에 발을 뻗는 것 자체가 두려워질때가 많아.
내 이야기도 똑바로 할 수 없어.
다들 어떻게 생각하냐.
나는 미안한데, 내가 피해자 입장이었어서 그런지
학폭, 왕따 가해자로 낙인 찍힌 사람을
다시 방송에서 보고싶지 않아 절대로.
저 사람들은 누군가의 마음을 짓밟고 다 잊은 채로
태연하게 웃고 있잖아. 모두가 볼 수 있는 방송에서.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하늘이 있기나 한건지.
세상에 현타가 온다. 저런 애들이 저기서 웃고 있다는 게.
피해자들을 괴롭힌 기억이 저 가해자들한테는 한낱
잊어버릴 학창 시절의 추억쯤이란건데,
그렇게 별거 아닌 것들이 아니잖아. 그들이 받은 피해는.
그들은 철없던 어린 날의 실수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피해자에겐 자신의 마음을 무참히 짓밟고 트라우마를 만든,
그야말로 끔찍한 폭력의 기억이야.
어떻게 본인은 안 그랬다,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다시 또 피해자들의 마음을 짓밟을 수가 있어.
팬이기이전에 너희도 사람이잖아.
진짜 잘 생각해봐.
뭐 학폭, 왕따 피해자들이 당할만 하니까 당하는 거라는
이상한 소리 하면서 감싸주는 애들도 있던데
누군가를 때리고 짓밟는 행동이 그런 이유 하나만으로
정당화 될 순 없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리고 가해자 역시 사람이야.
학폭, 왕따는 비판 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외 나머지 인성문제는 너희들이 미디어에서 본 것만으로
그냥 궁예하기엔 너희들도 모르는 속사정들이 많을거야.
방송도 사회생활이고 일이야.
그 방송을 이끌어내는 미디어를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있고.
피해자 옹호하려다가 너희들까지 가해자 하지 말고,
스스로의 인격을 잘 지키는 태도로 임해줬으면 해.
누군가를 피해입히는 행동이 계속 악순환 되어선 안되니까.
그냥.. 판 보다가 돌아가는 상황이 참 그래서.
길게 좀 적어봤어.
피해자들이 사과를 원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 한 마디를 원하는 이유는,
나 자신도, 다른 다수의 타인도 원망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일거야.
그리고 그 끔찍했던 기억을 조금이나마, 아주 조금이나마
"지나갔고, 난 괜찮아," 라고 기억할 수 있는
정말 실낱같은 희망의 한 자락인거고.
사람은 살아왔던 기억을 바탕으로 살아가니까.
지금이라도 본인이 학폭, 왕따 가해자이거나
방관하는 쪽의 사람이라면
그 피해자들에게 살아갈 희망 한 자락 쥐어준다고
생각하고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좋겠다.
이 끝나지 않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희망 한 자락이라도.
그리고 미안하지만, 모두가 보는 방송에서는
모습 안 보여주는 최소한의 예의라도 지켜줬으면 해.
피해자들도 살아야 하잖아.
잊어버릴 기회라도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