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괴르디올라
|2021.03.21 02:01
조회 622 |추천 1
얼마 전 불필요하게 다시 돌려본 30대의 기억들이 6년 만에 여길 다시 들어오게 했다.
그때 나는 혼란스러웠으며
그 혼란의 대부분은 두려움과 공포였고,
그 공포와 두려움은 정상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원치 않던 한두 번의 경험들과
그 경험 때문에 녹아내린, 무기력했던 그날의 내 모습들은
그 이후 더욱더 공포스럽고 기괴한 삶을 동반했고.
완전히 무너짐을 경험하고서야 나는 많은 부분을 임의로 지워버림으로 벗어났다.
그것은 마치, 암이 제거와 함께 정상적인 세포를 함께 내어줬다고 하는게 맞겠지.
이기적이었다.
잊고자 노력하면 현실도 지워진다고 착각했던 거 같다.
궤도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탈했다.
거의 5년 만에 만취한 밤.
불편한 기억의 방의 문을 열어놓고,
마음껏 마셨다.
누를 필요도 없이 맘껏 두려움을 즐겼으며,
공포에서 벗어난 나를 칭찬하듯 남 이야기처럼 그날들을 기억을 꺼내어 보고 조롱하며 때론 탄식했다.
말미에는 근거 없는 '아름다움'으로 그런 경험들을 포장하고자 너스레를 떨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3월의 어느 늦은 밤.
무심코 들어선 골목의 어귀에서
길게 뻗은 어두운 골목의 끝이 낯설어졌다.
다시.
검은옷을 입은 큰 키의 여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항상 그곳에 있었으나 내가 외면했음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아무런 말도 미동도 없이.
기다릴 뿐이다.
무섭지만 낯설지 않은 것은.
'그것' 때문인가.
아니면 '나'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