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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이 글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ㅇㅇ |2021.03.28 12:25
조회 366 |추천 2
유치원을 다닐 때 저는 왕따였습니다. 친구들이 잘 놀아주지 않았죠. 같이 놀자고 하면 저리 가라고 하거나 너랑 놀기 싫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들 놀 때 혼자 울던 기억이 납니다. 매번 있던 일은 아닙니다. 어린 아기들은 원래 같이 안 놀다가도 갑자기 어느 날은 같이 잘 놀고 또 다른 날은 서로 시원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저는 혼자 놀거나 울거나 가끔 친구들과 놀거나 선생님께서 같이 놀아주신 기억이 대다수 입니다.

       같은 반에 왕따를 당하던 다른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하 A라고 부르겠습니다.) A는 평소에 침을 많이 흘려서 책상이 흥건해지곤 했습니다. 코딱지를 많이 파고 자신의 몸이든 책상이든 여기저기 묻히는 아이여서 많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티를 많이 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질문하는데 졸고 있고 집중을 잘 못해서 대답을 잘 하지 못했고 그래서 당신들께서도 답답해 하시고 약간 짜증을 내실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아이들은 또 그 아이를 싫어하는 티를 냈죠. 성인이 된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원생 아이가 당연히 그럴만한데 말이죠.

       아직도 그 날이 기억이 납니다. 문제의 날이었습니다. 어느 날 2명의 같은 반 애들이 다가오더니 같이 놀자고 했습니다. 평소 왕따를 당하던 저는 고마웠고 너무 좋았죠. 그래서 같이 노는데 문제가 여기서 생겼습니다. 그 날 저와 같이 놀게 해주겠다고 말한 2명의 친구들이 A를 직접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정말 후회하는 일이지만 저도 따라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셋은 "야! 침 그만 흘려! 코딱지 책상에 그만 묻혀! 왜 그러는 거야? 그만 자! 선생님이 화내잖아!" 라는 등의 타박을 했습니다. 평소 같이 안 놀아주던 친구들이 A를 같이 괴롭히면서 잘하고 있다고 말하니까 유치원생인 저는 그냥 마냥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정말 바보 같았지만 친구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고  죄책감이 들고 미안하다가도 양 옆의 친구들이 계속 하는 모습에, 제가 말하면 맞장구 쳐주는 말들에 계속했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A가 벽과 책장 사이 구석에 갇혀 앉아있게 되었고 저희 셋이 일어서서 그 친구를 둘러싸는 형태였습니다. 저는 가운데에 서 있었고 저희 셋은 종이 조각들을 A의 갈색 파마머리 위에 올려놨습니다. 그리고 20년 정도 전의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A를 때리거나 꼬집은 것 같고 그 친구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저희 셋은 계속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미안합니다.
      그 날이 지나도 저는 그 두 친구들과 계속 노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A의 어머님께서 유치원에 항의 전화를 하신 겁니다. A가 집에서 어머님께 울면서 친구들이 괴롭힌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A는 누가 너를 제일 괴롭혔냐는 말에 저를 지목했습니다. 저 때문에 A가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A의 어머님께서 저를 지목하며 저의 인생을 망치겠다고 하시고 고소하겠다고 하시며 엄청 노발대발 화를 내셨습니다. 이 내용을 선생님을 통해 전화로 전해 들은 저희 어머니도 저를 혼내셨습니다. 저희 셋은 선생님들이 계시는 교무실 옆 상담실에 불려가서 벌을 받았습니다. 손을 들고 계속 혼났습니다.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떻게 친구를 괴롭힐 수가 있니?"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당연히 잘못했으니 그 말을 들어도 싸단 걸 압니다. 저는 착하다는 말만 들어왔고 왕따를 당하던 아이였는데, 제가 A를 괴롭혔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겨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A에게 너무 미안해서 죄책감에 펑펑 울었습니다. 뭘 잘했다고 우냐고 하셨지만 저는 정말 눈물이 그치질 않았습니다. 서로 안아주며 사과하고 화해하라고 하셔서 울면서 안아주고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그 때 그 일은 끝났습니다. 화해한 날 이후로도 다들 또 일상처럼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저도 하루는 어떤 애들이랑 지내다가 하루는 혼자 지내며 울다가 하루는 선생님과 지냈던 것 같습니다.

         20여년 된 이야기라 더 이상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나지만 A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저는 살면서 왕따 은따 집단 괴롭힘 등을 많이 당하며 살아왔습니다. 요즘 학폭 사건들이 많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 때문인지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유치원 때 왕따 당하던 기억들이 떠오르다가 이 날의 사건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하길래 친해지고 싶어서 했다고 제가 욕먹을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있었던 일들을 말하는 겁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가끔 왕따 당하던 기억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그 친구도 떠오르겠죠? 제 그 날의 판단 실수가 저를 괴롭히는 것처럼 그 친구도 괴롭힐 것만 같아 미안합니다. 유치원생이 침 좀 흘리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 수도 있는 건데 이해심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 두명과 친구가 될 수 있는건가?' 하는 착각에 나쁜 짓을 했던 제가 정말 어리석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말 바보 같았던 유치원 시절 그 날의 저, 저도 이해가 안 갑니다. A님, 정말 미안합니다. 너는 너 자체로 특별하고 어린아이 답게 있었던 건데 이해심이 부족했고 어리석은 행동을 한 나를 용서해주세요. 미안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A라는 그 친구가 이 일을 기억하고 아직도 이 일 때문에 아프다면 이 글을 통해 너무 미안하다는 제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때 사과하고 화해하고 포옹도 했지만 그래도 미안해서 이 글을 씁니다. 유치원도 졸업한 지 오래되었고 그 유치원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A라는 아이의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나이도 저보다 적은지 많은지 같은지 모릅니다. 그래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네이트 판에 글을 적으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들어서 여기에 이 글을 적습니다. 미안합니다. A인지 아닌지 대화와 질문을 통해 알 수는 있을 것 같으니 거짓말로 A인 척 속일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만약 정말 본인이고 직접 만나 사과를 받길 원하거나 그저 댓글로만 대화를 하고 싶거나 하시다면 혹시 모르니 댓글을 남기실 때에 유치원 초성을 써주실 수 있을까요? 같은 이름 혹은 같은 초성의 다른 유치원들이 많을 수 있기에 초성이 아니면 유치원의 위치 등 특이사항 등을 적어주셔도 됩니다. 수업 시간에 졸던 A를 한 자상하신 선생님께서 큰 소리로 혼내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A를 데리고 밖에 나가 크게 혼내는 척하시면서 비행기를 태워주시는 걸 기억합니다. 그 선생님의 성함이 쉬워서 아직 기억이 나는데 A도 기억이 난다면 그 선생님 성함을 쓰실 수 있다면 써주셔도 됩니다.

       제 진심을 담은 사과 이 대중적인 곳에 쓴 글로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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