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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보내줄 때가 되었나봐요

ㅇㅇ |2021.04.01 00:24
조회 23,434 |추천 70
수없이 헤어지고 재회를 반복했네요. 그때마다 며칠도 버티지 못하고 붙잡고 붙잡혀줬습니다. 그 시간들이 우리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걸까, 아니면 우리를 점점 지치게 만들어서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만들고 있는 걸까.. 무수한 고민 속에서 오랜 시간 속앓이를 했어요. 판단력이 흐려져서 완전히 길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상대는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먼저 마음이 식고 사랑이 덜어졌으니 저보단 이성적이었을까요? 그 사람은 현실을 알았기 때문에 이번에 그렇게나 단호하게 돌아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헤매며 어떻게든 우리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 상대는 끝을 바라보고 우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참 이상해요.

그 사람과 했던 이전의 이별에서는 항상 막연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헤어질 수 없는 사이일 거라고. 그래서 매번 붙잡고 매달릴 수 있었어요. 실제로도 이전의 그 사람은 결국엔 절 받아줬었네요. 

그런데 이번엔 도무지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상대가 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인지, 잡아도 잡히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때문이었는지, 저도 너무나 지쳐서였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너무 지쳤다며 돌아서는 그 사람을, 저까지 붙들고 늘어지며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그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내자는 말을 듣는데 그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정이 오갔는지. 우습게도 떠나가는 그 사람을 보내주는데 이상한 측은함과 동지애 같은 것이 들더군요. 저 말고도 감당할 게 너무나 많은 그 사람의 모습이 그날 따라 참 버거워 보였어요. 동시에 괴로운 시간을 함께 겪었던 그 사람의 지난 시절들이 스쳐갔어요. 

그 사람을 사랑하면서 너무나 고통스럽고 괴로웠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많은 상처를 준 사람이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그 사람이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 서로가 서로의 전부였을 정도로 소중했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험난할 길에 나라도 짐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붙잡지 않고 놓아주는 것 뿐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떠나는 그 사람 잘 지내라고 보내주고 왔습니다.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었어요.

그 사람 잘 지내겠죠.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더 행복해지려고 떠난 것일 테니 당연히 전보다는 더 잘 지내겠죠. 한때는 우리가 함께 행복할 미래를 꿈꿨는데, 이제는 그저 앞날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전부가 되었네요.

저는 전의 이별과는 다르게 밥도 적당히 잘 챙겨 먹고 일도 열심히 하며 제 일상에 충실히 살고 있습니다. 이제야 보내줄 준비가 되었는지...더 이상 초조하게 연락을 기다리지도 않고, 언제 연락할까 타이밍을 재지도 않아요. 만일 그렇게 해서 다시 만난다고 해도 우리의 결말은 똑같을 걸 어렴풋이 느끼거든요. 


만일 조금 더 우리가 성숙하고 여유로웠을 때 만났다면 어땠을까 가끔 생각해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만날 수 없었겠죠. 그러니 한 순간이라도 우리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에, 마지막에라도 좋게 보내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제 인생 살려고 합니다. 언젠가 그 사람과의 시간들이 젊은 날의 추억으로 좋게 기억될 날도 오겠죠. 


전 이제 그만 아파하고 헤다판 떠나려고요. 
여기 계신 분들 다들 힘내세요. 
그리고 정 미련을 못 버리겠으면 스스로가 납득이든 체념이든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세요. 그러면 다시 연이 이어지거나 여기서 끝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오거나 둘 중 하나는 되더군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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