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지내? 난 아직 널 그리워하면서 지내.
오늘 파주 마장호수를 갔다왔어. 너와 나의 많은 추억들 중에 한 곳이었던 곳을 다녀왔어. 누가 그러더라, 함께 갔던 곳을 자전거를 타고 혼자 가보면 그 추억 위엔 이제 나만의 추억으로 덮혀질 거라고. 근데 자전거로 갈 수 없는 거리라 너를 많이 태웠던 내 차를 끌고 다녀왔어. 너의 집에선 멀지만 우리 집에선 나름 가깝잖아.
작년 11월에 다녀왔던 그 때와는 변한게 많이 없더라. 달라진게 있다면 11월의 황량했던 풍경과는 다른 푸릇함과 너와 보고싶었던, 그치만 보지 못한 벚꽃이 가득하더라. 그리고 이젠 내 옆에는 네가 없다는 것. 유일하게 달라진 점들이었어.
산책길을 걸으면서 눈에 익은 곳들이 보이더라. 같이 출렁다리 전망대 앞에 걸터앉아서 사진 찍었던 곳에도 잠시 앉아봤어. 출렁다리도 혼자 건너가봤어. 그 때는 웃으면서 걸었는데 오늘은 답답함과 그리움에 한숨만 쉬면서 걸었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있더라. 노부부, 젊은 연인들, 가족들. 그 중에서 젊은 연인들이 부럽더라.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 사람들이 부러우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하더라. 그 때의 우리도 누군가에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예쁘게 보였겠지?
너와 걸었던 산책길을 걸으며 온전히 그 때의 우리만 생각해봤어. 히히덕거리며 걷던 길. 그다지 쌀쌀하지는 않았던 포근했던 11월의 그 날을 회상하며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그 때 주차를 했던 곳까지 찾게 됐어. 그리고 그 앞에서 너무 예뻤던 널 쳐다봤던 어떤 사람 때문에 혼자 질투했던 내 모습과 그 모습을 보며 쑥스러워하면서 기분 좋아했던 네 모습이 생각났어. 그렇게 너와 함께 걸었던 마장호수의 길을 다 걸었어. 그리고 그 때, 너와 걷지 않았던 길도 오늘은 더 걷고 왔어. 그 때, 우리 마장호수의 추억을 잊지 말자고 차 안에서 말하던 타이밍에 '기억'이라는 이름의 건물 지나갔던거 기억해? 일부러 건물 이름을 돌려 말하면 네가 못 알아보려나..?
그 건물도 오늘 운전하면서 지나가는데 자연스레 보이더라. 둘이서 차 안에서 웃으면서 지나갔던 곳인데 오늘은 울고만 싶더라.
네가 그리워서, 또 잊고 싶어서 다시 왔던 곳인데 결국엔 널 더 그리워하게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아무래도 함께 갔던 곳을 혼자 가보라는 말은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나 효과가 있는 것 같아. 아직 이 곳은 너와의 추억을 덮고 나만의 추억을 만들기 힘든 장소인 것 같아. 이 곳의 모든 곳곳에는 네가 남아있어서.
네가 너무 보고싶어. 목소리도 듣고 싶고 함께 사랑을 속삭이고 둘이서 장난치던 우리가 그리워. 날 사랑해줬던 네 모습이 그리운걸까, 널 사랑했던 그 때의 내가 그리운걸까 아니면 예뻤던 우리가 그리운 걸까 많은 생각을 했는데 아직은 난 널 그리워하는 것 같아.
벚꽃은 예쁘게 피었지만 우리에겐 피질 않았어. 봄은 왔지만 우리에게 봄은 오지 않았다. 이제 벚꽃 잎은 점점 떨어지고 바람에 흩날리는데, 왜 그 광경이 그렇게 서글플까?
한 달 하고도 더 전인 우리가 헤어진 순간부터 오늘까지도 난 널 계속 그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