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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어디까지 얼만큼 챙겨야 할까

ㅇㅇ |2021.09.21 16:53
조회 142 |추천 0

갓스물이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는데 부모님을 어디까지 얼만큼 책임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내가 아기였을 때부터 사이가 안좋았고 20년 평생 그분들이 서로를 좋게 대하는걸 본적이 없다. 진심 본인들이 좋아서 한게 아니고 누가 시켜서 억지로 결혼한듯한 느낌이다. 분명 연애결혼이랬는데.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 때부터 '집에 돈이 없다', '엄마도 돈 좀 쓰면서 살고싶다', '나중에 돈벌면 월급은 다 엄마한테 줘야한다' 이 세마디를 거의 매일 했다. 특히 마지막 말을 많이 했다. 돈벌면 월급 줄거지? 하고 계속 물어보고, 내가 응 이라고 대답할 때까지 끈질기게 물어보았다. 그때 난 초딩이었고. 말끝마다 돈돈돈돈...

아빠는 전형적인 남편상 같다. 깔끔단정한 것을 원하면서도 본인이 청소하지는 않는다. 엄마 나 동생보고 청소도 안하고 게으르게 뭐하냐고 소리소리를 질러대는데 난 내가 모아놓은 돈들을 다 걸고 20년 평생 아빠가 행주를 들고 바닥을 닦는다거나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부모님이 내가 어릴 때부터 싸워대서 이제는 가족 가정 식구라는 단어도 짜증나고 환멸난다.
부모님이 거실에 같이 계시기만 해도 언제 또 무엇 때문에 부부싸움을 할 지 몰라서 나는 두 분이 붙어있는 것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불안에 시달린다.

내가 볼 때는 부모님 쌍방이 잘못하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주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엄마가 조금 더 동정스러운데 그 이유는 엄마는 주로 맞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벌이인데 가사노동은 다 엄마가 한다. 나는 거실 바닥을 닦고 틈 나면 설거지를 하고 걷을 빨래가 있으면 내 옷이라도 걷어서 개어놓는데, 아빠는 아무것도 안 한다. 아빠가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퇴근 후에 엄마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거실에 누워 티비보다가 자러 가는 것뿐이다. 거기서 이제 집이 조금 더럽거나 식구 중 누군가가 심기를 거스르면 화 좀 내고. 내가 너무 엄마한테 편파적인것 같긴 한데 내 입장에서 나랑 엄마가 다투면 그래도 엄마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아빠랑 다투면 저 사람 왜 저러지? 싶은 생각밖에 안 든다. 진심 아빠는 자기 기분이 안좋으면 다른 식구들 기분도 덩달아 나쁘게 한다.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딱히 뭘 안했는데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힘껏 노려보고.
솔직히 말해 엄마 나 동생 중 누구도 아빠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 쌓인게 많지만 그걸 다 쓰면 글이 너무 길어진다. 피곤하니까 패스... 아무튼 이래서 지금 고1인 동생이 성인이 되면 바로 부모님한테 이혼하라고 말할 생각이다. 나는 최대한 빨리 자취할 생각이고 동생이 원한다면 내 자취방에 동생도 데려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에 부모님 두 분밖에 안 남는데(당장 동생과 내가 독립을 안하더라도 언젠가는 분명 두 분만 집에 남을 것이 아닌가.), 나는 이걸 생각하면 너무너무 불안하다. 나랑 동생이 없으면 부부싸움 수위가 얼마나 더 세질까. 물도 직접 안 떠드시는 아빠가 분명 엄마한테 물 떠오라고 시킬 것이고, 이제 떠오면 내가 반컵만 따라오라고 하지 않았냐 물이 너무 뜨겁네 차갑네 미지근하네 할 것인데. 그러면 엄마는 찍소리도 못하고 있을 텐데.

아무튼 부모님은 반드시 이혼시킬 것이다. 어차피 본인들도 나 중딩 동생 초딩 때 '니들 마음 강하게 먹어라, 엄마아빠 이혼할 것이고 너네들 혼자 남는다.' 하고 겁줘서 동생 울렸으니까 이혼은 할 것이다.

문제는 이혼하신 후이다. 엄마 생활비 용돈 따로 아빠 생활비 용돈 따로 드리면 돈이 이중으로 나가지 않나. 동생과 내가 한 분씩 맡는다면 두 분은 다른 자식 한명한테 결코 좋은 감정을 가지진 못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부모님을 뵈러 가는 것도. 나는 몇년 후에 타지역으로 떠나야 하는데, 부모님이 이혼한다면 엄마 보는 날 아빠 보는 날을 따로 정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엄마에게 내가 급히 필요하고 그런 날에 아빠를 보는 날이 겹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든 결점들을 안고 가더라도 부모님은 꼭 이혼하게 할 것이다. 지금도 차라리 이혼 안하니느만 못한 관계시니까. 하지만 이혼 후 문제들을 생각하면 갈피를 못 잡겠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 누군가가 내게 이 글의 감상평이나 몇년 후의 내가 해야 할 행동들에 대해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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