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읽고 마음이 다소 불편하신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아
한 말씀 드립니다.
여기에 글 올리는 며느리들의 심정 제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가 만 40세 되던 해에 사이버 세계에 발을 딛고
젤 먼저 한 게 시집살이에 대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초고속 연결망도 없었고
전화선을 이용하는 거라 불편할 뿐더러 전화 요금도 천문학적인 숫자로 나오곤 했는데도
컴에 거의 12시간 붙어 살았습니다.
쳇팅으로 만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붙들고 하소연하고, 징징거리고
이런 여성 전용 공간에 도배하고......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위로도 받고
너무 하는 거 아니냐,
아무리 미워도 남편의 엄마인데 그런식으로 욕을 하고 다닐 수 있느냐는
비난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는 그런식으로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습니다.
죽거나 미치거나 ..... 둘 중 하나였습니다.
죽을만큼 절박했고, 차리리 미쳐버리는 게 낳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희망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이 많이 진정되어
조금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진단할 정도로 여유롭습니다.
지나간 세월을 찬찬히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내가 시집살이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다는 것,
시어머니에 대한 편견-"시"자에 대한 편견이겠죠.- 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는 것
(그래서 젤 먼저 편견을 버려라!를 썼습니다)
그리고 친정과 자꾸 비교하면서 친정 같지 않은 시댁에 대해 분노하고 원망을 쌓아갔다는 것.....
기타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연제 글은 사실은 나 자신의 뼈 아픈 반성의 글입니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힘든 현실을 어케 해쳐 나갈까 고민하게 되면서
고부 간의 갈등 중 많은 부분이 구조적 모순(예를 들면 기부장제)에 기인한다는 것,
더 많은 부분이 한국 근대화와 맞물려 있다는 것 (극심한 세대 차이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약자에 대한 공격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간 심리와 맞물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 마~니 했습니다^^)
시모 개인에 대한 미움 .....이것만 거두어도 갈등의 90%가 줄더군요.
시모 역시 가부장제의 피해자이고 근대화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피해자이지
시모가 가해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되니
미워할 일도 줄고 (그러나 ....아직도 ....그냥 ...... 가끔...... 싫지요)
웬만한 일은 그냥 넘어가게 됩디다.
여기 시친결에 올려지는 글들을 보니
내 젊은 날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 하더군요.
어떨 때는 분노하고 어떨 때는 같이 슬퍼하면서
왜, 아직도 ....이런 구태가 그대로 답습되어야 하는 지 너무도 갑갑하고 ...
같은 여자인데 왜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안타깝기도 하고
해서 내 경험을 거울삼아 글을 올리게 되었답니다.
사실, 글의 내용은 뻔합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얘기들입니다.
알면서도 실천 못하거나
현실 분석은 그래도 대충 되는 데 해결책이 안보여서 갑갑한데
구체적인 행동 지침은 내려주지 않고
원론적이고 교과서적인 얘기만 한다고 ..... 불만인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모순 투성이의 현실에 적응만을 강요하는 듯한 글도 있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글을 젤 싫어했습니다.
모순은 고쳐야지 적응하면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효도 운운, 사람의 도리 운운 하면서 시댁에 순종하라는 식의 글이나 충고를 젤 싫어했습니다.
그리하여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효도 운운, 도리 운운 하는 식의 말은 하지 않으렵니다.
나 자신 그놈의 효도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거니와
어른같지도 않은 어른을 어른 대접하기가 아직도 싫기 때문입니다.
시집살이 하면서 겪은 고통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트라우마입니다.
그냥 딱지로 가려진 흉터입니다.
평소엔 잊고 지내지만 어떤 계기로 딱지가 떼어지고
그 밑의 시뻘건 생살이 드러나면 ...정말로 소름끼칩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아직도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젊은 분들은 나같은 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해서 입니다.
갈등의 상당 부분이 무지와 이해 부족, 내 인격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었기에
다른 분들에게 내 얘기를 들려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 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또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먹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 역시 젊었을땐 똑 같은 경우로 상처 받았으면서도
며느리들이 (내가 보긴엔) 아무 것도 아닌 일로 화내는 걸 보면
이구......철부지들...이라던가 ,
그게 있잖아....시모가 나쁘거나 , 며느리 미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하면서 어느새 시모 편을 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아...어쩔 수 없이 나도 꼴통 보수가 되어 가는 구나 ...하게 되더군요.
며느님들...... 문제 해결의 길잡이는 자기 손에 있습니다.
그게 적응이든 개혁이든, 순종이든 반항이든, 타협이든 투쟁이든,
자기가 해결해야지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더군요.
내 글은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이니까 취사 선택하세요.
모두 화이팅!